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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 일본 관광대국의 초석이 된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 일본은 어떻게 공항으로 지방관광을 살렸는가

일본 관광대국의 초석이 된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
: 일본은 어떻게 공항으로 지방관광을 살렸는가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배경

 

2016년 3월, 일본 내각부는 중장기 국가 전략으로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明日の日本を支える観光ビジョン)」을 수립하였다. 이 비전은 관광을 단순한 소비 산업이 아닌, 저출산·인구감소로 인한 지역경제 약화를 보완하는 핵심 성장 엔진으로 규정하고, 외국인 관광 수요를 적극적으로 지방에 유치·분산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방 숙박자 수’의 대폭 확대라는 목표이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수의 증가가 아니라, 대도시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체류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명시적으로 반영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당시 일본의 현실은 이러한 목표와 상당한 괴리를 보였다. 전체 외국인 입국객 중 지방공항을 통한 입국 비중은 약 5.4% 수준에 불과했으며, 외국인 관광 수요는 나리타·하네다·간사이 등 소수 대형 공항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지방 체류 확대라는 정책 목표 달성은 구조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내부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방일유객지원공항 사업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7년 ‘방일유객지원공항(訪日誘客支援空港)’ 제도를 신설하였다. 이 제도는 지역공항을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 유입의 전략적 거점으로 재정의하고, 국제선 유치와 노선 확대를 통해 지방 관광 및 지역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사업 개요

 

이 제도는 크게 1) 신규 취항 및 증편 지원, 2) 공항 수용 환경 정비, 3) 관계부처 연계를 통한 종합 지원의 세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지역의 신규 국제선 취항(외항사 중심)과 증편을 촉진하기 위해 공항의 국제선 착륙료를 일정 기간 감면·보조하는 방식의 직간접적 비용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항공사와 공항이 부담하는 티켓카운터 설치·사용료, 지상조업(ground handling), 제빙(de-icing) 등 신규 취항에 수반되는 운영비용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보조함으로써, 노선 개설 초기의 사업 리스크를 완화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둘째, 외국인 여행객의 이용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공항 수용 환경 정비가 병행된다. 공항빌딩 회사 등을 통해 출입국 동선 개선, 수하물 처리 시설 정비, 보딩 브리지 및 공항 내 이동수단 등 이용 편의 시설의 확충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며, 외국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CIQ(Customs·Immigration·Quarantine) 시설 정비 역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노선 유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외국인 이용 경험의 질을 함께 개선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셋째, 관계부처와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관광청과 JNTO(일본정부관광국)를 중심으로 해외 세일즈 및 PR 활동이 연계되며, 다국어 안내 환경 정비, 이동 편의 개선 등 방일 외국인 수용 대응을 위한 관광 정책적 지원이 병행된다. 아울러 CIQ 체계의 충실화와 법·제도적 정비에 대해서도 관계 부처 간 협조가 이루어져, 공항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병목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업 시행 첫해에 일본 정부는 도쿄(하네다/나리타), 오사카(간사이), 후쿠오카 등 권역별 중심도시(허브도시)를 제외한 공항 중 27개소를 방일유객지원공항으로 지정하고, 공항별 국제선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따라 확대지원형·지속지원형·육성지원형의 3단계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확대지원형(19개소)은 이미 국제선 성과가 확인된 공항을 대상으로 추가 성장을 가속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지속지원형(6개소)은 기존 성과의 안정적 유지와 정착을 목표로 했다. 반면 육성지원형(2개소)은 현재 실적은 제한적이나 정책적 개입을 통해 중장기 성과가 기대되는 공항을 대상으로 설정되었다. 이러한 분류는 제한된 재원을 성과 가능성이 높은 공항에 전략적으로 배분하려는 의도로, 방일유객지원공항 사업의 선택과 집중 논리를 제도적으로 구체화한 장치로 평가할 수 있다[1].


[1] 국토교통성 항공국의 2019년 예산안 및 관련 설명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방일유객지원공항 관련 사업에 배정된 연간 예산 규모는 약 8억~10억 엔 수준으로 추정됨.

 

 

 

[2] 홋카이도 내 6개 공항은 홋카이도 에어포트가 민간 위탁 운영하는 공항으로, 해당 사업에서는 1개소로 간주함.

 

 

주체별 역할과 거버넌스 구조

 

방일유객지원공항 사업은 단일 부처 주도의 정책이라기보다, 중앙정부–항공 행정(국토교통성)–지방정부–관광주체(Destination Management/Marketing Organization; DMO)가 역할을 분담한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운영되었다. 특히 중앙정부의 관광진흥계획 아래, 항공 인프라와 관광 수요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정책 체계로 설계·집행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토교통성(MLIT)과 산하의 민간항공국(JCAB)은 사실상 하나의 정책 단위로 기능하였다. 국토교통성이 제도 설계와 예산 프레임을 담당하고, 민간항공국이 이를 노선 면허, 착륙료 감면, CIQ 및 운영비 지원 등 구체적 실행 수단으로 전환하는 실무 집행 조직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방일유객지원공항 지정, 지원 유형 구분, 보조사업 집행 전반이 이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항공사·지자체·DMO를 연결하는 정책 플랫폼 역할도 함께 수행하였다.

 

지방자치단체는 이 제도의 실질적 실행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지자체 주도로 항공사, 관광업계, 상공계 등이 참여하는 공항 이용 촉진 협의회가 구성되었으며, 이를 통해 착륙료 보조, 전세기 유치, 공동 마케팅 등 지역 차원의 인센티브가 진행되었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국가의 지원사업 교부금에 그치지 않고, 자체 재원을 추가 투입하여 노선 유지와 성과 창출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한 시코쿠·세토우치 지역처럼 여러 지자체가 연계하여 광역 관광권 단위의 노선 유치와 관광 전략을 추진한 사례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지역 DMO는 공항 정책을 실제 관광 수요로 연결하는 핵심 주체로 기능하였다. 지역 DMO는 공항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루트 설계, 콘텐츠 패키징,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며, 항공 노선 개설에 필요한 기초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특히 시코쿠·세토우치 광역 DMO는 여러 현을 아우르는 공동 브랜드와 이동 루트를 설계함으로써, 단일 공항의 한계를 넘어서는 관광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공항–지자체–DMO 간 협업이 전제될 때 방일유객지원공항 정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청(JTA)과 정부관광국(JNTO)은 핵심사업의 보조·지원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들은 다국어 안내, 수용 태세 개선, 해외 홍보 및 상품 개발 지원을 통해 지방공항 노선에 실제 여행 수요를 연결하고, 방문객 데이터 분석과 지자체 대상 컨설팅을 통해 정책적 판단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평가 체계

 

본 사업의 성과 평가를 위해 일본 국토교통성은 외부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된 ‘인바운드 지원공항 선정 협의회’를 설치하고, 방일유객지원공항을 대상으로 연차 평가를 실시하였다. 평가는 단순한 실적 점검에 그치지 않고, 각 공항이 수립한 계획의 이행 정도와 성과를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그 결과는 차년도 사업 계획의 수정과 개선 권고로 연계되었다.

 

우선 성과 평가는 공항별로 사전에 설정한 계획에 근거한 핵심 정량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KPI) 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정량 지표는 ▲방일 외국인 여객 수(訪日外国人旅客数)와 ▲국제 정기편 수(国際定期便数) 등으로, 각각 계획 대비 달성 여부와 정기 노선의 개설·증편 성과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러한 정량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는 S/A/B/C의 4단계 등급으로 구분되었다. 등급은 계획 이행 수준과 목표 달성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며, 특히 S등급의 경우 단순한 목표 초과 달성 여부를 넘어, 다른 공항에 확산 가능한 독창적인 대처가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즉, 수치상 성과뿐 아니라 정책적·운영상의 ‘모범성’이 명확히 확인될 경우에만 최우수 등급이 부여되는 구조다.

 

일본의 평가 체계가 주목되는 지점은, 정량 성과 외에도 공항과 지역의 지속 가능한 인바운드 수용 태세를 중요한 정성적 평가 요소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확대지원형’ 공항의 경우 Wi-Fi 환경 정비, 공항 접근을 위한 2차 교통 개선, 공항 내 환대 공간(Hospitality space) 조성 등이 필수 요건으로 설정되었으며, 심사위원들의 평가 코멘트를 통해 ▲광역 지자체 간 연계 여부, ▲지상조업(그라운드 핸들링) 체제의 안정성, ▲타깃 국가 및 여행객 유형(FIT 등)에 대한 시장 분석 수준, ▲재해 발생 시 여행객 대응 체계 등도 함께 검토되었다.

 

이처럼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의 평가는 ‘얼마나 많은 여객이 늘었는가’에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가능하게 한 전략과 실행 방식까지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특히 S등급 공항의 경우, 단순히 높은 성과를 기록한 공항이 아니라 관광의 관점에서 지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항공 공급을 지역 체류와 소비로 연결했는지가 모범사례로 정리·공유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평가 구조는 다음 장에서 살펴볼 사가·마쓰야마·요나고 등 지자체 모범사례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주요 사례: 지자체가 ‘성과를 만드는 방식’의 차별화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이 모든 지역공항에 동일한 조건의 출발선을 제공했다면, 그 이후의 성과는 각 지역이 지닌 특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창의적인 문제 해결로 연결했는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일부 공항은 국가 지원을 단순한 비용 경감 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역만의 여건과 제약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과 결합함으로써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차별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차이는 연차 평가 결과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사업 2년차인 2018년, 사가·마쓰야마·요나고·구마모토 등의 지역공항은 S등급을 획득했다. 이들 공항은 공통적으로 지역의 고유한 물리적·시장적 제약을 출발점으로 삼아, 주요 병목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거나 지역 단위의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타 공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규슈지방의 사가공항은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이 취약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후쿠오카 시내–사가공항 직행버스 신설과 공항 내 저비용 렌터카(1일 1,000엔) 도입을 통해 ‘도착 이후 이동 불편’이라는 수요 측 병목을 해소했다. 이는 노선 유치 이후 단계에서 관광객 이용 경험(user experience)을 개선한 사례로, 사업 시행 2년 만에 중국·태국 노선을 통한 외국인 입국객 수가 약 두 배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시코쿠지방의 마쓰야마공항은 내국인 배후수요가 취약한 시코쿠 지역의 한계를 전제로, 지자체 주도의 외항사 유치와 관광 수요 창출을 결합한 전략을 선택했다. 지자체는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의 저가항공사(Low-Cost Carrier; LCC)와의 협약을 통해 일정 기간 좌석점유율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70% 미만) 손실을 보전하는 한편, 지역 DMO가 항공사와 연계하여 여행상품 개발과 현지 마케팅을 병행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그 결과 실제 탑승률은 85%를 기록하며 보전금 지급 없이 노선이 정착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쓰야마의 외국인 숙박일수가 2024년 기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200%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마쓰야마 노선이 신규 취항했으며, 한국인 관광객의 지역 숙박일수는 약 300%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 이전부터 공항을 중심으로 인바운드 관광의 공급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온 노력이 축적되어, 팬데믹 이후 확산된 ‘소도시 여행’ 수요와 맞물리며 빠른 회복과 성장을 가능하게 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위기 이후의 성과는 우연히 발생한 결과가 아니라, 위기 이전에 구축된 항공·관광 공급 구조 위에서 현실화된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주고쿠지방의 요나고공항(돗토리현) 역시 공항 단독으로는 국제선 수요를 안정적으로 형성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인접한 이즈모 지역과 연계한 ‘산인(山陰) 관광권[3]’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요나고공항과 이즈모공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고, 한 공항으로 입국해 다른 공항으로 출국하는 오픈조(Open-jaw) 루트를 개발함으로써 대만·홍콩 노선의 탑승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사업 시행 이전 연간 약 1만 8천 명 수준이던 외국인 입국자 수는 2018년에 3만 9천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3] 산인(山陰) 관광권: 서일본에 있는 돗토리현·시마네현에서 야마구치현 하기시를 잇는 관광 루트로, 동해 연안의 자연·온천·신화 유산을 중심으로 발달한 체류형 관광지 권역.

 

이들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국가 지원을 통한 착륙료 감면과 운영비·시설비 보조는 어디까지나 지역공항 활성화를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은 국제선 개설에 수반되는 구조적 비용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노선 취항을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지만, 노선의 정착과 관광 성과의 확대까지를 국가가 대신 보장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실제로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 공항들은 국가 지원 이후 단계에서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 단위의 협업과 추가 재정 투입, DMO와의 연계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즉,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은 지역공항 활성화의 ‘해답’을 제시한 정책이라기보다, 여러 주체들이 긴밀하게 협엽하여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열어준 정책적 출발선, 즉 ‘초석’으로 기능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책적 함의: 일본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과 고려사항

 

일본의 방일유객지원공항 사례는 지역공항을 인바운드 관광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한국에 이를 그대로 이식하는 데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일본식 정책을 단순히 모방하기보다는 한국의 항공·관광 구조에 맞춘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한국의 공항 정책은 아웃바운드 중심으로 고착화된 국제선 구조에서 벗어나, 인바운드(외항사) 비중을 전략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항공 공급의 균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국제선 시장은 국적기 중심의 아웃바운드 수요에 최적화된 구조로 형성되어 있으며, 특히 항공사들이 선호하는 시간대의 슬롯들은 국적기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외항사의 입장에서 신규 지방 노선에 취항한다고 해도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단순한 노선 유치 인센티브만으로는 인바운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적극적인 접근으로, 슬롯 배정에 여유가 있는 일부 지역공항을 대상으로 황금시간대 슬롯을 전략적으로 확보·유보하고, 이를 외항사 유치의 핵심 프로모션 카드로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외항사 입장에서 초기 사업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해당 공항을 인바운드 거점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김해·김포와 같은 포화 공항이 아닌, 대구공항 등 슬롯 운용의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항을 중심으로 한 단계적 실험이 보다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역공항의 인바운드 전환은 ‘배후 수요의 크기’가 아니라, 지자체가 잠재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에 의해 좌우된다. 일본 사례가 보여주듯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지자체가 해당 공항을 인바운드 관광의 출입구로 명확히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타깃 시장 설정과 현지 세일즈, 마케팅·프로모션, 관광 상품 개발을 병행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배후 수요가 없어서 안 된다”는 접근보다는, 체류형 관광 상품과 결합된 인바운드 프로모션을 통해 잠재 수요를 선제적으로 형성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특색 있는 관광자원을 활용해 ‘체류를 전제로 한 관광객 경험’을 설계하고, 필요하다면 인접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한 광역 관광권 구성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전환이 지속 가능한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정부·공항공사·지자체 간의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정립하고, 각각이 인바운드 전환을 위한 실행 주체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인바운드 전환을 명확한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예산 구조를 공동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로 예산을 매칭하는 방식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정책 목표에 대한 공동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추가 재원을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인바운드 지향 마케팅과 관광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 DMO와의 연계를 통해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주체가 보다 분명한 역할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1. 정부는 지방 관광권 개발에 있어 공항이 외래 관광 수요 유입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인바운드 전환을 위한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을 보다 명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 한국공항공사는 항공사와의 노선 협의, 슬롯 운용, 공항 수용 태세 점검 등 항공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항공사와 지역을 연결하는 핵심 허브이자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지자체·관광 주체·중앙정부 간의 조율과 실행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수의 지방공항을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한국의 구조는, 외항사 유치 전략을 개별 공항 단위가 아닌 국가 차원의 공항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무엇보다 지자체의 적극성이 지역공항 활성화의 성패를 절대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인바운드 전환을 지역 성장 전략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재정 투입과 현지 프로모션, 관광 콘텐츠 개발에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며, 이를 통해 항공사에 노선 유지와 확장이 가능한 실질적 수요 기반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해외 여행객의 시각에서 인천공항(수도권)과 지방공항 간의 ‘단절된 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항 운영 주체 간의 전략적 목표 정렬(Alignment)이 시급하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지방으로 이동하려면 인천에서 김포로 이동해 국내선을 타거나, 긴 시간 육상 교통에 의존해야 하는 ‘단절된 여정(Broken Journey)’를 겪고 있다. 이는 지역 인바운드 유치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다. 최근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 및 운영 효율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단순한 행정적 통합 차원을 넘어 ‘인바운드 관광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두 공사의 노선 유치 전략과 환승 시스템 관리 체계를 긴밀하게 정렬함으로써, 인천의 풍부한 인바운드 수요가 지방으로 흐를 수 있는 유기적인 항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공 공급은 ‘문을 여는 조건’일 뿐이며, 수요의 지속성은 도착 이후 경험을 얼마나 완결성 있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만으로는 수요가 유지될 수 없다. 지자체는 지역 내 교통편(셔틀버스, 렌터카 등) 정비, 체류 동선 설계, 타깃별 관광 상품 고도화,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에 머무르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지역공항 정책이 단순한 노선 유치나 인프라 확충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수요를 설계하고 성과에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결언: 지역공항 활성화는 막혀있는 인바운드 관광의 열쇠

 

일본의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은 지역공항을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닌, 지방 관광과 지역경제를 여는 정책적 출발점으로 재정의한 사례이다. 이 제도는 착륙료 감면과 시설 지원을 통해 국제선 개설의 문턱을 낮추는 데서 출발했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개별 노선의 성과를 넘어, 지역공항이 지역관광 활성화 전략의 초석으로 기능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국가의 지원을 레버리지로 활용하여 각 지역이 관광 콘텐츠, 체류 동선, 마케팅 전략을 결합해 인바운드 수요를 실질적인 지역 소비로 전환해 나갔다.

 

이 사례는 지역관광 활성화가 단순히 ‘공항을 여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지점이 출발선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공항을 통해 유입된 인바운드 수요가 체류·이동·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 목표(인바운드 전환)–예산 구조–주체별 R&R–도착 이후 경험 설계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한국 역시 지역공항을 관광정책의 주변 인프라가 아닌, 정체된 인바운드 관광 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와 공항공사는 지역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적 조건과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지자체는 수요 창출과 실행에 대한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지역공항이 지역관광 활성화의 출발점으로 기능하는 정책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