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가운데, 이 보호무역 조치가 정작 미국의 자국 내 관광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반면, 한국은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가 5월 8일 발표한 보고서「미국 상호관세정책의 주요국 여행산업 영향 분석: 숙박·음식 및 항공운송 산업을 중심으로」는 글로벌무역분석프로젝트(GTAP) 모델을 활용해 미국, 한국, 일본, EU의 관광 관련 산업 생산량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며 이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미국: 보호무역의 역설, 자국 여행.관광 산업에 '직격탄'
2025년 4월 2일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정책(중국산 수입품 145%, 한국 등 70개국에 10% 관세 부과및 90일 유예)은 미국 관광산업에 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분석은 상호관세율 적용에 따른 생산량 변화 분석을 위해 시나리오를 10개로 구성하였다. 시나리오는 국가 간 상호관세를 0%로 부과하는 상황부터 상호 최대치를 부과하는 경우까지를 고려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대중국 고율관세 시나리오에서 미국 항공운송업의생산량은 최대 -11.35% 급감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였다. 숙박·음식업 역시 최대 -1.61% 하락하며, 소비 위축과 비용 상승의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관세로 인한 소비자 실질소득감소, 국제 여행 수요 위축, 물류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보호무역이 의도와 달리 자국 서비스 산업에 구조적 손실을 초래하는 '자충수'로 작용했고, 국내수요 대체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림 1] 시나리오 별 숙박/음식업 및 항공운송업 생산량 변화율(%) – 미국
한국: 위기 속 빛나는 국내 관광과 항공업의 과제
반면, 한국은 글로벌 무역 긴장 속에서 국내 관광을 발판 삼아 위기를 극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의 고관세 시나리오에서도 숙박·음식업이 최대 +0.76%의 생산 증가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시기와 유사한 해외여행 일부 억제에 따른 국내 수요 전환 효과가 예상되었다. 이는 한국 관광산업의 국내 기반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항공운송업은고관세 시나리오에서 최대 -4.58% 감소하며, 인-아웃바운드 관광객 감소와 국제 물류 둔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한국 항공산업이 글로벌 관광 공급망 재편에 취약한 고리임을 시사한다.
야놀자리서치 장수청 원장은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해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은 자국 항공·숙박업에심각한 타격을 입혔지만, 한국은 국내관광으로 충격을 완화하며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장 원장은“하지만 한국의 항공운송업은 글로벌 관광 공급망 재편의 가장 취약한 고리”라며, “인천국제공항의 환승 경쟁력 강화, 항공 노선의 다변화, 중장거리 노선 확보 등 항공업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정부-민간의 신속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림 2] 시나리오 별 숙박/음식업 및 항공운송업 생산액 변화율(%) – 한국
일본, EU, 중국: 상이한 결과와 과제
보고서는 다른 주요국들의 상호관세 정책 영향도 분석했다. 일본은 엔저효과로 숙박·음식업이소폭 성장했지만, 항공운송업은 -2.65% 감소하며 상호관세에 약점을 드러냈다. EU는 대서양 노선 의존으로 항공운송업이 -2.95%, 숙박·음식업이 -0.51% 하락하며 관광수요 위축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은 정부 보조금 등으로 일시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으나, 내수 둔화와 재정 제약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최규완 교수는 “관광은 단순한 상품 거래가 아니라, 경험과 사람의 흐름이 이동하는 산업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하며, “이번 관세 충격은 한국에 중요한 전략적 전환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국은 지금이야말로 인프라 혁신과 K컬처 기반의 공격적인 관광 마케팅을 통해 여행·관광산업을 수출형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관광 수출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놀자리서치는 이번 보고서에서 상호관세 불확실성이 글로벌 여행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구조적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며, 국내 수요 진작 전략이 단기적인 충격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혁신, 구조 개혁, 국제 협력을 통해 각국이 이번 위기를 지속가능한 글로벌 관광 생태계로 전환할 기회로 삼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