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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관광 적자를 내수 활력으로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관광 적자를 내수 활력으로

 

장수청,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야놀자리서치 원장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한국 관광산업은 마치 ‘밑 빠진 독’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열심히 물을 붓고 있지만(인바운드 유치), 정작 담기는 물보다 새어 나가는 물(아웃바운드 유출)이 훨씬 많아 수위가 좀처럼 차오르지 않는 형국이다.

 

야놀자리서치 인사이트가 지난호에 공개한 바와 같이, 2026년 대한민국의 인바운드는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지만, 아웃바운드는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연간 5,000만 명 이상의 국경 간 이동이 발생하는 ‘대이동의 해’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의 이면에는 인·아웃바운드 격차가 1,000만 명에 달하는 심각한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될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를 넘어, 우리 관광 생태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매력 자본’의 결핍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이 문제는 이미 과거의 성적표에서도 분명히 드러난 바 있다. 2019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750만 명이었을 때 해외로 떠난 한국인은 무려 2,871만 명에 달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행을 목적으로 국경 밖으로 이동한 셈이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잠시 억눌렸던 여행 본능은 엔데믹과 함께 봇물 터지듯 분출되었고, 그 결과 2024년 우리는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관광수지 적자라는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이 적자 구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야놀자리서치는 2026년 인바운드가 역대 최대 수준인 약 2,076만 명(최대 2,126만 명)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동시에 아웃바운드 역시 3,023만 명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인바운드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아웃바운드 역시 팽창하며 ‘1,000만 명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수출해 어렵게 벌어들인 국부가, 여행이라는 ‘경험 소비’를 통해 구조적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아웃바운드의 불균형은 단순한 통계상의 적자를 넘어, 지역 경제의 혈관을 서서히 마르게 하는 주범이다. 국민이 지갑을 해외에서 열수록, 국내 지방 도시의 식당과 숙소,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은 활력을 잃고 소멸의 위기로 내몰린다. 반대로 생각하면, 국민이 국내 여행에서 충분한 즐거움과 가치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지갑을 여는 ‘인트라바운드(국내여행)의 활성화’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내수 진작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분명해진다. 우리는 왜 국내가 아닌 해외로 떠나는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소비자는 언제나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비슷한 비용이라면 더 나은 서비스와 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일본이나 동남아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선택이다. 과거처럼 “애국심으로 국내를 여행하자”는 호소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시대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는 이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지방 소도시 하나하나에 고유한 색깔을 입히고,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조차 반복 방문하고 싶어질 만큼 디테일한 콘텐츠로 내수 관광시장을 구축했다.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나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지로는 대체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창출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본 인사이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2026년 수요 예측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기울어진 운동장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자 한다. 특히 인바운드 2,000만 명 시대의 개막이라는 호재 속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아웃바운드 규모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비대칭성을 면밀히 분석하고자 한다. 나아가 일본의 성공 방정식을 벤치마킹하고, 국내 관광 활성화의 실질적인 전략을 모색하려 한다.

 

억지스러운 캠페인이 아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국내 여행을 선택하게 만드는 ‘매력의 재설계’.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연간 14조 원이 넘는 관광수지 적자를 메우고, 지역 경제에 다시 따뜻한 피를 돌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이 보고서가 정부의 정책 입안자, 관광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종사자, 그리고 학계의 연구자들에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통찰과 영감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현황 진단

 

2026년 전망: 사상 최대의 이동, 그러나 여전한 불균형


지난 수년간 한국 관광산업의 성적표를 분석해보면, 인바운드(외국인 방한여행)와 아웃바운드(내국인 해외여행)는 마치 서로 다른 중력이 작용하는 듯 현저한 속도 차이를 보여왔다. 특히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충격 이후 나타난 회복 과정에서의 '비대칭성'은 우리 관광산업의 취약한 기초체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표다.

 

위에서 설명한 2019년은 이러한 불균형의 기준점이 되는 해였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해외로 떠난 내국인의 수는 이미 1.6배의 격차가 존재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의 상황은 이 격차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2024년 통계를 살펴보면 아웃바운드는 2,872만 명을 기록하며 2019년 수준을 100% 회복했다.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것이다. 반면, 인바운드는 1,696만 명으로 2019년 대비 93.5% 회복에 그쳤다.

 

이러한 불균형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발표한 야놀자리서치의 LSTM 기반 예측 모델에 따르면, 2026년 인바운드 관광객 수는 한일령에 따른 반사이익 등 긍정적 시나리오를 반영할 경우 최대 2,126만 명에 달해 사상 최초로 2,000만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아웃바운드 수요 역시 3,023만 명으로 증가하여 팬데믹 이전 고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인·아웃바운드 간 약 1,000만 명의 격차는 유지될 것이며, 이는 단순한 방문객 유치 확대 정책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만성적인 과제임을 시사한다. 전 세계 관광 시장이 회복을 넘어 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한국 관광산업은 들어오는 문보다 나가는 문이 훨씬 넓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러한 회복의 '비대칭 현상’은 천문학적인 관광수지 적자로 귀결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국경 이동이 멈췄던 시기 잠시 주춤했던 적자 폭은,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2023년 약 97억 달러였던 적자 규모는 2024년 들어 사상 최대인 약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지갑을 연 금액(164억 5천만 달러)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금액(264억 9천만 달러)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한국 관광산업이 벌어들인 외화를 내부에서 순환시키지 못하고 해외로 유출시키는 누수 구조에 갇혀 있음을 나타낸다. 

 

 

구조적 원인: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와 획일화된 공급의 미스매치

 

100억 달러 적자의 이면에는 수요(소비자)와 공급(관광 인프라/상품.서비스) 간의 뿌리 깊은 '미스매치'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단순히 보복 소비 심리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한국 소비자의 여행 기대치가 급격히 높아졌다. 소득 수준 향상과 여행 자유화 시대를 거치며 축적된 다양한 해외여행 경험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특히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 세대에게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SNS에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자본'의 획득 과정으로 이해할 수있다. 이들은 "비슷한 비용이라면 더 확실한 이국적 경험과 고품질의 서비스"를 찾아 떠나는 합리적 소비를 지향한다. 엔저 현상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이나, 이색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동남아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체재다. 국내 여행지가 제공하는 경험의 밀도가 이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소비자는 주저 없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공급 측면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한국 관광은 고질적인 서울 공화국 현상과 콘텐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외래 관광객의 70%~80%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서울에게는 오버투어리즘을, 지방에게는 소멸의 위기를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지방 관광의 대응 방식이다. 각 지역만의 고유한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여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만드는 대신,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같은 하드웨어 시설을 복제하는 데 치중해 왔다. 이는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어디를 가도 다 똑같아 보인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의 부재는 결국 내국인의 해외 이탈을 부채질하고, 외국인에게는 "한국은 서울 한 번 찍으면 더 볼 것 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불균형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고도화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체된 공급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 결과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실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과 선호도 차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치 인식 차이

 

소비자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과정은 거리나 비용을 따지는 단순한 산술적 계산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 어떤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가치 판단의 과정이다. 현재 한국 관광산업이 직면한 아웃바운드 쏠림 현상의 이면에는,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뇌 구조 속에 뿌리 깊은 ‘심리적 이분법’과 ‘신뢰 자본의 붕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도파민(설렘)’과 ‘세로토닌(편안함)’의 비대칭성. 우선, 소비자에게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은 뇌가 반응하는 기제 자체가 다르다. 해외여행의 핵심 동인은 ‘이색적 경험’과 ‘새로운 자극’이다. 낯선 이국적 환경이 주는 긴장감과 희열, 즉 뇌 속의 ‘도파민’을 추구하는 행위다. 반면, 국내여행은 익숙한 언어와 환경 속에서의 ‘휴식’과 ‘안정’, 즉 ‘세로토닌’을 추구하는 행위로 인식된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때, 단순한 휴식보다는 비일상적인 모험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에게 해외여행은 SNS에 기록하여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인생의 하이라이트이자 확실한 투자처다. 반면, 국내여행은 주말의 연장선이거나 언제든 갈 수 있는 소소한 나들이 정도로 격하된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 "해외는 떠나는 여행이고, 국내는 잠시 다녀오는 것"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는 한, 국내여행이 해외여행의 매력도를 넘어서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둘째, 가치 인식의 괴리(Value Gap): “국내는 반값도 비싸다”. 이러한 심리적 차이는 냉정한 경제적 가치 평가로 직결된다. 소비자들이 국내여행을 외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내 여행 상품이 그만한 지불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야놀자리서치의 조사 결과는 이러한 ‘심리적 할인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응답자의 54%는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갈 의향은 있지만, 비용은 해외여행 예산의 30~50% 수준만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해외여행과 동일한 비용을 지불할 의향은 단 18%에 불과 했다. 이는 소비자의 마음속 대차대조표에서 국내여행이라는 상품이 해외여행 대비 절반 이하의 가치로 평가절하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즉, 심리적으로 현재의 국내여행은 해외를 가지 못할 때 선택하는 저렴한 대체재로 포지셔닝되어 있는 것이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이 돈이면 차라리...”라는 비교 심리다. 예컨대 강원도의 풀빌라 1박 요금이 50만 원을 호가할 때, 소비자는 즉각적으로 베트남 다낭의 5성급 리조트나 일본의 료칸을 떠올린다. 절대적인 비용은 해외가 더 들더라도, 지불한 비용 대비 얻는 효용(만족감)은 해외가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는 경제 판단의 결과다.

 

셋째, ‘바가지’와 ‘복제’가 부른 신뢰 자본의 고갈. 낮은 가치 인식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바로 ‘신뢰의 붕괴’다. 휴가철마다 반복되는 숙박업소의 과도한 요금 인상과 지역 축제의 터무니없는 음식 가격 논란(예: 비계 삼겹살 파동)은 소비자에게 가격 저항을 넘어서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소비자는 단순히 비싼 것보다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때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여행을 가면 호구가 된다”는 자조적인 인식은 회복하기 힘든 깨진 유리창이 될 수 있다.

 

반면, 일본 여행 열풍의 본질은 단순한 엔저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에 있다. 일본은 도쿄의 편의점이든 시골의 료칸이든 가격에 걸맞은 균질한 서비스와 투명한 정찰제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적어도 바가지는 쓰지 않고,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본을 택한다. 즉, 국내여행은 불확실한 고비용 리스크가 되었고, 일본 여행은 확실한 보상이 따르는 믿을만한 소비가 된 것이다.

 

넷째, 세대 간 인식의 단절과 미래의 위기. 더욱 뼈아픈 것은 미래 전망이다. 현재 국내 관광시장은 언어 장벽이나 건강 문제로 해외 이동이 어려운 5060세대를 포함한 시니어 세대의 관성적 수요에 의해 겨우 지탱되고 있다. 반면, 미래 소비의 주축인 2030세대는 SNS를 통해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해외여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없다. 이들에게 국내여행은 해외를 못 갈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차선책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이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갑자기 국내여행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관광의 지지 기반이 구조적으로 붕괴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다시 해석하면, 현재 소비자의 마음속 대차대조표에서 국내여행은 해외여행에 비해 매력은 낮고 비용은 과한 열등재로 분류되고 있다. 이 견고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이나 단순한 할인 쿠폰 지원만으로는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다행히 우리보다 앞서 이와 유사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사례가 있다.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한때 내수 침체와 관광 매력도 저하로 고전했으나, 과감한 정책 전환과 디테일한 콘텐츠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 대국으로 거듭났으며, 동시에 자국민의 지방 여행을 부활시켰다. 일본이 어떻게 죽어가는 지방을 가고 싶은 여행지로 변모시켰는지, 그 구체적인 성공 전략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일본의 사례:  ‘지방 창생’ 전략을 통한 일본 관광의 극적 부활

 

한국 관광산업이 현재 맞닥뜨린 불균형과 지방 소멸의 위기는 사실 10여 년 전 일본이 먼저 겪었던 고통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 위기를 관광이라는 무기를 통해 극적인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장기 침체 속에서, 일본은 관광산업을 단순한 여가 산업이 아닌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자 '지역 소멸을 막는 방파제'로 재정의했다.

 

특히 2012년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은 '관광입국'을 국시로 내걸고,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6천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 결과, 2013년 1천만 명 수준이었던 방일 외국인은 2019년 3,188만 명으로 수직 상승했고, 여행 지출액은 4조 8천억 엔(약 45조 원)에 달했다. 관광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단기간에 관광 대국으로 도약한 일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핵심에는 아래에서 설명할 '디테일의 혁신'과 '지방의 재발견'이 있다.

 

 

첫째, [인프라 혁신] 막힌 혈관을 뚫다: LCC와 지방 공항의 연결

 

일본은 가장 먼저 외국인이 지방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게 물리적 장벽을 허물었다. 도쿄와 오사카라는 대동맥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곳곳에 위치한 22개 지방 공항을 국제선 허브로 변모시켰다. 특히 해외 저비용항공사(LCC)를 적극 유치하고, 지방 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2차 교통망(셔틀버스, 철도 패스 등)을 촘촘하게 짰다. 이는 외국인이 도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홋카이도의 설경이나 규슈의 온천으로 직행할 수 있는 하늘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 결과, 2019년 방일 외국인의 지역 방문 분포는 도쿄(47%), 오사카(38%), 교토(35%), 가나가와(28%) 등으로 이상적인 분산을 이뤄냈다. 외래 관광객의 70~80%가 서울에만 갇혀 있는 한국의 현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교통 인프라 혁신을 통해 지방 관광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 [거버넌스 혁신] DMO, 지역 관광의 '컨트롤 타워'를 세우다

 

일본 관광 성공의 숨은 주역은 바로 DMO(Destination Management Organization, 지역관광관리조직)다. 일본은 중앙 정부가 예산을 내려주면 지자체가 집행하고 끝나는 수동적 방식에서 탈피했다. 대신 지자체, 민간 사업자, 주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관광을 경영하는 '공공과 지역기반 협력' 조직인 DMO를 전국적으로 도입했다. 이들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타겟 마케팅을 펼치며, 수익을 창출해 지역에 재투자하는 '관광 경영'을 수행하고 있다.

 

  • 세토우치 DMO: 히로시마 등 7개 현이 연합한 광역 DMO로, 세토 내해의 섬들을 연결하는 호화 유람선과 자전거 투어 등을 개발해 동양의 지중해라는 브랜드를 구축했다. 그 결과 외국인 숙박객은 2014년 105만 명에서 5년 만에 200만 명으로 2배 급증했다.
  • 미나미오구니 DMO: 인구 4천 명의 소멸 위기 산골 마을을 세련된 힐링 명소로 브랜딩했다. 온천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고급 료칸과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해, 관광이 주민 소득으로 직결되는 모델을 만들어 냈다.

 

셋째, [콘텐츠 혁신] 'Only One' 테마로 승부하다

 

일본은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백화점식 나열 대신, 지역마다 확실한 한 방, 즉 ‘킬러 컨텐츠’를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홋카이도는 '파우더 스노우'를 내세워 전 세계 스키어들의 성지가 되었고, 오키나와는 '아시아의 하와이'로, 교토는 '가장 일본다운 전통'으로, 규슈는 '온천과 미식'으로 각자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한 재생 콘텐츠다. 폐선 부지를 활용한 관광 열차, 버려진 고택을 개조한 럭셔리 호텔, 시골 빈집을 활용한 예술가 레지던시 등은 낡음을 '힙 함'으로 승화시켰다. 이러한 콘텐츠의 다양성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국내에도 아직 가볼 곳이 많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인트라바운드(내국인 국내여행) 활성화의 동력이 되었다.

 

 

한국 관광, 무엇을 배워야 하나: ‘화장술’이 아니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의 극적인 부활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관광산업의 성공은 멋진 홍보 영상이나 일회성 축제 같은 ‘화장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뼈를 깎는 인프라 혁신과 소프트웨어의 재설계 없이는, 일시적인 유행은 만들 수 있어도 지속 가능한 산업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성공 방정식을 통해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핵심 과제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울 중심주의’를 타파하는 지방 접근성의 혁명이다. 현재 한국 관광은 모든 길이 서울로 통하는 구조다. 외국인이 지방을 가려 해도 반드시 인천공항과 서울을 거쳐야 하는 비효율적인 동선은 지방 관광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벽이다. 우리는 서울이라는 심장에만 혈액(관광객)을 과도하게 공급하는 구조를 버려야 한다. 일본처럼 지방 공항을 활성화하여 외국인이 지방으로 직접 유입될 수 있는 ‘직통 파이프’를 뚫고, 공항에서 관광지까지 이어지는 2차 교통망을 촘촘하게 연결해 모세혈관까지 피가 돌게 해야 한다.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지방 관광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둘째, 관 주도의 경직성을 탈피한 ‘민간 주도 DMO’의 정착이다.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행정 중심주의적 정책으로는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렵다.  시장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민간 전문가와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DMO)’가 작동해야 한다. 국내외 OTA 등과 협조하에 데이터에 기반하여 타겟을 설정하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경영 마인드가 지역 관광 조직에 이식되어야 한다. 관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민간의 야생성과 창의력이 춤추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셋째, ‘복제’를 멈추고 ‘오리지널리티’를 회복하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출렁다리를 놓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식의 ‘붕어빵식 개발’은 이제 멈춰야 한다. 어디를 가나 비슷한 풍경과 기념품으로는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 지역만의 고유한 역사,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녹아 있는 스토리와 체험을 발굴해야 한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관광에서 진리다. 남을 흉내 내는 아류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유일함으로 승부할 때 비로소 소비자는 지갑을 연다.

 

결국 일본 성공의 본질은 관광을 매개로 사람을 지역으로 불러 모으고, 그들이 쓴 돈이 지역 경제의 활력소가 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일본에게 배워야 할 진짜 비결이다.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공급 혁신과 시장 신뢰의 회복

 

우리는 앞서 소비자가 국내여행을 외면하는 이유가 ‘매력 자본의 부족’과 ‘신뢰의 붕괴’에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해법은 명확하다. 아웃바운드를 억지로 막는 쇄국정책이 아니라,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가 더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판을 새로 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급 측면의 콘텐츠 혁신, 수요 측면의 심리적 유인,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거버넌스의 삼각편대가 필요하다.

 

첫째, [공급의 혁신] '누구나'를 위한 관광은 없다: 타겟의 세분화와 공간의 재발견

 

“한국에는 갈 곳이 없다”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는 타겟 맞춤형 핀셋 전략과 공간의 업사이클링이 결합되어야 한다. 더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밋밋한 관광 상품은 통하지 않는다.

 

① 도파민과 힙을 쫓는 MZ세대: ‘재생 공간’과 ‘액티비티’. 젊은 세대에게 여행은 ‘인증’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낡은 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공간 업사이클링이다. 부산의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F1963’이나, 문래동 철공소 골목이 힙플레이스가 된 것처럼, 유휴 공간(폐교, 폐공장, 구도심)에 예술과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여기에 서핑, 패러글라이딩, e스포츠 축제 등 ‘도파민’을 자극하는 액티비티를 결합하여, “한국에도 이런 힙한 곳이 있었어?”라는 감탄사를 이끌어내야 한다.

 

② 품격과 휴식을 찾는 중·장년층: ‘프리미엄 웰니스’와 ‘스토리텔링’. 경제력을 갖춘 4060 세대에게 저가 패키지는 오히려 독이다. 이들에게는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하이엔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남도 미식 투어, 산사에서의 프리미엄 웰니스, 지역 장인과 함께하는 프라이빗 문화유산 투어 등 깊이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60대 이상 시니어 계층에게는 편안한 이동수단과 추억을 자극하는 레트로 여행(근대사 투어, 영화 촬영지)을 결합해, 해외보다 편안하면서도 정서적 충만감을 주는 시니어 관광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

 

③ 공간의 광역화: ‘점’을 이어 ‘선’과 ‘면’으로. 개별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의 ‘세토우치’가 7개 현의 섬들을 연결해 세계적 명소가 된 것처럼, 한국도 행정구역을 넘어선 ‘광역 관광 루트’를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남해안 해양벨트’나 ‘백두대간 생태루트’처럼 인접 도시들이 연합하여 2박 3일 이상의 체류형 코스를 만들어야만, 서울을 벗어난 지방 관광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수요의 유인] 가격 저항선을 뚫고 신뢰를 심다


매력적인 상품이 준비되었다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만들 트리거가 필요하다. 이는 경제적 인센티브와 심리적 신뢰 회복의 투트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① ‘바가지’ 오명을 씻는 신뢰 프로세스. 가장 시급한 것은 무너진 신뢰의 복구다. 국내여행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광지 물가 모니터링을 상설화하고, 품질 인증제를 통해 가격 대비 서비스 수준을 보증해야 한다. “이 마크가 있는 곳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소비자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② 지갑을 여는 마중물: 가격 인센티브와 휴가 문화. 초기 수요 견인을 위해서는 과감한 가격 정책이 필수적이다. ‘숙박 세일 페스타’의 상시화나 국내 여행 경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더불어 ‘워케이션’이나 ‘분산 휴가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주말과 성수기에만 몰리는 수요를 평일과 비수기로 분산시키는 여행의 일상화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 [거버넌스]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관광의 교향곡


아무리 훌륭한 악보(전략)가 있어도, 연주자들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 소음일 뿐이다. 관광 산업의 체질 개선은 중앙정부의 정책, 지자체의 실행력, 그리고 민간의 창의성이 오케스트라처럼 정교하게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위해 각 주체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역할 정의가 필요하다.


① 중앙정부: 판을 깔고 조율하는 ‘지휘자’. 중앙정부의 역할은 세세한 간섭이 아니라, 거시적인 '판'을 만드는 것이다.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있는 관광 정책을 통합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콘트롤 타워’를 가동하여 엇박자를 조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과 지자체가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고, 교통이라는 혈관을 뚫어주는 일이다. 지방 공항 활성화와 KTX 노선 확충 등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관광특구 확대 등)를 통해 산업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 지휘자의 핵심 임무다.


② 지방정부 & DMO: 현장을 누비는 ‘야전 사령관’. 지방정부는 현장의 최전선에서 뛰는 플레이어다. 하지만 관 주도 보다는 민간 전문가와 지역 주민,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DMO가 실질적인 권한을 쥐어야 한다. 이들이 지역 고유의 색깔을 입힌 브랜딩을 주도하고,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가질 때, 천편일률적인 지역 축제 대신 살아있는 로컬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③ 민간 기업 & 스타트업: 생기를 불어넣는 ‘혁신가’. 잘 깔린 인프라 위에서 실제 소비자를 매혹시키는 선율을 연주하는 것은 결국 민간의 몫이다. 놀유니버스를 포함한 트래블 테크(Travel Tech) 기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여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스타트업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고, 대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랜드마크를 건설함으로써 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정부가 길을 내면, 민간은 그 길 위에 매력적인 상점을 짓고 스토리를 입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식이다. 결국 이 3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한국 관광은 관 주도의 동원형 관광에서 벗어나 민관 협력의 자생적 관광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다. 

 

실행을 위한 로드맵 제언: 100억 달러 적자를 넘어설 7가지 실천 과제

 

본 인사이트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처한 ‘인·아웃바운드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종합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우리는 분석을 통해 한국 관광이 만성적인 적자 구조와 ‘가치 인식의 괴리’에 갇혀 있음을 확인했고,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인프라와 콘텐츠의 디테일이 어떻게 관광의 흐름을 바꾸는지 파악했다. 나아가 세대별 맞춤 전략과 공간의 재발견, 그리고 민관 협력 거버넌스라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아무리 정교한 전략도 책상 위의 보고서로 남는다면 무용지물이다. 100억 달러의 적자를 내수 활력으로 전환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되어 착수해야 할 7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한다.

 

1. [목표 설정] 중장기 로드맵 수립. 막연한 기대가 아닌 숫자로 증명되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2030년 인바운드 3천만 명, 관광수지 균형 달성"과 같은 명확한 마일스톤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외래객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질적 지표와 성과에 해당하는 인당 지출액, 재방문율도 포함해야 한다. 또한 내국인의 국내 여행 횟수, 지방 관광 소비액 증가율 등 ‘내실’을 측정할 수 있는 핵심 성과 지표(KPI)를 수립하고 이를 국가적 아젠다로 관리해야 한다.

 

2. [데이터 경영]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피드백 루프. 현대의 관광은 데이터 산업이다. 매년 발표되는 사후 통계에만 의존해서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동 통신 데이터, 카드 소비 데이터, 숙박 예약 데이터 등을 융합하여 인·아웃바운드의 흐름을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해야 한다.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객의 불만은 어디서 터져 나오는지 진단하고 즉각 수정하는 ‘데이터 피드백 루프’가 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정책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화석이 아니라, 데이터를 먹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물이어야 한다.

 

3. [애자일 전략] ‘작게 시작해 크게 키우는’ 시범사업과 확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다.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애자일(Agile)’ 접근법이 필요하다. 특정 거점 지역을 관광 혁신 테스트베드로 지정하여 DMO 모델이나 테마여행 할인 주간 등을 먼저 시범 운영해야 한다. 작은 성공 사례가 검증되면, 이를 표준화하여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단계적 전략이 효율적이다. 성공 모델이 나오면 다른 지자체는 자연스럽게 벤치마킹하게 된다.

 

4. [재정 혁신] 마중물 예산과 민관협력(PPP)의 결합. 비전에는 반드시 재원이 따라야 한다. 정부는 관광 예산을 통해 초기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 자본이 지역의 리조트, 테마파크, 재생 공간 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수익성을 보장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민관협력(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5. [제도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법적 토대 마련. 시스템의 안착을 위해서는 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가칭 ‘지역관광진흥 특별법’ 제정을 통해 민간 주도 DMO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관광산업의 물을 흐리는 바가지요금이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지자체가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담보해야 한다.

 

6. [인식 개선] ‘친절’을 인프라로 만드는 장기적 투자. 결국 관광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관광 종사자의 서비스 마인드 함양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투자다. 일회성 캠페인이나 구호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교육과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친절과 환대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에 가면, 혹은 지방에 가면 대접받는다”는 인식이 심어질 때, 떠났던 발길은 돌아온다.

 

7. [위기 관리] 외부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면역력’ 확보. 팬데믹, 외교 갈등, 환율 급변 등 외부 충격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호황일 때 불황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을 사전에 마련하고, 내수 시장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아 위기 상황에서도 관광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산업의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
 

결언: 100억 달러의 적자, ‘관광 대국’을 향한 가장 강력한 명분

 

본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100억 달러라는 관광수지 적자를 다시 정의하고자 한다. 이것은 단순히 메워야 할 회계 장부상의 손실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국민이 더 나은 경험을 찾아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거대한 수요를 나타내고, 한국 관광산업이 반드시 되찾아와야 할 가능성의 영토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감이 아니라, 이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과 전략적 대전환이다.

 

첫째, 관광은 ‘수출 산업’이자 ‘지역 소멸의 방파제’다. 해외로 향하는 여행객의 발길 중 단 10%만 국내로 돌려도, 수조 원의 자본이 국내에 머문다. 이 돈은 대기업이나 면세점이 아닌, 지역 경제의 메마른 모세혈관을 적시는 생명수가 된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곳에는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이 돌아오며, 마을은 다시 숨을 쉰다. 즉, 관광 활성화는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이자,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내수 방어 기제다.

 

둘째, ‘애국심’이 아닌 ‘압도적 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볼 것 없어서 나간다”는 소비자의 뼈아픈 지적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는 냉정하고 합리적이다. 애국심에 호소하여 발길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 공급부터 거버넌스까지 관광 산업의 체질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이 그랬듯, 우리도 디테일한 콘텐츠와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무장하여, 내국인조차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고 감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국인이 사랑하지 않는 여행지는 외국인에게도 매력이 없다. 인트라바운드의 성공이 곧 인바운드 경쟁력의 원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정부-기업-지역사회가 연주하는 ‘원팀(One Team)’의 하모니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의 불균형 해소는 특정 부처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규제를 혁파하고 판을 깔아주며, 지자체와 DMO는 지역만의 색깔을 입히고,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콘텐츠로 화답해야 한다. 이 삼각편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바가지 요금과 콘텐츠 빈곤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100억 달러의 적자는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골든타임 시그널이다. 지금 우리가 ‘밑 빠진 독’을 깨뜨리고 그 자리에 매력과 신뢰라는 마르지 않는 샘을 판다면, 5년, 10년 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문화와 쉼이 있는 관광 매력 국가’로 우뚝 설 것이다.

 

외국인에게는 반드시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로, 자국민에게는 다시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터전으로 한국을 재창조하는 일. 그것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하는 일이자, 국민의 삶을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제, 건강한 관광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함께 행동에 나설 때다.

 

 

 

*본 내용 인용 시 "장수청, 최규완. (2026),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관광 적자를 내수 활력으로, Yanolja Research Insights, Vol. 36."로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