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 등록된 상품을 기반으로, 한국(서울, 부산), 일본(도쿄, 오사카), 중국(베이징, 상하이), 대만(타이베이, 가오슝) 4개국 8대 도시의 관광상품 구성과 소비자 반응을 비교·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는 27일 발표한 「동북아 주요도시 관광상품 비교분석: 트립어드바이저 데이터 기반 정량분석」 보고서를 통해 동북아 주요 도시들의 관광상품 경쟁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분석에 사용된 트립어드바이저는 단순한 여행 플랫폼을 넘어, 서구권 관광객의 인식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글로벌 디지털 관광시장의 주요 정보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상품 수 기준으로는 도쿄(2,487개), 베이징(2,270개)이 가장 많았으며, 서울(898개)은 중위권에, 부산(233개)은 하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부산은 상품의 평균 평점 4.90점, 표준편차 0.25점으로 조사 대상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만족도와 가장 낮은 품질 편차를 기록하며, 해외 관광객 방문 체험의 질적 우수성을 입증했다.
야놀자리서치 안예진 선임 연구원은 “부산은 상품 수가 많지 않음에도,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 등 자연환경, 도시경관, 생활문화를 융합한 ‘부산다움’을 구현한 체험형 콘텐츠가 방문객에게 깊이 있는 도시 경험을 제공하며 일관된 긍정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이러한 소수 정예의 상품 구성이 오히려 더 높은 품질 일관성과 소비자 신뢰를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서울은 전체 상품 수는 도쿄나 베이징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특정 테마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였다. 특히, DMZ 및 남이섬을 포함한 근교투어 상품군은 상품당 평균 리뷰 수 194.9건으로 전체 도시-테마 조합 중 최고 수준의 소비자 반응을 보이며 트립어드바이저 내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도쿄의 근교투어(후지산) 상품 약 50.8건 대비 약 4배 가까이 높은 숫자다. 특히 서울의 대표 상품인 DMZ 투어는 분단의 역사라는 독특한 정치·문화적 서사와 해설 중심의 체험을 결합해 상품당 평균 리뷰 수가 약 1,000건에 달하며, 단일 상품군으로서는 이례적인 소비자 반응을 기록했다.
야놀자리서치 서대철 선임 연구원은 “서울의 근교투어는 도심을 관광의 중심(hub)으로, 경기북부·남이섬 같은 주변 지역을 체류형 체험의 스포크(spoke)로 활용하는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전략의 대표 사례”라며, “이동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분단의 역사(DMZ)나 자연 경관(남이섬)을 중심으로 한 ‘멀어도 매력적인 가치 중심 콘텐츠’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체험의 고유성과 차별성을 중시하는 관광객의 강력한 소비자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가격대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 차이도 함께 조사됐다. 트립어드바이저에 등록된 관광상품 중 가격 상위 30%를 ‘프리미엄 상품군’, 하위 30%를 ‘보급형 상품군’으로 구분한 결과, 가오슝을 제외한 모든 도시에서 프리미엄 상품군이 보급형 상품군보다 더 높은 평균 평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리미엄 상품의 차별화된 체험과 고품질 서비스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임을 입증한다.
특히 도쿄·베이징·서울 등 주요 도시는 평균 900달러 이상 고가 상품에서도 4.8점 이상의 만족도를 유지하며, 고부가가치 상품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경험이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주요 요인임을 입증했다. 도쿄의 경우, 후지산 헬리콥터 투어가 3,519달러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5점 만점을 기록했으며, 서울은 제주·경주·부산·DMZ를 포함하는 전국 단위 미식 투어 상품군이 평균 1,051달러, 일부 상품은 3,800달러 이상의 가격에도 평균 4.87 점의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야놀자리서치 홍석원 수석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단순히 ‘비싼 상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할 이유가 분명한 경험’, 즉 차별화된 체험과 고품질 서비스가 진정한 프리미엄의 조건임을 보여준다”며, “체류 시간, 해설의 깊이, 체험 설계 및 운영의 일관성과 같은 정성적 요소가 고부가가치 상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서울이 타 도시에 비해 높은 관심과 함께 상품당 평균 리뷰 수에서 타 도시를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상품 전반의 평균 평점은 4.78점으로 도쿄(4.85점), 베이징(4.91점) 등에 비해 소폭 낮은 만족도를 기록한 점도 함께 주목됐다. 이는 관심과 수요는 많지만, 제공되는 상품군의 일관된 품질 관리와 차별화된 체험 설계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상품 수 확대보다는, 소비자 기대를 일관되게 충족시키는 질적 체험 설계와 운영의 정교화가 앞으로 서울 관광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리서치 장수청 원장은 “서울은 글로벌 여행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도시인 만큼, 이제는 ‘얼마나 팔 것인가’보다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도시와 인근 지역을 포함한 역사문화 자원을 아우르는 정체성 있는 체험 설계가 관광 만족도는 물론, 재방문율과 글로벌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