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가 발표한 ‘한국관광 브랜드자산 모델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48.4% 증가하며 양적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의 브랜드자산 가치는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한국관광 브랜드자산 평가를 위한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여 제시했으며, 한국 관광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제안했다.
야놀자리서치는 마케팅 브랜드 전략의 세계적 권위자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 박사의 브랜드자산 모델과 관광지 특화 요소를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 이미지, 연상, 품질, 충성도의 5대 차원으로 구성된 한국관광 브랜드자산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여행 전 기대와 여행 후 경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실무적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데이터는 영국 브랜드워치(Brandwatch)의 AI 기반 소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소셜미디어, 블로그, 리뷰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수집하고, 온라인 버즈량과 긍정어 비중을 지표로 일본, 중국, 미국, 대만, 동남아 5개 시장의 2023년·2024년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다양한 언어적 뉘앙스를 반영해 신뢰성을 높인 이번 연구는 한국 관광의 브랜드 가치를 외국인의 관점에서 평가한 최초의 사례이다.
2024년 한국 관광의 브랜드자산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긍정적 흐름도 적지 않았다. 브랜드 인지도는 동남아를 제외한 일본, 중국, 미국, 대만에서 하락했다. 2024년 전체 소셜미디어 버즈량은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2023년 대비 2.5%p 감소했으며, 특히 중국(-21.1%p)과 일본(8.4%p)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은 압도적 인지도를 유지했지만, 수도권과 지방 도시들은 인지도 저하를 겪었다. 반면, 대만은 서울(+2.0%p)·부산(+2.9%p)·제주(0.7%p)의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동남아는 부산(+6.8%p)·제주(+5.1%p)에 대한 관심이 늘며 지역 다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브랜드 이미지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일본(-0.2%p), 대만(-2.2%p), 동남아(7.7%p)에서 하락했다. 서울 중심의 오버투어리즘, 저가 패키지 관광 확산, 관광 수용태세 미비가 부정적 인식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과 대만의 비교적 높은 긍정 평가는 한국 관광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브랜드 연상은 K-콘텐츠, K-푸드, 쇼핑이 주도하며 다변화됐다. BTS와 K-팝은 모든 국가에서 강력한 유인 요소로, K-푸드(비빔밥, 카페, 배달)와 제주도(자연)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브랜드 품질은 K-푸드를 제외한 K-콘텐츠, K-뷰티, 레저·엔터테인먼트, 역사·전통문화, 쇼핑, 자연 부문에서 하락했다. 특히 역사·전통문화는 미국(-19.6%p), 동남아(-16.0%p), 일본(-10.1%p)에서 품질 점수가 급락했고, K-콘텐츠는 대만에서 큰 하락폭(-6.4%p)을 기록했다. 반면, 물가(+0.9%p), 숙박시설(+3.3%p), 교통(9.9%p)은 긍정적 평가를 받아 인프라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다만, 치안·위생(-43.6%p)과 언어·번역 지원(-24.4%p)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악화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충성도는 90점대를 유지하며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2023년 대비 87점으로 소폭(-2.4%p) 하락했다. 동남아와 미국은 충성도가 상승했지만, 일본은 저가 관광과 오버투어리즘 등으로 큰 하락을 겪었다.
야놀자리서치는 이번 평가를 토대로 브랜드자산 강화를 위한 네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국가별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관광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둘째, 체험형, 웰니스, 의료관광, 고급 숙박 강화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1인당 지출을 늘려야 한다. 셋째, 부산과 제주 등을 허브 도시로 육성해 서울 집중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K-콘텐츠를 활용한 테마 관광과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야놀자리서치 장수청 원장은 “2024년 관광객 수 증가는 의미 있는 성과지만, 브랜드자산 가치의 전반적인 하락은 관광 품질과 경험에 더 깊이 주목하라는 경고”라며, “K-콘텐츠는 한국 관광의 가장 강력한 무기지만, 일회성 유행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 브랜드 관리와 고품질 경험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한 브랜드 평판 측정을 넘어, 시장별로 세분화된 평가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만과 동남아에서의 지방 도시 인지도 상승, 미국·대만의 높은 이미지 평가, 교통·숙박 등 인프라 부문의 경쟁력은 한국 관광이 단지 ‘수요’가 아닌 ‘질’에서도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긍정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확산하고, 취약 지점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향후 브랜드자산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최규완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의는 인바운드 관광을 평가하기 위해 단순한 방문객 수를 넘어, '한국관광 브랜드자산'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있다”며, “이는 향후 실질적인 정부 정책 수립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