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 / kwanyoung.lee@yanolja.com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대한민국 의료관광은 ‘완전한 회복’을 넘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117만 명에 이르며, 의료관광이 제도화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49만 7천여 명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이는 한국의 의료관광산업이 더 이상 잠재력만 평가받는 주변적 플레이어가 아니라, 실제로 글로벌 의료·웰니스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주요 공급자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실적이다.
동시에 이 성과는 한국 관광산업 전체가 마주한 전환의 필요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팬데믹 이후 한국 관광산업은 단순한 회복 단계를 넘어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에 서 있다. 대량 관광객 중심의 저부가가치 모델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고부가가치 관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 전환의 중심에 바로 의료관광이 있다. 의료관광은 1회성 방문에 그치는 일반 관광과 달리, 사전검사–시술·수술–회복–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전 주기를 통해 체류기간을 늘리고, 동반자의 관광·쇼핑 소비를 동시에 발생시키며, 고객생애주기 관점에서 재방문까지 유도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외래관광객 1인당 지출이 둔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의료관광은 관광산업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파급력 있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의료관광이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볼까? 첫째, 선진국을 중심으로 의료비는 급등하고 대기시간은 길어지는 반면, 항공·비자 환경의 정상화와 정보비용의 하락으로 환자의 치료 선택권은 국경 밖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구조적 수요 이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진입하면, 단기 유입을 넘어 ‘반복 방문’과 ‘지속 수요의 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K-드라마·K-팝·크리에이터 콘텐츠로 축적된 한류의 신뢰가 미용·피부·치과·체형 교정 등 ‘몸을 맡기는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전이되고 있다. 글로벌 팬덤과 뷰티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한국 의료경험을 공유하면서 언어·정보 장벽이 낮아지고, 치료 전후에는 K-뷰티·웰니스·스파가 손쉽게 결합된다. 한류가 비용 대비 효율이 매우 높은 증폭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의료관광은 성수기·주말에만 수요가 몰리는 기존 관광과 달리, 비수기·평일 객실가동률과 도심 상권 매출을 메울 수 있어 관광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2024년의 눈부신 의료관광 성과가 곧바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성장은 K-뷰티와 연계된 피부·성형 등 미용 의료가 68%를 주도하고, 지리적으로는 서울 한 곳에 85.4%가 집중돼 있는 전형적인 ‘편중형 성장’이 존재한다. 이는 강력한 엔진이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크다. 중증질환, 재활·검진, K-웰니스 등 한국 의료의 또 다른 비교우위를 산업화하지 못하면, 시장은 미용수요의 경기·유행 변동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 더구나 시장의 팽창 속도에 비해 제도적 기반과 관리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의료관광 경쟁력의 핵심축이 ‘가격’과 ‘시술 스피드’에서 ‘신뢰’와 ‘사후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무자격 브로커에 따른 문제와 사후관리 부재는 즉시 국가·도시 브랜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현재처럼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여러 부처에 정책이 분산된 구조로는 환자 여정 전체를 하나의 서비스로 설계하기 어렵다. 의료서비스–관광·쇼핑–체류–사후관리를 하나의 ‘통합적 환자 경험(Integrated Patient Journey)’으로 묶고, 이를 뒷받침할 평가·사후추적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일원화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본 인사이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음의 네 가지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① 글로벌 의료관광 수요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② 그 위에서 한국이 2024년에 거둔 성과와 동시에 드러난 지역·품목 편중의 한계를 진단하며, ③ 태국·싱가포르·터키 등 주요 경쟁국이 의료·웰니스·체류를 어떻게 패키지화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지 비교하고, ④ 마지막으로 한국형 의료관광 모델이 갖춰야 할 핵심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의료관광객이 ‘많이 온 해’라는 기록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의료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키며, 서울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극 구조의 글로벌 의료관광 허브로 도약시키는 실질적인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동인
글로벌 의료관광시장은 이제 단순한 관광의 틈새시장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성장 시장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①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② 선진국의 의료비 급등과 공공의료 과부하, ③ 팬데믹 이후 여행 회복과 ‘치료+관광’ 결합 수요의 확장이 그 이유다.
글로벌 의료관광 수요 변화의 동인
①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세계적 고령화 추세로 인해 의료 서비스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5년 12%에서 2050년 22%로 거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며, 2030년에는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1].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심혈관질환, 관절질환, 암 등 만성질환의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기 치료와 전문 의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사망 원인의 약 74%가 심뇌혈관질환, 암, 당뇨병 등 비전염성 만성질환(NCD)으로 나타나, 질병 구조가 이미 만성질환 중심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2].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국 내 의료자원이 부족하거나 의료비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 해외로 나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즉, 의료관광은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의료 수요 격차를 메우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② 선진국 의료비용 급등 및 공공의료 과부하
의료관광을 촉진하는 또 다른 요인은 선진국 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비용 급등과 공공의료 과부하 문제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의료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공공의료체계의 비효율성이 심화되면서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치료를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환자들은 치료 목적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환율이나 기후 같은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의료관광 수요층으로 평가된다.
보건의료 관련 미국 비영리단체인 The Commonwealth Fun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은 17.8%로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은 한국의 3배 이상이다[3]. 의료 수술 건당 비용 역시 태국, 말레이시아, 터키 등 의료관광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국가에 비해 수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비용 문제뿐 아니라 공공의료체계의 과부하로 인한 진료 대기 문제도 심각하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2023년 중반 기준 약 760만 명의 진료 대기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부 심장질환 환자는 치료를 받기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영국 언론 The Independent는 영국 노동당의 발표를 인용해, 2022년 한 해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가 약 1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공의료체계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캐나다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캐나다 싱크탱크 Fraser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문의 진료까지 평균 30주(약 7개월)를 기다려야 하며, 이는 1990년대(약 9주 대기)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4].
이처럼 선진국의 의료 접근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환자들은 비용과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 의료관광을 선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료관광은 자국 내에서 제때 합리적인 비용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필수 의료 수요’를 국경 밖으로 밀어내는 강력한 푸시 팩터(Push Factor)로 작용하고 있다.
③ 팬데믹 이후 여행수요 회복과 치료+관광 복합 수요 증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제 이동이 제한되고 선택적 의료 시술이 연기되면서 억눌려 있던 의료관광 수요가, 팬데믹 해소 이후 폭발적인 보복 소비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022년 각국이 국경을 재개방하자, 미뤄둔 수술이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해외로 향하는 환자들이 급증했고, 일반 관광과 결합된 복합형 의료관광 수요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행과 건강관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치유 여행(Healing Travel)’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웰니스 관광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병원들은 치료와 연계된 관광 패키지를 개발하고, 리조트·호텔 등은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체류형 웰니스 상품을 내놓는 등 의료와 관광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사례를 보면, 2024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7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80~90% 수준 회복에 그쳤으나, 외국인 환자 수는 2019년 대비 2~3배 증가하며 팬데믹 이전을 크게 넘어섰다. 특히 일본·대만 등 일부 국가는 전체 인바운드 관광 회복률이 90% 내외에 불과한 반면, 의료 목적 방한객은 500% 이상 급증해 치료와 여행을 겸한 복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누적된 의료 서비스 지연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된 결과이자, 여행 중 건강검진이나 미용·시술을 받으려는 신흥 의료관광층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의료관광은 이제 단순한 치료 목적을 넘어 ‘치료와 회복, 그리고 체험’이 결합된 새로운 여행 패턴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의료관광 수요의 구조와 시장규모 전망
이러한 동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은 본질적으로 두 개의 상이한 축으로 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필요 기반 수요(Need-Driven Market)’와 ‘욕구·가치 기반 수요(Desire/Value-Driven Market)’이다. 이 구분은 한국 의료관광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적인 분석 틀을 제공한다.
먼저, 필요 기반 수요는 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비롯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의료비 급등과 공공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로 인해 자국 내에서 제때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다. 이에 따라 암 치료, 심장 수술, 고관절 수술 등 고난도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서는 ‘필수적 의료 이동’이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이 시장의 핵심 결정 요인은 ‘신뢰(Trust)’와 ‘임상 결과(Clinical Outcome)’이며, 환자들은 의료기관의 전문성, 의료진의 경험, 치료 성과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반면, '욕구/가치 기반 수요'는 K-컬처와 같은 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ICT 발달로 인한 정보 접근성 향상에 힘입어 확산되고 있다.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건강검진 등 경증·미용·예방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이 시장의 주류를 이룬다. 이 시장은 ‘가격(Price)’, ‘트렌드(K-Culture)’, ‘접근성(Access)’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으며, 비교적 단기적이고 유행에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소비자 행동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여 2025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2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고령화·비용·대기시간이라는 구조적 압력과 여행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의료관광은 ‘가격 경쟁력 + 접근성 + 신뢰’의 조합을 갖춘 국가에서 장기적 성장의 레버리지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바로 한국이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을 선점해야 할 전략적 골든타임이다. 의료의 신뢰성과 한류 문화의 확산, 그리고 디지털 인프라의 결합을 통해, 한국은 두 시장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형 의료관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한국 의료관광산업의 발전과 현황
앞서 살펴본 글로벌 의료관광산업의 성장 동인을 바탕으로 볼 때, 한국은 팬데믹 해소 직후 의료관광 수요를 폭발적으로 흡수하며 구조적 도약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가격 경쟁력, 접근성, 신뢰도, 그리고 한류(K-Culture)라는 강력한 레버리지가 결합되면서 의료관광 수요가 실제 성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의료관광산업의 성장과 구조적 특징
① 규모의 도약
팬데믹 이후 한국의 의료관광산업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 질적·양적 성장의 단계로 진입했다. 2024년 외국인 환자 수는 1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단순한 수요 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구조적 성장세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성장 속도는 일반 인바운드 관광객 유입보다 훨씬 가파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국의 의료 접근성 저하, 고비용 구조에 대한 회피 심리, 그리고 한류가 결합된 한국 의료의 신뢰도 상승이 맞물리며 나타난 결과이다. 즉, 팬데믹 이후 세계 의료관광 수요가 점차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② 수요의 다핵화
수요 측면에서는 한류에 대한 높은 친숙도와 짧은 이동시간이라는 구조적 장점이 결합되면서 일본·중국·대만 등 주요 인접국이 의료관광 수요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보면, 일본(44.1만 명), 중국(26.1만 명), 대만(8.3만 명)이 의료관광객 수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다. 특히 일본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6.8만 명)에 비해 약 6.4배, 대만은 약 35배 급증하며 의료관광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역시 2020년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가며, 한·중 간 의료교류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의료관광이 과거처럼 특정 국가(예: 중국)에 의존하던 단극 구조에서 벗어나, 일본·대만·중국 등 다핵화된 수요 포트폴리오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근거리권 환자들은 체류 기간이 짧고 재방문율이 높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수요 기반(Sustainable Demand Base)을 형성하고 있다.

③ 의료지출 포트폴리오의 변화
지출 측면에서도 변화가 매우 뚜렷하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총 진료비 지출은 4,091억 원에서 1조 2,401억 원으로 약 세 배 확대되었다. 특히, 지출 구조의 중심이 기존의 내과·치과 중심에서 피부과와 성형외과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피부과 진료비는 2019년 597억 원에서 2024년 6,023억 원으로 약 10배 증가하였으며, 성형외과와 합산할 경우 두 진료과가 전체 진료비의 77.3%를 차지한다. 이는 팬데믹 이후 의료관광 수요가 결정이 빠르고 체류 기간이 짧은 시술형·외래형 진료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대학병원은 고난도 수술과 장기 입원 환자 중심의 진료 특성상, 병상 및 수술 슬롯 제약으로 인해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미국·일본이 한국 의료관광의 핵심 시장으로 재편되었다. 중국은 2019년 1,430억 원에서 2024년 3,560억 원으로 약 2.5배 증가하며 최대 지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은 720억 원에서 2,550억 원으로 확대되며 꾸준한 고가 진료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412억 원에서 2,210억 원으로 약 5배 증가하여, 근거리권 의료관광의 고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대만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2019년 36억 원에서 2024년 815억 원으로 급증하였다.
이처럼 주요 국가의 소비 증가와 피부·성형 중심의 진료비 구조 변화는, 한국 의료관광이 미용·웰니스 중심의 고부가가치 소비형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단순한 치료 목적을 넘어 ‘건강관리와 자기관리’가 결합된 새로운 소비 패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④ 서울 쏠림 속 지역 의료관광의 가능성
공간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 의료관광의 서울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나, 동시에 지역 의료관광의 성장 가능성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외국인 환자의 85.4%가 서울에서 진료를 받으며, 이는 2019년(64.4%)에 비해 약 21%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 글로벌 인지도 높은 병원, 교통 편의성 등 서울의 경쟁우위에 기인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서울의 절대적 비중이 커지는 와중에도 부산과 제주 등 지역 거점 도시들이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부산은 약 3만 명, 제주는 약 2.2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며, 특화 진료와 관광자원의 결합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부산은 미용·성형뿐 아니라 치과·정형외과 분야의 전문 클리닉이 발전하며, 의료서비스와 해양관광을 연계한 복합형 의료관광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는 청정 환경과 휴양 인프라를 기반으로, 검진·웰니스 중심의 회복형 의료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관광객이 양적으로 크게 증가함에 따라, 수요는 점차 서울 중심의 단극 구조에서 지역 다극 구조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⑤ 높은 경험 가치
의료관광은 단순한 치료 목적을 넘어, 높은 경험 가치와 강한 충성도를 지닌 고부가가치 관광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기준 치료나 건강검진을 주목적으로 한 의료관광객의 1인 평균 지출액은 2,408달러로, 일반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의료관광이 단순 소비가 아닌, 체류 중 고급 숙박·식음·쇼핑 등 연계 소비를 동반하는 복합형 고지출 세그먼트임을 보여준다.
또한 만족도와 재방문율 측면에서도 의료관광은 일반 관광을 크게 앞선다. 의료관광객의 4회 이상 한국 방문 비중이 38.6%에 달하며,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과거 방문 경험’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의료관광이 일회성 방문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 형성형 관광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의료서비스의 품질과 신뢰도가 방문객의 재방문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수요풀(loyal demand base)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 구조를 분석해 보면, 현재 한국 의료관광 성장의 핵심 동력은 명확하다. 바로 ‘강남과 명동의 피부·성형 클리닉을 찾는 일본·중국인 관광객’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욕구·가치 기반(Desire/Value-Driven)’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결과로, K-뷰티라는 강력한 문화 브랜드가 의료서비스의 신뢰도와 결합한 대표적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한국 의료관광의 시장 편중 리스크를 드러내기도 한다. 장기적 산업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진료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지역·체류형 의료관광 모델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미용·피부 중심의 단기 시술형 시장을 넘어, 웰니스·회복·건강검진 등 중장기 체류형 의료서비스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의료관광의 법적 기반과 운영 메커니즘
한국 의료관광 제도와 발전 단계
의료관광은 치료 목적의 여행을 의미한다. 「관광진흥법」에서는 국내 의료기관의 진료, 치료, 수술 등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그 동반자가 의료서비스와 병행하여 관광하는 것을 의료관광으로 정의하고 있다. 예컨대 수술, 전문치료, 치과치료, 성형시술 등 의료적 처치를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 치료를 받고, 치료와 더불어 관광을 하는 것을 의료관광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의료관광 제도는 시장 개방 → 운영 규율 확립 → 환자 권익·품질 제고 → 디지털·사증 인프라 고도화의 단계적 경로로 진화해왔다. 정책의 설계 방향은 관광산업의 단순 확대보다는 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신뢰성 제고를 통한 글로벌 수요 유치에 초점을 두었다. 2009년 「의료법」 개정은 외국인 환자 유치행위를 합법화하고, 유치기관·유치업자 등록제 및 실적 보고 의무를 도입함으로써 시장 질서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아울러 보험회사·설계사 등의 참여 제한, 종합병원의 외국인 병상 비율 5% 이내 제한, 외국인 대상 의료광고 금지,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유치 금지 등의 보완 조항을 통해 부작용을 예방하고자 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에는 등록 요건 미비로 영세 중개업자가 난립하는 등 제도 시행기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2013년에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료관광호텔업’이 신설되어, 의료기관 내 숙박 및 편의시설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환자의 체류 편의성과 소비 동선을 확대할 수 있었으며, 외국인 병상 점유율 산정 시 1인실을 제외하도록 완화해 병상 운영의 유연성도 확보했다.
질적 전환점은 2016년 제정된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사전 설명 의무, 분쟁조정·배상 체계, 의료통역사 인증제, 전문인력 교육, 유치의료기관 평가·지정제(KAHF), 유치수수료 상한제(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병원 20%, 의원 30%), 지정장소 내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공항·무역항·면세점 등) 등을 도입해 품질과 질서, 그리고 브랜딩을 동시에 강화했다. 또한 해외진출 지원 근거를 마련하여 2016~2021년 사이 22개국에서 120건 이상의 사업 성과를 창출했으나, 영리병원 불허와 국제의료분쟁 절차의 한계로 글로벌 확산에는 제약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 법 개정은 디지털 기반 관리와 비자 제도 고도화를 중심으로 제도 인프라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재외 외국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인 간 원격 사전·사후관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우수 유치기관 제도’를 법제화해 전자사증(e-Visa) 확대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등록 갱신 주기 조정과 지방 및 중소 의료기관의 홍보·마케팅 지원 규정 신설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 결과, 우수 유치의료기관 수는 2023년 39개소에서 2024년 90개소로 증가했으며, 정부가 설정한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연 70만 명)도 2024년에 조기 달성됐다.
지난 15년간 한국은 제도적 인프라를 통해 의료관광의 접근성과 신뢰를 빠르게 제고했지만, 정책의 무게중심이 여전히 의료 공급자 중심에 머물러 있는 한계를 갖는다. 외국인 환자 수 증가에는 성공했으나, 체류일수 연장, 동반자 소비, 지역관광 연계 등 관광수요 확장 측면의 정책 연동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 의료관광의 체계와 구조적 작동 원리
한국의 의료관광산업은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중개업자, 정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분업적으로 연계된 복합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자의 인지–연결–입국–진료–사후관리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비자, 계약, 수수료, 고지·배상 의무 등 법적 접점이 설정되어 있으며, 이러한 제도 인프라의 발전은 관광 유도보다는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방향, 즉 의료공급 역량 중심의 구조로 진화해왔다.
(중략)

한국 의료관광의 강점과 약점
한국 의료관광의 강점
한국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미용·피부과 분야의 급성장, 중증 치료 분야의 국제적 신뢰, K-컬처(한류) 및 가격 경쟁력, 뛰어난 접근성에 기반한다. 먼저, 미용·피부 및 성형외과가 성장의 견인차인 점은 2024년 통계에도 드러난다. 외국인 환자 중 피부과는 약 70.5만 명으로 전체의 56.6% 비중을 차지하며 최상위, 이어 성형외과 (14.만명), 내과통합 (12.4만명) 순이었다. 피부 및 미용 시술은 상대적으로 체류기간이 짧고 관광과 병행이 쉬워, 의료관광 수요와 병원 매출 탄력성을 높이고 있다.
중증 질환 치료에서도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대형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암 치료, 장기이식, 심장수술, 척추·관절 수술 등 고난도 의료기술에 강점이 있어, 주변국 환자들이 한국을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OECD의 Health at a Glance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치료가능사망률(Treatable Mortality)[5]은 인구 10만 명 당 43명으로 OECD 평균인 79명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며, 암 분야 저널 Cancers에 2024년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위암 5년 생존율은 68.9%로 대부분의 국가가 40% 이하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6].
하지만 입증된 의료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중증질환 치료 분야의 의료관광 성장세는 여전히 더딘 편이다. 암, 심장질환, 중증 난치질환, 뇌혈관질환 등 중증 질환 치료 목적의 외국인 환자 수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그 속도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경증·미용 분야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
예를 들어,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암 환자 수는 7,147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약 1.1만 명)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피부과 환자 수는 8만 5천 명(2019년)에서 70만 5천 명(2024년)으로 727.6% 증가하여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한국 방문 환자 수가 줄어든 것은 중증 치료 수요가 한국이 아닌 타국으로 분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한국의 의료관광은 미용·피부 중심의 빠른 성장세에 비해 중증 치료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장에는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

한국 의료관광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문화적 매력, 즉 K-Culture의 글로벌 확산이다. 한류의 인지도는 의료와 관광의 결합도를 높이며, 체류 기간과 소비 지출을 함께 증가시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류지수가 0.1포인트 상승할 때 방한 의료관광 총수요가 5.02% 증가(여성 5.55%)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3년 외국인 환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7%가 “K-컬처가 의료여행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답했다. 특히 K-컬처에 친숙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이 약 27% 더 높게 나타났다(7,308달러 vs 5,745달러). 이 결과는 한류 노출이 단순히 의료관광 방문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 체류 중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실질적 경제 효과를 유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K-뷰티와 K-헬스가 결합된 복합 브랜드 파워가 한국 의료관광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의료관광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은 우수한 가격 경쟁력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검증된 의료 기술력과 신뢰성을 보유하면서도, 의료 서비스 가격 수준은 주요 선진국 대비 훨씬 낮다. 세계은행 국제비교프로그램(International Comparison Program, ICP)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세계 평균을 100이라 했을 때 한국의 보건(health)[7]항목의 가격지수는 80.7로 평균 대비 낮은 가격수준을 보였다. 반면 미국은 207.9(한국의 2.58배), 영국 162.1(2.01배), 캐나다 150.5(1.86배), 일본 97.2(1.20배)로,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한국의 의료비는 월등히 저렴하다.

종합하면, 한국 의료관광의 강점은 네 갈래로 요약된다.
① K-뷰티와 결합한 미용·피부(특히 피부과·성형외과)의 압도적 수요와 높은 재방문 편의성—짧은 체류로 시술·경과 확인이 가능하고 쇼핑·도시체험과 병행이 쉬워 매출 탄력이 크다.
②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축적된 중증 치료역량—암·이식·심장·정형 등 고난도 분야에서 국제 비교우위의 성과지표를 보유하고, 중동·중앙아시아 사례로 검증된 신뢰가 있다.
③ K-컬처 효과—한류 친숙도가 방문의사와 체류 지출을 확대하며, 도심 클러스터(예: 강남)와 관광 인프라가 ‘의료+경험’ 연결가치를 키운다.
④ 가격 및 접근성—국제 비교에서 낮은 보건 가격수준과 빠른 예약·대기 구조(의원·전문클리닉 중심)는 ‘합리적 비용에 신속 진료’라는 명확한 선택 사유를 만든다.
이 네 축이 맞물리며, 미용 분야의 고성장을 당분간 견인하는 한편 중증 치료는 ‘해외 사전상담–국내 치료–현지 사후관리’의 신뢰형 밸류체인으로 재가속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이 한국 의료관광의 핵심 경쟁력이다.
한국 의료관광의 약점
한편 한국이 의료관광 글로벌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취약점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는 외국인 환자 서비스 경험과 이용 편의성 부족이다. 2024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 인식도 조사에서 “우수한 의료기술과 치료효과 (54.9%)”, “최첨단 의료장비와 시설 (49.2%)”, “병원 명성 (37.9%)”, “적절한 가격 (35.7%)”이 주요 선택 이유였으나, “이용 편의성 (12.7%)”과 “외국인 환자 서비스 인프라 (3.8%)” 비중은 매우 낮았다. 편의성 관련 만족도 역시 최하위권(안내표지, 동선 표시 등 37개 항목 중 35위, 진료비 내역 설명 32위, 사전 안내 28위, 부작용 설명 29위, 의사 충분 설명 31위)이었다. 통역 담당·코디네이터의 예절은 만족도가 높았으나, 전반적으로 치료 신뢰와 기술력 대비 실제 의료 이용 편의성 평가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사후관리 체계의 미비다. 시술·수술 후 환자가 곧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회복관리 및 진료 후 상담이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2022년 조사에서 39.5%가 진료 후 회복관리를, 31.2%가 의료진과의 연락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현행 법령이 의료인 간 원격진료만 허용하며,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를 불허해 체계적 사후관리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셋째는 정책 구조의 공급 중심과 관광 경험 설계의 미흡이다. 성과가 환자 수 및 진료비 중심으로 관리돼, 체류일수·동반자 관광지출·주중·비수기 활성화 같은 관광 핵심 KPI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 2024년에도 전체 진료 포트폴리오가 피부과·성형외과에 77.3% 집중되고, 서울에 외국인 환자의 85.4%가 몰릴 만큼 지역편중과 진료과목 쏠림이 심하다. 의료행위 이외 체류 경험의 체계적 기획이 부재해 실제 지출 확장, 지역 관광 활성화와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제도적으로도 미용 VAT 환급, 유치·비자·통역 등 의료 진료 접근성은 빠르게 진전되었지만, 회복기 웰니스, K-컬처 기반 체류·소비 확장 장치는 표준화·인센티브화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의료의 기술 및 신뢰 경쟁력은 높으나, 이를 관광 가치사슬로 전환·확장하는 정책 프레임은 약해 고부가가치 실적 향상에 제약이 나타난다.
마지막 취약점은 의료관광 컨트롤타워의 부재이다. 현재 의료관광 업무가 보건복지부·보건산업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법무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분절되어 있어, 국가 차원 통합 전략과 부처 간 협력이 원활하지 못한 구조이다. 예를 들어, 유치기관 관리와 분쟁조정은 복지부, 상품 개발과 해외 홍보는 문화체육관광부, 비자 정책은 법무부가 각각 관리해 일관된 전략과 신속한 실행이 어렵다.
종합하면 한국 의료관광의 취약점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 환자경험 및 이용 편의성 부족: 안내표지, 동선, 진료 전후 설명, 비용 내역 고지 등 핵심 접점에서 만족도가 낮아 기술-신뢰와 체감 편의 간 격차가 크다.
② 사후관리 제도 공백: 치료 후 귀국 환자 회복·문의 수요가 높으나,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 불허로 일관된 추적관리 체계가 부재하다.
③ 의료공급 중심의 정책 한계: 정책·성과관리 지표가 환자 수와 진료비에 편중돼, 체류일수·동반자 관광지출·비수기 수요 등 관광 KPI가 반영되지 않고, 진료과·지역 편중 현상이 심하다.
④ 분절된 거버넌스와 컨트롤타워 미비: 담당 부처·기관이 나뉘어 있어 비자, 분쟁조정, 브랜딩, 상품개발 정책 일관성과 실행속도가 떨어진다.
이 네 가지 취약점이 접근성 및 신뢰로 유입된 수요를 체류·소비 및 평일(비수기) 수요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저해하는 병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보완의 필요성이 크다.
주요 의료관광 선도 국가들의 전략
한국이 글로벌 의료관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더해 주요 경쟁국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터키는 각기 다른 강점과 전략으로 의료관광을 육성해온 대표적 국가들이다.
싱가포르 – 고신뢰 하이테크 의료 허브 전략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일찍이 고급 의료관광 허브를 지향해온 국가이다. 정부 주도의 협업 정책이 두드러지는데, 2003년 보건부, 관광청, 경제개발청이 함께 운영하는 ‘Singapore Medicine’이라는 범정부 의료관광 추진기구를 출범시켜 활성화에 힘써왔다. 영어 사용 환경과 최첨단 의술, 세계적 의료진을 갖춘 병원을 내세워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환자들까지 유치하며 성장했다. 해외 홍보사무소 설치, 의료 전문인력 해외 영입(외국인 간호사 비자 제한 완화), 민관 합동 마케팅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다.
싱가포르 의료관광의 강점은 정교한 하이테크 수술과 전문 치료 분야에 있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FREOPP가 발표한 2021년 세계 의료 혁신지수(World Index of Healthcare Innovation, WIHI)에서 싱가포르는 세계 7위를 차지했으며, 세계 의료관광지수(Medical Tourism Index, MTI)에서는 싱가포르가 캐나다에 이어 2위를 기록해 미국인의 의료관광 선호지 중 하나로 나타났다. 복잡한 심장수술, 장기이식, 암치료 등에서도 지역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고품질 의료환경과 서비스로 부유층 환자들을 공략했다.
태국 – 가격 경쟁력, 환대 문화, 그리고 '웰니스' 결합 전략
태국은 의료관광 환자 수 기준 세계 최상위권 국가다. 2000년대 초부터 방콕 Bumrungrad 병원 중심으로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알려 환자를 끌어 모았다. 싱가포르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 ISEAS에 따르면, 태국의 외국인 환자 수는 2012년 약 200만 명, 2019년 350만 명까지 증가했다가 코로나19로 일시 감소했으나 2024년 약 300만 명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의료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익도 2019년 약 91억 달러에서 2027년 244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정부는 의료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병원의 해외 마케팅 장려, 의료비 환급, 이민 완화 등 정책을 펼쳤다. 웰니스 스파와 관광을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로 휴양지 치유여행 이미지를 구축했다. 가격 경쟁력과 관광 인프라, 환대 서비스가 주 성공 요인이다. 영어 가능한 의료진이 많으며, 호텔식 병실, 통역 코디네이터, 공항 픽업 등 환자 맞춤형 서비스로 호평을 받는다. 푸켓 국제 의료관광 허브 조성에 약 1억 3,1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관광 매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말레이시아 – 정부 주도의 ‘할랄 의료’ 특화 전략
말레이시아는 2000년대 초 의료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2009년 보건부 산하 말레이시아 의료관광위원회(MHTC)를 설립해 정책, 해외 홍보, 인증을 총괄하며 ‘Malaysia Healthcare Travel’ 브랜드로 국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강점은 합리적 비용과 영어 사용 환경이다. 주요 수술비용은 미국 대비 70~80% 저렴하며, 의료진 대부분이 영어 진료 가능해 서구권 환자가 접근하기 쉽다. 의료비 세제 혜택, 전자비자 간소화, 장기체류 프로그램 개발 등 환자 편의를 지원한다. ‘오픈메뉴 플러스(OpenMenu Plus)’ 제도로 의료비를 투명 공개하며 신뢰를 높였다. 심장질환, 시험관 아기 시술(In Vitro Fertilization, IVF), 종합검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동남아·중동 환자를 유치했다.
이스칸다르 지역에 의료·웰니스 허브를 구축해 병원, 휴양시설, 리조트를 결합한 복합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중동 시장을 대상으로 ‘할랄 의료’ 개념을 도입, 이슬람 율법에 맞춘 진료환경, 여성 전용 진료공간, 기도실, 할랄 인증 식사 등을 제공해 중동 상류층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도록 했다. 주요 중동 항공사와 협력해 직항 노선을 확대하고 현지 홍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튀르키예 – 대통령실 직속 거버넌스를 통한 중동·유럽 환자 타깃 통합 전략
튀르키예는 유럽과 중동 사이 지리적 요충지를 활용해 2010년대 이후 의료관광을 본격 육성했다. 2019년 설립한 USHAS 의료관광 전담기관은 대통령실 직속이며, 보건부·관광부와 협업해 ‘헬스 투어리즘 마스터플랜’을 수립, 클러스터 조성 및 국제 마케팅을 전개했다. 항공 접근성 좋은 이스탄불과 안탈리아 병원과 호텔, 관광 패키지가 결합된 상품을 제공한다.
튀르키예 강점은 저렴한 비용과 특정 분야 경쟁력이다. 미국·서유럽 대비 20~30% 수준 비용으로 성형수술, 치과치료, 안과(라식·라섹), 불임 치료 등을 제공해 중동·유럽에서 인기다. 모발이식은 세계적 강국으로 매년 수십만 명이 방문한다. 정부는 세제 혜택, 국제인증 병원의 해외 마케팅 지원, 터키항공과 연계한 패키지 및 공항-병원 픽업 서비스로 환자 친화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위에서 살펴본 의료관광 선도국들의 사례는 명확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성공적인 의료관광 국가는 모두 국가 차원의 명확한 전략적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강력한 단일 거버넌스, 즉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략적 제언: 지속가능한 의료관광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
2024년의 117만 명 성과는 K-의료관광 '1막'의 성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이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축을 더해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의 '2막'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개선을 넘어선 근본적인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거버넌스, 신뢰(규제), 경험(관광/웰니스), 그리고 산업(플랫폼)의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는 본 인사이트 저자들이 제시하는 전략적 제안 사항이다.
제안 1: [강력한 통합 콘트롤타워] (가칭) 'K-MTA (한국의료관광진흥원)' 설립 운영
그 첫걸음이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거버넌스의 혁신이다. 현재 분절된 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을 총괄할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관련 부처의 의료관광 관련 기능을 이관받아 통합·조정하는 독립 기구, (가칭) 'K-MTA (Korea-Medical Tourism Association, 한국의료관광진흥원)' 설립을 제안한다 (벤치마킹 모델: 튀르키예 USHAS, 말레이시아 MHTC). 이 기구는 국가 중장기 로드맵 수립, 유치의료기관 및 유치업자 통합 인증·평가, 'Medical Tourism, Korea' 국가 브랜드 통합 관리, 그리고 ICT 기반 국가 통합 사후관리 플랫폼 구축·운영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정책을 총괄해야 한다. 현재의 분절된 구조(As-Is)에서는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가 각자의 정책을 추진하며 엇박자가 발생하지만, K-MTA가 허브(To-Be)가 되어 관계 부처들의 기능을 조율하고 산업계와 직접 소통하며 일관된 국가 전략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제안2: [신뢰 회복 – 규제 개선] '투명한 시장 생태계' 구축
강력한 거버넌스가 확립된다면, 다음 과제는 ‘신뢰 회복’을 위한 규제 개선, 즉 시장 투명화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등록제’를 폐지하고, 엄격한 요건을 갖춘 업체에만 자격을 부여하는 ‘K-MTA 공식 유치사업자 인증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 인증 요건에는 자본금 및 보증보험의 상향 조정,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그리고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유령수술’에 연루될 경우에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의료분쟁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해 K-MTA가 인증한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계약서 내에 분쟁 발생 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을 우선 적용한다는 조항을 명기해 환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해외 환자의 권익을 국내 환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보장함으로써 ‘K-의료관광’의 국제적 신뢰를 끌어올리고, 한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제안3: [경험 혁신 – 규제 개선] 'K-스마트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신뢰 회복이 시장 정화의 문제라면, ‘경험 혁신’은 환자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 ‘K-스마트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과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받은 환자들은 이후 ‘연락 단절’에 대한 불안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한 외국인 환자’에 한해, ‘비진료 목적(상담, 모니터링, 교육, 복약지도)’의 환자–의사 간 정보통신기술 활용 소통(원격상담)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K-MTA(정부)가 주관하고 관광 플랫폼(민간)이 참여하는 ‘국가 통합 사후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치료 이후 환자의 회복 단계까지 연속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의료·관광 서비스 체계를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AI 챗봇을 통한 1차 다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여 언어 장벽을 최소화하고, 웨어러블 기기(IoT)를 연동해 수술 후 환자의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이상 징후가 감지될 경우, 현지 협력의사–한국 주치의–환자 간 3자 화상 협진 시스템으로 즉시 연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러한 협진 체계는 현행 의료법상 원격 협업의 범위 내에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중증치료 환자의 경우, 이와 같은 협업 시스템은 환자의 신뢰 확보와 치료 지속성 보장에 필수적이다. 단기적 치료를 넘어, 사후 관리와 장기적 관계 형성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의료관광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제안4: [관광 강화 및 웰니스로 확장] '의료+관광' 시너지 극대화
나아가 의료관광의 막대한 관광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고 K-뷰티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관광 강화 및 웰니스 확장’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의료를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유치하는 ‘앵커 상품’으로 재정의하고, 체류 기간 연장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회복형(Recovery)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료관광을 ‘K-웰니스’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시술을 받은 후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선셋 요가, 명상)나 서울 서초 ‘하이디하우스’(12가지 테마 스파)에서 프라이빗 스파 및 힐링 스테이를 연계할 수 있다. 또한 서울 대형 병원에서 검진이나 치료를 받은 후, 전남 장흥 ‘마음건강치유센터’(맞춤형 힐링)나 전북 고창 ‘웰파크시티’(게르마늄 온천)의 한방·자연치유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모델도 가능하다. 2025년 신규 우수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인천 강화 ‘약석원’(강화약쑥 한방 체험)이나 인천 중구 ‘차덕분’(티 오마카세) 등을 전략적으로 패키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 웰니스 상품의 글로벌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특화발전특구 및 정부 지정 웰니스 클러스터 내에서는 외국어를 포함한 비급여 항목 의료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제안5: [미래 전략 - 산업계 대비책]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장
향후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고신뢰·고가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환자들은 단순한 가격(Cost) 요인뿐 아니라 안전(Safety)과 신뢰(Trust)를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야놀자(NOL), 클룩(KLOOK) 등과 같은 대형 여행·관광 플랫폼은 ‘신뢰’와 ‘통합 여정 관리’라는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을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개별 병원이나 영세 유치업자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신뢰·품질·정보 비대칭의 구조적 문제를, 플랫폼이 기술과 신뢰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미래의 의료관광 경쟁은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여정을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대형 플랫폼 중심의 시장 구조가 중소 유치업체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우수 유치기관 선정 기준의 세분화와 정책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형 플랫폼의 기술력과 중소기관의 현장 전문성이 결합될 때, 한국 의료관광산업은 신뢰·안전·통합 경험을 모두 충족하는 차세대 의료관광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결언: K-뷰티를 넘어 관광·웰니스를 결합한 진정한 ‘K-의료관광’으로
한국 의료관광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력, K-뷰티와 한류 문화의 결합 효과,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2024년 외국인 환자 117만 명을 유치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단순한 관광 회복을 넘어, 의료관광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의 가능성을 입증한 구조적 도약의 신호탄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한계가 적지 않다. 외국인 환자의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진료 과목 역시 피부·성형 분야에 치우쳐 있다. 환자 편의성 확보와 사후관리 체계는 미흡하며, 분절된 정책 거버넌스는 산업의 통합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세계 의료관광 선도국의 공통된 교훈은 분명하다. 국가 차원의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 신뢰 기반의 투명한 시장 생태계 조성, 그리고 환자 경험을 혁신하는 스마트 사후관리 시스템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의료서비스와 관광·웰니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체류 기간을 늘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복합형 모델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이 병행될 때, 한국 의료관광은 미용 중심의 단편적 성장에서 벗어나 고난도 중증질환 치료와 장기적 환자 관리가 가능한 다층적 산업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환자 수 확대에 그치지 않고, 치료 전 과정을 포괄하는 통합 환자 경험 관리 체계, 지역 의료관광의 다핵화, 그리고 글로벌 신뢰 기반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공공과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여 ‘K-MTA(가칭, 한국의료관광진흥원)’ 설립 등 혁신적 거버넌스 재편에 나서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 아래 정책·산업·학계가 한데 모여, 세계적 의료관광 허브로 도약할 전략을 수립하고 과감히 실행할 때이다.
한국 의료관광의 미래는 고부가가치 의료서비스와 관광·문화·웰니스가 융합된 독자적 플랫폼 구축, 그리고 글로벌 고객 맞춤형 전략 실행에 달려 있다. 궁극적으로 산업이 지향해야 할 비전은 시술 중심의 ‘K-뷰티’를 넘어, 복합형 ‘K-의료관광’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국가 브랜드를 격상시키고 외교·산업·문화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극대화하는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K-컬처가 만들어 준 지금의 ‘골든타임’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그 모멘텀을 활용하여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신뢰 인프라와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K-의료관광의 미래는 결국 우리의 결단과 실행에 달려 있다
[1] WHO(2025.10) Aging and health,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ageing-and-health#:~:text=,to%2022
[2] Gianfredi et al. (2025) Aging, longevity, and healthy aging: the public health approach
[3] The Commonwealth Fund(2023) U.S. Health Care from a Globla Perspective, 2022: Accelerating Spending, Worsening Outcomes
[4] Fraser Institute (2024) Waiting Your Turn: Wait Times for Health Care in Canada
[5] OECD에 따르면 현재의 의료지식과 기술 수준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뜻함
[6] Inoue, M. (2024). Epidemiology of Gastric Cancer—Changing Trends and Global Disparities. Cancers, 16(17), 2948.
[7] UN Statistics Division의 최신 개인소비 분류 기준인 COICOP 2018 기준으로 의약·의료제품, 외래, 입원, 기타 보건 서비스(진단·검사·이송 등)를 모두 포함하고, 가계뿐 아니라 비영리·정부가 개인에게 제공한 지출까지 합산한 AICH 기준의 가격수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