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등 수도권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을 단순한 교통 거점이 아닌 ‘지역 관광의 전략적 앵커’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지역공항 활성화 정책의 성공 사례는 중앙정부의 ‘항공 지원’과 지자체의 ‘관광 콘텐츠’가 결합될 때 비로소 성과가 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는 3일 발표한 『일본 관광대국의 초석이 된 ‘방일유객지원공항사업’: 일본은 어떻게 공항으로 지방관광을 살렸는가』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의 지역공항 활성화 전략을 분석하고 한국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6년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을 수립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27개 지방공항을 ‘방일유객지원공항’으로 지정하고, 외항사를 지방공항에 유치하기 위해 ▲국제선 착륙료 50% 이상 감면 ▲공항 수용태세 정비(CIQ, 지상조업 등) ▲관계부처 합동 지원 등의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의 성공이 단순히 ‘비행기 길’을 여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 국토교통성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S등급)을 받은 공항들의 공통점으로 ‘도착 이후의 경험 설계’를 꼽았다. 공항이 외항사 유치에 힘쓰는 동시에 ‘관광객이 공항에 내려서 어떻게 이동하고 소비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규슈의 사가공항은 공항과 도심을 잇는 직행버스 신설과 파격적인 ‘1,000엔 렌터카’ 도입을 통해 관광객의 가장 큰 불만인 ‘이동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사업 시행 2년 만에 외국인 입국객 수가 2배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코쿠의 마쓰야마공항은 지자체가 해외 LCC(저비용항공사)와 협약을 맺어 탑승률 리스크를 분담하고, 지역 DMO가 주도하여 해외 현지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병행한 끝에 팬데믹 이전 대비 2024년 외국인 숙박일수가 약 200%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림. 일본 주요 지자체의 관광실적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방일유객지원공항 제도는 착륙료 감면이나 시설 지원을 통해 국제선 개설의 문턱을 낮추는 ‘마중물’ 역할을 했을 뿐, 실제 성과는 그 이후 단계에서 만들어졌다”며, “성공한 공항들은 국가의 지원을 레버리지로 삼아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교통편 정비, 지역 내 체류 동선 설계 등 ‘노선 취항 이후의 완결된 여행 경험’을 구축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보고서는 한국의 공항이 여전히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 처리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 항공사가 한국 지방공항에 취항하려 해도, 수익성이 높은 황금 시간대 슬롯은 이미 내국인 수요를 겨냥한 국적기들이 선점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는 구조적 모순을 꼬집었다.
보고서는 지방공항이 생존하려면 ‘인바운드 관문’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대구공항 등 여유가 있는 지방공항의 슬롯을 외항사 유치를 위한 ‘전략 자원’으로 활용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매칭 펀드 방식을 통해 정책 목표에 대한 공동 책임 구조 확립 ▲인천공항(관문)과 지방공항(거점)을 잇는 유기적 환승 네트워크 구축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현재 한국의 항공시장은 국적기 중심의 아웃바운드 수요에 편중되어 있어 인바운드 확대를 위한 외항사 유치에 구조적인 제약이 크다”며,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외항사에 매력적인 슬롯을 우선 배정하는 등 과감한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동시에 지자체는 공항을 지역 소멸을 막는 ‘경제 앵커’로 인식하고 DMO와 협력해 실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놀자리서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지방공항 활성화가 단순히 인프라 확충의 문제가 아니라, 인바운드 관광객의 ‘이동-체류-소비’를 연결하는 지역 소멸 대응의 핵심 전략임을 역설했다. 공항이 지역 고유의 관광 콘텐츠와 결합될 때 비로소 지방 소멸을 막고 내수를 살리는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 전문은 야놀자리서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