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초로 2,0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은 3,000만 명 수준으로, 무려 1,000만 명의 격차가 발생한다. 그 결과 약 100억 달러(14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관광수지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관광 적자를 내수 활력으로」에서 이 같은 구조를 ‘밑 빠진 독’에 비유하며, 반도체와 자동차로 벌어들인 달러가 '경험 소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데믹 이후 내국인 여행 수요는 국내가 아닌 일본과 동남아로 집중됐다. 이미 2019년에도 인바운드(1,750만 명)보다 아웃바운드(2,871만 명)가 훨씬 많았던 구조는 2026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내국인의 해외 소비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광수지 적자는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야놀자리서치 서대철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인바운드 유치 정책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웃바운드 증가 속도가 인바운드 회복 속도를 압도하는 상황은 국내 관광 상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 상실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소비자 인식은 더욱 냉정하다. 야놀자리서치 조사 결과, 응답자의 54%는 “국내 여행을 선택할 의사가 있지만 해외여행 예산의 30~50% 수준만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해외여행과 동일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여행 상품이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이미 해외 대비 ‘반값 이하’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30 MZ세대의 인식 변화가 두드러진다. 보고서는 MZ세대에게 해외여행은 SNS에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도파민형 경험 소비’인 반면, 국내 여행은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휴식형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인식이 고착될 경우, 현재 50·60세대가 떠받치고 있는 국내 관광 수요는 장기적으로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미국 퍼듀대 교수)은 “지금의 관광 적자는 경기 탓도, 환율 탓도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국내 여행을 해외의 절반 가치 이하로 평가하고 있다는 냉정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애국심이나 캠페인만으로 국내 여행을 선택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장원장은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의 성공은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관광이 다시 선택받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스토리와 생활, 음식, 자연을 결합한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 100억 달러의 관광 적자는 위기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더 나은 경험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기회 신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타깃별 킬러 콘텐츠 중심의 공급 혁신 ▲가격·품질 인증과 휴가 분산을 통한 수요 유인 ▲민간과 지역 주도의 거버넌스 재정립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중앙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과 지역은 실행 주체로 나서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출처: 야놀자리서치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최규완 교수는 “관 중심의 행정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이제 한국 관광은 화려한 홍보 영상 같은 ‘화장술’에서 벗어나, 시장을 가장 잘 아는 민간과 지역 주민이 주도권을 쥐고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민간의 창의적 시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드는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결국 14조 원이 넘는 관광 적자는 단순한 손실을 넘어 한국 관광의 전면적인 ‘산업 전환’을 요구하는 긴박한 신호로 풀이된다. 가격 경쟁을 초월하여 ‘대체 불가능한 가치 경쟁’으로의 근본적인 혁신에 성공한다면, 관광 산업은 더 이상 국부 유출의 통로가 아닌 내수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견인하는 대한민국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