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분석에 기반한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 [email protected]
정안철,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바야흐로 도약의 변곡점에 서 있다. 2025년에는 1,893.7만 명의 인바운드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여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2026년 2,000만 명 시대 진입은 확실시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향후 효과적인 인바운드 관광권(Tourism Zones)이 구축된다면, 현재의 전망치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관광객 유입과 산업적 파급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는 관광권 조성이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구조적인 경제·사회적 복합 위기를 타개할 가장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인바운드 관광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내수 활력을 되살리는 확실한 모멘텀이다.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장기간의 하락세를 거듭하여, 2025년에도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1%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민간소비의 위축세가 뚜렷하여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바운드 관광을 통한 소비 확대는 내수 진작을 위한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비유하자면, 인바운드 관광은 제조품을 선적하여 국경 밖으로 보내는 전통적 수출과 달리, 전 세계 소비자를 국내 관광 현장으로 직접 불러들여 외화를 지역 상권에 소비하게 만드는 '현장 수출'이다. 즉, 관광객의 유입 그 자체가 직접적인 민간 소비 확대를 견인하여 경제 성장에 직접 기여하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광역 단위의 관광권 조성은 지방소멸을 지연시키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핵심 기제다. 지방 인구 감소세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2025년 11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60.2%인 138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오명 아래 국토 전체가 소멸의 공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은 수도권에 편중된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관광을 통한 지역 경제의 공간적 연결은 자본과 인프라가 고도로 집중된 수도권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모빌리티 혁신과 경제적 낙수효과를 지방 구석구석까지 공평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즉, 새로운 지역관광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대한민국 경제 지형을 바로 세우는 데 필수적인 과제다.
셋째, 인바운드 관광은 위기에 처한 자영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지역 정주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한국의 자영업은 낮은 서비스 생산성의 주범으로 지목되는데, 특히 도·소매, 음식, 숙박, 운수업 등은 영세성을 면치 못해 수익성이 가장 낮은 업종들이다. 관광산업은 바로 이러한 업종들에 강력한 전후방 연쇄효과를 일으키는 생명수와 같다. 실제로 관광객은 지역 소매점에서 물건을 사고, 맛집을 찾아 식사하며,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즉, 관광객은 영세 자영업 생태계에 직접적인 유효 수요를 창출하는 핵심 소비자다. 자영업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 한국의 현실에서, 관광산업 육성은 자영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해법이다. 또한, 관광업은 제조업 대비 고용유발계수가 월등히 높아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다수 창출하므로, 지방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정주성을 강화하는 데 최적의 솔루션이 된다.
이러한 관광산업의 잠재력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이다. <그림1>은 지난 15년여 간 극적인 변화를 겪은 한일 양국의 성적표를 보여준다. 2011년만 해도 한국(9위)과 일본(10위)의 인바운드 관광 수출 순위는 비슷했고, 관광객 절대 수치에서도 한국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일본은 범국가적인 '관광우선정책'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관광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여, 현재 일본의 관광 수입은 반도체와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을 모두 제치고 자동차에 이은 부동의 '수출 2위'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2024년 기준 여전히 수출 순위 8위에 머물러 있다. 이는 만성적인 서비스 수지 적자의 원인이자, 동시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만약 한국이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관광산업을 수출 3위권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한다면, 그 경제적 파급력은 단순한 수지 개선을 넘어설 것이다. 관광수지 흑자 전환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대한민국의 구조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초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거시적 맥락에서, 본 인사이트는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의 당위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거점 도시와 주변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허브-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에 기반한 합리적인 관광권 조성 방안을 제안한다.

관광권 조성을 위한 허브앤스포크 네트워크모델
허브-스포크 모델 활용의 당위성: 인바운드 관광의 구조적 혁신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과 관련하여 가장 시급한 과제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적용이다. 본래 항공 화물 및 여객 네트워크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은 중심점(Hub)을 거점으로 여러 지점(Spoke)을 방사형으로 연결함으로써 구조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자전거 바퀴의 구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가운데 축이 허브, 거기서 바깥으로 뻗어 나간 바퀴살이 스포크에 해당한다. 이 개념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확장하면 거대한 유기체의 혈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심장 역할을 하는 허브가 관광객 유입이라는 강력한 경제적 동맥혈을 뿜어내면, 각 지역의 특색에 맞춰 특화된 스포크라는 모세혈관들이 지역 경제의 구석구석까지 생명력을 공급하여 권역 전체를 활성화하는 원리다.
관광 산업에서 허브-스포크 전략은 공간적 연계, 수요의 분산 및 확산, 수용력의 확대 등 관광 생태계의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견인한다. 현대 공간경제학과 최신 네트워크 설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거점 중심의 구조는 단순히 지역을 선으로 잇는 차원을 넘어 유동량 기반 비용 함수를 최적화한다. 이는 흩어진 거점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에 비해 거리의 마찰과 교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막대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는 핵심 기제가 된다.
특히 인바운드 관광 측면에서 이 모델은 주요 허브(거점)를 우선적으로 방문하고자 하는 관광객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스포크(지점)로 유입시켜 관광객이 갖고자 하는 관광의 한계 욕구(Marginal Needs)를 순차적으로 충족시키는 효율적 여행 구조를 완성한다. 즉, 허브-스포크 전략은 공간적 연계를 통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제한된 시간에 관광객이 원하는 경험을 극대화하여 여행 만족도를 제고한다. 동시에 하나의 권역 내에서 다채로운 관광지와 콘텐츠의 매력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수요의 분산과 확산을 통해 관광자원의 활용도 또한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수용력의 확대는 한국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무엇보다 이 모델은 특정 메가시티로 수요가 과도하게 몰려 현지 주민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현상을 해결할 핵심 열쇠가 된다. 즉, 네트워크 내에서 관광객의 흐름을 공간적으로 골고루 분산시킴으로써, 수도권의 혼잡 문제는 완화하고 동시에 지방 관광 자원이 방치되는 ‘과소 이용’ 현상을 치유하는 강력한 조정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반면, 단순히 각 지역의 관광자원을 1:1로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은 이동 거리 및 시간의 확대, 수용력의 공간적 집중 등으로 인해 관광의 구조적 비효율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허브-스포크 전략의 적용은 단순히 관광지를 물리적으로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지역 간 유기적 연결을 통해 관광 흐름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관광객의 자발적 이동을 유도하여 지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는, 관광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허브-스포크 관광 도시의 정의 및 유형화
앞서 설명한 관광 생태계의 효율적 조성을 위해서는 허브(거점)와 스포크(지점)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구조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허브도시는 국제공항·항만 등 핵심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집중되는 ‘관광 관문(Gateway)’이며, 유입된 관광수요를 주변 스포크로 방사시키는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대응하는 스포크도시는 허브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낙수 효과를 통해 관광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특색 있는 콘텐츠를 통해 허브가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보완하는 관광도시 또는 관광지를 의미한다.
현대 관광 네트워크 설계에서 수요의 공간적 이동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서 유래하여 관광학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중력 모형(Gravity Model)'으로 설명된다. 이는 관광지의 매력도(자원의 밀도)와 이동 거리 사이의 반비례 관계에 따라 관광객의 흐름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 모형에 기반할 때, 서울과 부산 같은 대한민국의 ‘독립형 허브 도시(Stand-alone Hub)’들은 압도적인 중력과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역 간 제로섬 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신, 외국인 관광객을 우선적으로 공략하여 국가 관광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성장을 견인하는 앵커(Ancho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강원권의 속초·강릉, 전라권의 광주·전주·순천·여수와 같은 ‘권역형 허브 도시(Regional Hub)’들 개별 도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중력을 상호 결합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즉, 통합적 관광 매력도의 임계 질량을 확보하여 외국인 관광객을 집중적으로 타겟팅하는 권역별 전략 포지셔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처럼 허브도시가 자신의 위상에 맞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의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또한 스포크 도시가 허브도시에 단순 종속되어 있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허브도시는 스포크도시와 관광객 수요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성을 강화하여 효율적인 관광권을 조성하는 핵심 관문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허브도시를 독립형과 권역형으로 구분하고, 각 특성에 최적화된 관광권 조성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편, 스포크 도시는 내국인 관광객 기반을 유지함과 동시에 허브도시로부터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 확장의 첨병이 되는 곳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주요 스포크도시는 인천과 춘천을, 부산의 스포크 도시는 경주와 거제를 들 수 있다. 이들 스포크도시들은 도시화된 허브도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자연자원, 역사문화자원, 엔터테인먼트 등 차별화된 고유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허브-스포크 네트워크의 핵심 공리에 의하면, 스포크는 허브가 제공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한계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스포크가 허브의 단순한 하위 대체재이거나 호환에 불과하다면 관광객을 추가로 이동시킬 유인 동기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스포크 지역이 보유한 독점적 관광자원의 성격에 따라 스포크 유형을 다음 4가지로 고도화하여 분류하였다. <표 2>는 4가지 유형의 스포크 도시의 특성과 대표적인 관광자원의 유형을 보여준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관광권의 재정의
소셜데이터 기반의 이동 궤적 추적과 네트워크 분석
본 인사이트에서는 기존 행정구역 중심의 단편적인 관광 통계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동적인 실질 이동 궤적(Trajectory)을 규명하기 위해 소셜데이터 기반의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적용하였다. 네트워크 분석은 객체 간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여 시스템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방법론이다. 이를 관광 생태계에 대입하면, 마치 뇌세포(노드)와 신경망(엣지)의 연결을 통해 뇌의 활동을 파악하듯 관광의 흐름을 시각화할 수 있다. 분석의 핵심 3요소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첫째, 노드(Node): 네트워크 내의 개별 객체인 ‘관광지’ 그 자체를 의미한다. 둘째, 엣지(Edge): 노드와 노드 사이의 연결선으로, 관광객의 ‘이동 경로’를 나타낸다. 이는 단순한 연결(무방향)뿐만 아니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흐름의 방향(유방향)을 포함한다. 셋째, 가중치(Weight): 연결의 강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관광객의 ‘이동 빈도’나 ‘물리적 거리’를 수치화하여 관계의 질적·양적 밀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종합하자면, 본 분석은 관광지(노드)들이 관광객의 이동경로(엣지)를 통해 형성하는 거대한 유기적 연결망의 중심성(Centrality)과 응집력(Cohesion)을 측정하여, 관광 생태계의 실제 구조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과정이다.
특히 본 연구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의 방대한 소셜데이터를 활용하여, 파편화된 점(Point)으로서의 방문 기록을 하나의 연속된 선(Line)인 ‘여정’으로 재구성하였다. 분석의 통계적 유의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 10년 동안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작성한 총 199,170개의 리뷰를 수집하였으며, 이를 통해 도출된 전국 2,386개 주요 관광지의 방문 데이터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이는 설문조사 등 인위적인 개입이 없는, 개별 관광객의 가장 솔직한 경험이 담긴 디지털 발자국으로서 인바운드 관광권 설계를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증적인 기초 자료가 된다.
<그림3> 국내 관광지 간 네트워크 연결성 및 권역별 구조 특성
1차 분석 결과 및 등시선(Isochrone)을 활용한 수용력 검증
분석 후반부에서 상세하게 다룰 네트워크 분석 결과, 국내 인바운드 관광 권역은 크게 수도권, 경상권, 강원권, 전라권의 4대 권역 형태로 유형화되었다. (지리적 특수성을 지닌 제주는 독립 지역으로 간주하여 별도 검토)
도출된 4대 권역의 실질적인 관광 수용력을 검증하고, 내륙 거점 간의 물리적 연결성을 고찰하기 위해 지역별 핵심 관문(Gateway)인 4대 국제공항(인천, 김해, 무안, 양양)을 중심으로 교통망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단순 직선거리가 아닌 실시간 도로 상황과 교통 인프라를 반영한 TIME API (Traffic & Infrastructure Mapping Engine) 기반의 ‘등시선도(Isochrone Map)’ 분석을 적용하였다.
등시선도란 지도상에서 특정 지점으로부터 동일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지점들을 연결한 선을 말한다. 예를 들어, 김해공항에서 자동차 또는 렌터카로 출발했을 때 2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범위를 지도 위에 그려내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4대 거점공항을 활용할 경우 차량 이동 기준 ‘2시간 등시선’ 내에 전국 주요 관광 거점으로의 효율적인 확산이 가능함이 입증되었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에 과도하게 편중된 기존 입국 경로를 다변화할 경우, 관광객의 이동 시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지방 관광의 심리적·물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결정적인 토대가 됨을 의미한다.

GIS 기반 거리 가중치 및 중력 모형을 통한 검증
등시선도에 기반한 단순 권역 구분만으로 정밀한 관광권을 정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4개 관광권을 확정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허브(거점) 간의 ‘거리 저항’과 ‘상호 간섭’을 평가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중력 모형(Gravity Model)에 따르면, 두 허브가 지나치게 가까울 경우 상호 시너지를 내기보다 큰 중력을 가진 도시가 작은 도시의 수요를 흡수하는 ‘빨대 효과(Straw Effect)’가 발생하여 독립된 권역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허브와 허브 사이는 최소 200km 이상의 물리적 거리와 2시간 이상의 이동 거리가 확보되어야 독립적인 경제권 형성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치 태양계에서 행성들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관광권 획정을 위해 GIS 기반의 거리 가중치를 적용한 고도화된 네트워크 분석을 추가 수행하였다. 특히 권역 내의 일상적이고 빈번한 이동 패턴을 추출하기 위해, 서울-부산, 서울-제주와 같은 장거리 이동 데이터에 임계점(Threshold)을 설정하여 노이즈를 제거하였다. 정제된 네트워크에는 커뮤니티 탐지 기법인 ‘Louvain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모듈성(Modularity)을 극대화하였다. 이는 마치 거대한 파티장에서 서로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소그룹을 찾아내는 것과 같으며, 모듈성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권역 내 관광지들이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5대 핵심 관광권의 도출
GIS 기반 거리 가중치와 모듈성 분석을 종합한 결과, 대한민국 인바운드 관광 권역은 행정 구역의 경계가 아닌, 실제 이동의 응집성에 따라 5개의 핵심 권역(수도권, 강원권, 경상권, 전라권, 제주권)으로 뚜렷하게 수렴됨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서울을 중심으로 가장 조밀하고 복합적인 망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강원권: 산간 지형과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선형 구조를 보인다.
경상권: 부산과 대구 등 거점 도시를 축으로 주변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형 확산 구조가 뚜렷하다.
전라권: 비교적 완만한 확산형 구조를 보이나, 타 권역 대비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제주권: 지리적 특성상 완벽한 독립형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5대 권역의 도출은 인위적인 행정 구분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과 행동이 만들어낸 실증적 생활권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분석 결과가 주는 시사점은 향후 인바운드 관광 정책이 개별 지자체의 각자도생식 마케팅에서 벗어나, 데이터로 입증된 이 5대 ‘광역 관광권’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연결하고 콘텐츠를 통합하는 전략적 재편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권역별 관광권 상세 네트워크 분석

서울·수도권 권역은 네트워크 이론상 단일 중심(Monocentric) 방사형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인바운드 관광의 ‘초광역 허브’인 서울을 중심으로 내부 관광지 간의 응집력(Cohesion)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으며, 서울과 경기 접경 지역 간의 광역적 이동 궤적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특히, 파주(DMZ·판문점), 춘천(남이섬·레일바이크), 인천(개항장)으로의 이동량은 압도적인 연결 강도(Link Strength)를 기록하며, 이들 도시가 서울의 가장 강력한 위성 관광지이자 핵심 스포크임을 데이터로 입증하였다. 뒤를 이어 수원(화성), 가평, 용인 등이 상위권의 연결성을 보이며 2차 스포크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내부적으로는 종로구-중구-용산구로 이어지는 도심 축이 관광 흐름의 대동맥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 관광의 구조적 딜레마는 입국객의 3/4이 인천·김포공항을 통해 유입되어 서울에만 머무는 수도권 편중에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풍부한 유동량을 지방으로 흘려보내는 낙수 효과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허브-스포크 전략은 관광객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찾아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적인 서울의 잠실역과 자연 친화적인 춘천을 잇는 ‘데일리 투어 정기버스’와 같은 직결 교통망은 서울의 과밀함을 해소하는 보완재로서 스포크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인천 역시 단순한 공항 도시가 아닌, 섬과 개항의 역사를 지닌 독자적인 매력의 스포크로 더 크게 조명되어야 한다.
종합하면, 서울과 주요 스포크 도시 간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광역 교통망 확충과 DMO(지역관광추진조직) 간의 협업이 선행된다면, 서울·수도권은 일본 간사이(오사카–교토–고베–나라) 광역 관광권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메가 투어리즘 클러스터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경상권 관광 지형은 부산을 앵커 허브로 삼아 주변 지역으로 에너지가 뻗어 나가는 전형적인 ‘방사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주요 스포크인 경주, 포항, 대구, 통영, 거제, 안동 등은 부산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권역의 외연을 확장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분석 결과, 부산-경주 간의 연결성은 타 도시 대비 압도적인 밀도를 보였다. 이는 부산의 현대적 해양·도시 콘텐츠와 경주의 전통적 역사·문화 자산이 결합하여 외국인 관광객에게 상호 보완적인 필수 방문 코스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는 연결의 비효율성에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경주 황리단길까지의 이동은 ‘라스트 마일’ 연결 부족으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 시 3~4시간이 소요되는 등 심각한 이동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관광객의 시간은 돈과 직결된다. 길 위에서 허비되는 시간은 관광 만족도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따라서 셔틀버스 정기 노선이나 원스톱 투어 상품과 같은 ‘연결 솔루션’을 도입해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거제와 통영 또한 부산이 갖지 못한 수려한 자연과 어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지닌 경상권이 글로벌 관광권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부산 지역 국제공항의 중·장거리 직항 노선 확충을 통해 주변국 주요 도시와 직접 연결하는 ‘하늘길의 확보’와 주변 주요 스포크 도시와의 ‘땅길 초연결’이 시급한 과제다. 특히 하늘길에 있어 김해공항의 혼잡도를 피하고 관광권에 더 많은 외국인을 유입하기 위해서 같은 관광권에 있는 대구공항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 역시 검토해볼만 하다.

강원권은 특정 도시 독주 체제가 아닌, 속초-양양-강릉이 상호 기능을 분담하며 권역 전체를 견인하는 ‘권역형 허브(Regional Hub)’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마치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각 도시가 고유의 콘텐츠로 강력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속초는 설악산국립공원과 동명항 등 압도적인 자연경관 자산을 바탕으로 강원권 네트워크의 실질적인 중심지로 기능한다. 양양은 낙산사의 문화적 가치와 양양국제공항의 관문(Gateway) 효과가 결합되면서 높은 연결 중심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강릉은 정동진과 경포대 등 상징적인 해양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권역형 허브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고성의 통일전망대는 북한 지역을 직접 조망할 수 있는 희소성을 지닌 관광자원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한다.
강원권에서 주목할 점은 춘천의 위상학적 가치다. 춘천은 수도권 허브(서울)의 스포크인 동시에, 강원권 내부 네트워크의 핵심 스포크로 기능하는 ‘이중 스포크(Dual-Spoke)’이자 ‘브리지 노드(Bridge Node)’이다. 이는 춘천이 수도권의 막대한 인바운드 수요를 강원권 깊숙이 전이시키는 전략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계량적으로 증명한다.
종합하면, 강원권은 아시아의 알프스로 도약할 수 있는 완벽한 하드웨어, 즉 수려한 자연경관과 사계절형 관광자원, 양질의 숙박시설, 그리고 이미 구축된 관광 인프라를 두루 갖추고 있다. 경상권에 이어 강원권 역시 타 관광권과 일정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면서도 국제공항을 보유한 지역으로, 자연·역사문화·엔터테인먼트·숙박을 아우르는 종합적 관광 역량을 충분히 갖춘 잠재적 메가 관광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면은 양양국제공항의 정기 국제노선 부재다. 현재 강원권을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 대부분은 서울·수도권을 경유하는 긴 여정을 감내해야 하며, 이는 수요 확대의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을 거치지 않고도 강원도로 직행할 수 있는 하늘길만 열린다면, 강원권은 계절성을 극복한 사계절 글로벌 휴양지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자체와 한국공항공사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외항사 유치 노력과 정기 국제노선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강원권을 아시아 핵심 관광권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필수 전략 과제라 할 수 있다.

전라권은 특정 거점에 힘이 쏠리지 않은 ‘분산형(Distributed) 네트워크’ 구조를 띤다. 단일 허브 대신 광주와 전주가 국지적 중심점(Local Center) 역할을 하며, 남쪽의 순천·여수, 북쪽의 군산·부여·공주(충청 일부 포함) 등과 느슨하지만 넓은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점(Point)’의 개발보다는 ‘선(Line)’의 연결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즉, 개별 도시의 매력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루트형 관광(Route Tourism)’ 개발에 최적화된 권역이다. 예컨대, 전주의 전통문화, 광주의 예술, 순천의 생태, 여수의 해양을 잇는 광역 투어 패스나 테마 루트 개발이 절실하다.
전라권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공항에 있다. 무안국제공항이 항공기 사고로 운영이 중단된 현 상황은 전라권 도약의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행정적 이슈와 맞물린 사안일 수 있으나, 글로벌 관광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공항 운영 재개가 필요하다. 전라권은 중국·대만·동남아와 가장 가까운 입지적 우위를 지닌 전략적 거점으로, 이들 국가에서 한국을 방문할 때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다.
또한 전라권은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과 전라도 고유의 음식 문화, 다양한 자연경관이라는 독보적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미식·생태 관광지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다만 숙박 등 관광 인프라는 여전히 다른 관광권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공항 재가동과 함께 체류형 인프라를 확충해 나간다면, 전라권은 아시아의 경쟁력 있는 핵심 관광권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제주권은 육지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섬이라는 특성상, 권역 내부에서 관광지 간 자생적 결합도가 극대화된 독립형 구조를 띠고 있다. 네트워크 분석 결과, 성산일출봉, 중문관광단지, 서귀포 등은 연결 중심성(Degree Centrality)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해당 관광지들이 단순한 방문지가 아니라, 제주 여행의 허브이자 분기점 역할을 수행하며 관광객의 동선을 통제하고 분배하는 핵심 노드임을 의미한다.
제주는 이미 동북아 최고의 휴양지로서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다. 다만, 현재의 높은 내부 연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오버투어리즘을 관리하고, 고부가가치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해 질적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을 위한 5대 실행과제
현 정부의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 사업은 행정적 경계를 뛰어넘어 여행자의 실제 동선에 기반한 ‘열린 관광권’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과거 관광 정책의 문제점이었던 시군구 단위의 단절된 사업 집행, 부처 간 중복 투자, 그리고 급변하는 개별 여행객(FIT) 트렌드에 대한 대응 지체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본 인사이트는 이러한 정책적 비전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 관광권 조성 시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다섯 가지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 번째 과제는 권역 내 관광 자원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각 도시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상호 보완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관광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는 각 지자체가 고유한 지역성(Locality)을 무시한 채, 출렁다리(전국 254개), 케이블카(45개) 등 유행하는 시설을 경쟁적으로 카피하는 ‘복제관광’ 현상이었다.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개발은 관광객에게 식상함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 간 제로섬 경쟁을 유발하여 관광 만족도를 전반적으로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어 왔다.
성공적인 ‘허브-스포크(Hub-Spoke)’ 모델은 마치 잘 기획된 테마파크와 같은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 테마파크가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 구역(Dynamic Zone)과 휴식을 위한 정원 구역(Relax Zone)으로 나뉘어 방문객의 경험을 다채롭게 하듯, 관광권 역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즉, 현대적 인프라와 쇼핑,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허브 도시’와, 고유의 역사·문화·자연 치유 콘텐츠를 보유한 ‘스포크 도시’가 결합할 때 비로소 관광의 효용이 극대화되는 ‘완벽한 합’이 완성된다.
Hub & Spoke Best Practices: 부산(허브/해양·도시)과 경주(스포크/역사·전통)의 결합은 일본의 오사카(미식·상업)와 교토(전통·문화) 모델에 비견될 최적의 상호 보완 사례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서울(쇼핑·도시)과 춘천(자연·휴식), 서울(현대)과 인천(개항 역사), 속초(해양)와 고성(DMZ·안보) 등 이질적인 콘텐츠 간의 결합을 통해 관광권의 매력을 입체화하는 것이 향후 관광권 설계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바운드 입국 경로는 사실상 인천·김포공항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다. 현재 전체 외래 관광객의 약 75%가 수도권 공항으로만 유입되는 구조는 마치 모래시계의 병목과도 같다. 또한 양양·무안공항은 국제선 기능을 상실한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했고, 제2의 관문인 김해공항조차 일본 국적기 취항이 전무한 실정이다. 2025년 기준 우리 국적 항공사는 일본 31개 도시에 직항편을 운항하지만, 일본 국적 항공기는 인천과 김포 단 2곳에만 취항하고 있다. 이러한 항공 네트워크의 비대칭은 인·아웃바운드 관광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관광수지 적자를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어느 나라든 해외여행 시 자국 항공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항사의 지방공항 취항 부재는 명백한 ‘접근성 불균형’이다.
그동안 우리 지방공항은 자국민을 해외로 실어 나르는 기능에 치중해 왔다. 이제는 이를 인바운드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일본의 ‘지방 공항 부활 전략’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중앙정부·지자체·교통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해외 LCC를 지방 소도시에 적극 유치했고, ‘방일유객공항지원사업’을 통해 대만·홍콩·태국 등 아시아 젊은 층이 일본 소도시를 직항으로 방문하는 흐름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었다. 우리 역시 착륙료 감면, 슬롯 확대, 운항 보조금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권역별 거점 공항에 ‘앵커 외항사’를 유치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 사업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많은 외항사를 지방공항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외항사 유치는 출발점일 뿐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관광객이 숙소와 관광지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지상 교통의 모세혈관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공항–허브도시–스포크도시를 잇는 직행버스, 수요응답형 교통(DRT), 권역 내 투어 패스, 외국인 전용 렌터카 시스템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연계해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수준의 편의성을 보장해야 한다. 하늘길을 여는 것이 초대장이라면, 땅길을 연결하는 것은 진정한 환대다.
물론 초기에는 상당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 공항공사의 착륙료 감면과 운영비 확대 등 정책 주체 간 협력적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첫해부터 비용 대비 편익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초기 고정비를 전략적으로 투입하면 지렛대 효과에 따른 관광객 증가는 비교적 단기간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공항이 활기를 되찾고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는 순간, 지역경제의 회복은 자연스러운 귀결이 될 것이다.
관광권에 대한 해외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프로모션 전략이 필요하다. 초기 관광권 안착 단계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몇몇 핵심 권역을 해외 관광객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브랜드 포지셔닝(Brand Positioning)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에 가면 서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또는 ○○권역도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타겟 국가와 연령대에 적합한 대중매체와 SNS 채널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광고·홍보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전문적 영역으로, 한국관광공사를 중심으로 지자체와의 유기적 협업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 역시 모든 권역을 동일하게 지원하기보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몇몇 전략 권역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인지도를 먼저 끌어올려야 한다. 인지도는 결국 방문으로 이어지며, 초기 단계에서는 이미지의 세밀함보다 ‘회상되는 이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방문객의 실질적 소비를 유도하는 ‘락인(Lock-in)’ 전략이다. 관광객이 해당 권역에 도착한 이후, 권역 내에서 이동·체험·쇼핑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마쓰야마의 무료 셔틀, 하코다테의 지역 명물 전차 무료 쿠폰, 다카마쓰의 쿠폰북 정책은 관광객에게 ‘오면 이득’이라는 명확한 효용을 제공함으로써 만족도와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는 값싼 여행이 아니라, 혜택이 있는 여행이라는 인식을 형성하는 전략이었다.
우리 역시 권역 내 이동, 숙박, 체험, 상품 구매를 연계한 ‘통합 디지털 바우처’ 지원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할인쿠폰과 이용쿠폰 정책은 기본이지만, 이를 종이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타겟층인 20·30대 MZ세대 관광객은 디지털 세대이며, 스마트폰 기반의 소비에 익숙하다. 따라서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와 국내외 여행 플랫폼 앱(App)과 연동해, 관광객이 스마트폰 하나로 교통·입장권·체험·할인 혜택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행 플랫폼은 관광객과 직접 맞닿아 있는 접점이자, 가장 효율적인 프로모션 채널이다.
물론 이러한 초기 프로모션에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인바운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초기 고정비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권역 내 소비가 활성화되고 재방문과 구전 효과가 축적되면 그 파급력은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관광권 전략은 해외에서 각인시키고, 현지에서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의 정교한 설계에 달려 있다.
관광권 조성의 성패는 결국 ‘강력한 컨트롤 타워’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 그동안 우리 지자체들은 인접 도시를 협력 파트너가 아닌 경쟁 대상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관광객에게 행정상의 경계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광객의 시선에서 보면 인근 지역은 모두 하나의 관광 옵션일 뿐이며, 원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더 편리하게 연결해 즐길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허브-스포크로 연결된 광역 관광권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DMO 간 협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운영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일본의 ‘세토우치 광역 DMO’ 모델은 강력한 벤치마킹 사례다. 세토우치는 오카야마·히로시마·야마구치·에히메·가가와·도쿠시마·효고 등 7개 현이 연합해 ‘세토우치’라는 단일 브랜드를 구축했다. 이들은 각 현의 고유 관광자원을 공유하면서 중복 사업을 조정했고, ‘세토우치 지역 패스’라는 통합 교통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관광 정책의 의사결정 권한도 광역 DMO 기구에서 일원화했다. 지자체 단위 관광의 한계를 넘어 초광역 단위의 브랜드와 실행 체계를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우리 역시 관광권이 지정된다면 단순한 협의체 수준을 넘어, 예산 집행권과 사업 조정권을 갖춘 ‘초광역 관광 거버넌스’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개별 지자체에 예산을 분산 배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 통합 거버넌스 기구에 예산을 일괄 배정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지원 체계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관광권 내 이해관계를 조정할 권한이 없는 구조에서는 중복 투자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비용-편익 관점에서 예산 낭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아울러 광역 관광권이 형성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한 타겟 설정과 차별화된 청사진 수립이다. 경상권·강원권·전라권은 겉보기에는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보유 자원과 관광 스토리가 전혀 다르다. 각 권역만의 브랜드 콘셉트와 스토리라인을 정립하고, 이를 통합적 관점에서 브랜딩해야 한다. 초기에는 매력도가 높은 핵심 관광지를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우선 연결하고, 이후 주변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즉, 관광권 내부에서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필요하다.
결국 초광역 거버넌스는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교통 연계·예산 배분·성과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실행 체계다. 행정 경계를 넘는 관광객의 동선에 맞춰 제도 역시 경계를 넘어설 때, 관광권 조성 사업은 비로소 선언이 아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관광권을 단순한 행정 협력 단위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적 사업 단위(SBU, Strategic Business Unit)’로 규정해야 한다. 이는 관광권을 느슨한 연합체가 아니라, 목표·성과·책임이 명확한 정책 사업 단위로 관리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 기업들이 기능별 조직에서 벗어나 사업단위별 책임경영 체계를 도입해 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듯이, 관광권 역시 ‘전략적 지역관광 사업단위’로 설정하고 계획–운영–통제–환류가 작동하는 경영형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순 방문객 수에 의존하는 1차원적 통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광권의 성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관리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층적인 핵심 성과 지표(KPI)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주요 지표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경제 지표: 1인당 지출액, 평균 체류 일수, 재방문율, 관광권 내 소비·생산·고용 유발 효과
관광 지표: 브랜드 인지도, 상품 판매 성과, 프로모션 효과, 관광수용태세 수준
만족도 지표: 소셜 미디어 버즈(Buzz) 규모, 추천 의향 지수(NPS)
상생 지표: 지역 주민 수용도, 지역 내 소비의 낙수 효과, 지역 역량 강화 수준
또한 관광권을 구성하는 각 지역의 고유 자원과 특성을 반영한 비교·추세 분석 시스템을 마련해, 관광권 간·지역 간 성과를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여러 지자체의 관광자원이 결합된 관광권 역시 명확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합리적 평가와 보상 체계 없이는 공공 관광 사업의 지속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매년 KPI 기반의 종합 평가를 실시하고, 성과가 우수한 관광권에는 파격적인 예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부진한 권역에는 컨설팅·구조조정·전략 재설계를 요구하는 신상필벌의 환류 시스템(Feedback Loop)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처벌을 위한 통제가 아니라, 정책사업 단위로서 관광권의 책임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장치다.
아울러 이러한 성과 체계는 숙박·음식·교통·안내 등 관광수용태세 확충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관광객의 정보 탐색·예약·결제·이동은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관광권의 성과 관리 역시 데이터 수집과 분석, 디지털 플랫폼 연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
결국 관광권을 전략적사업단위(Strategy Business Unit, SBU)로 본다는 것은 ‘관광은 감이 아니라 관리(Management)의 대상’이라는 인식 전환이다. 명확한 목표, 측정 가능한 지표, 객관적 평가, 그리고 예산과 연동된 환류 체계가 작동할 때, 관광권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언: 인바운드 관광권, ‘관광 대국’으로 가는 게이트웨이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일본인 여행객, 강릉의 한 카페에서 커피 향을 즐기던 중국인 커플, 그리고 전주의 한 식당 옆자리에서 유창한 영어로 떡갈비의 맛을 감탄하던 홍콩인 가족. 이 글을 맺는 지금, 현장에서 스쳐 지나갔던 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문득 궁금해진다. 단체 패키지 여행객도 아니었던 그들은 과연 어떻게 부산까지 내려왔고, 강릉으로 넘어갔으며, 전주에 닿았을까? 아마도 인천공항에 내려 복잡한 서울을 거쳐, KTX와 고속버스를 갈아타는 기나긴 여정과 낯선 환승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목적지에 다다랐을 것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들의 방문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미안함이 앞선다. 우리는 지방 곳곳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과연 그들에게 ‘이동의 고단함’을 상쇄할 만한 만족스러운 경험을 온전히 제공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결국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의 본질은 세계인을 향해 더 넓고 편리한 문을 여는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4~5개의 잠재력 있는 관광권이 존재한다. 여기에 단절된 이동의 혈관을 잇고, 숨겨진 자원을 재정비하는 노력만 더해져도 대한민국은 수도권 못지않은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다수의 글로벌 관광 거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매년 10% 이상 급성장하는 인바운드 관광 수요를 더 이상 서울이라는 단일 허브만으로 감당하기는 벅차다. 이제는 새로운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을 통해 관광객의 공간적 분산과 확산을 유도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결코 서울의 관광객을 지방으로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울은 여전히 한국 관광의 절대적인 관문이자 프리미엄 허브로서 기능하되, 지방은 서울이 줄 수 없는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하며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상생의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분명한 점은,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의 핵심은 공항과 도로를 더 짓는 물리적 하드웨어의 확충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흩어진 콘텐츠를 스토리로 엮고, 단절된 권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성과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에 가깝다. 관광객의 동선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소비 콘텐츠를 채워 넣으며, 지역 간 협력을 제도화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때, 비로소 관광권은 하나의 살아 숨 쉬는 경제 단위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DMO 등 모든 정책 이해관계자들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부처 간의 칸막이와 지역 이기주의라는 오래된 관행과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정책적 회피와 핑계를 용인할 여유가 없다. 관광을 통해 창출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공유하고, 제2의 반도체 산업인 관광 산업을 수출 역군으로 육성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 아래 ‘원팀(One Team)’으로 뭉쳐야 한다.
향후 5년 내 외래 관광객 3천만 명 시대의 도래는 이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목전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거대한 유입의 파도를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초래할 혼잡과 기회손실로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 경제의 질적 도약을 견인할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승화시킬 것인가? 그 성패의 열쇠는 결국 관광 수용력을 획기적으로 분산·확대하는 ‘관광권의 구조적 재편’과 방문객 경험 가치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의 고도화’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바운드 관광권 조성은 단순한 정책적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관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국가생존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