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7 고부가가치 인바운드의 앵커, K-의료관광: 관광객 여정 중심의 제도 정비 과제
- 등록일
- 2026.09.29
고부가가치 인바운드의 앵커, K-의료관광:
관광객 여정 중심의 제도 정비 과제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한국 인바운드 관광은 양적으로는 이미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2025년 방한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고, 올해는 2,300만 명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한 사람이 한국에서 쓰는 돈은 2019년 1,185달러에서 2025년 1,156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더 많이 오는데 한 사람이 남기는 가치는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문객 수의 성장을 관광수입의 성장으로 바꾸는 일, 곧 인바운드의 고부가가치화가 다음 과제인 이유다.
의료·웰니스 관광은 이 과제를 풀 유력한 전략적 지렛대 중 하나다. 외국인환자는 2025년 201만 명으로 2년 사이 세 배 넘게 늘었고, 1인당 소비는 일반 관광객의 약 2.5배다. 더 눈여겨볼 것은 돈이 쓰이는 곳이다. 지출 가운데 진료비는 40% 정도이고, 나머지 60% 남짓은 숙소와 상점, 식당에서 쓰인다. 진료 예약 하나가 며칠의 숙박과 쇼핑, 식사 일정을 함께 끌고 들어오는 셈이다. 이러한 역할 측면에서 본 인사이트는 의료를 체류와 소비 전체를 붙잡는 ‘앵커(anchor)’로 규정한다. 뷰티와 웰니스, 회복 프로그램이 더해질수록 그 폭은 넓어진다.
그러나 이 기회는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오늘의 의료관광 경쟁은 병원의 실력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잠재 고객은 출국 몇 달 전부터 온라인에서 병원을 비교하여 선택하고, 상담부터 예약, 숙박, 회복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목적지를 고른다. 싱가포르, 튀르키예, 태국, 말레이시아 등 경쟁국은 무엇을 어디까지 알릴 수 있는지를 문서로 정해 두고, 보험과 비자, 재정 지원까지 동원해 이 과정의 마찰을 줄이고 있다. 의료 수준과 K-컬처라는 한국의 자산도 고객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막혀 있다면 제값을 하지 못한다.
그 길목은 세 곳이다. 한국 의료가 해외 수요자에게 알려지는 단계(인지), 그 관심이 예약과 여행 일정으로 묶이는 단계(연결), 첫 방문과 재방문이 쌓여 시장의 바닥이 넓어지는 단계(저변 확대)이다. 공교롭게도 세 곳 모두가 제도에 걸려 있다. 온라인을 상정하지 않은 의료광고 기준, 여행자보험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여행 플랫폼까지 유치 행위에서 배제하는 조항, 2025년 말 일몰된 미용 의료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가 바로 걸려있는 지점들이다. 각각의 취지는 타당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부처가 설계한 탓에 하나로 이어지는 관광객의 여정 위에서는 곳곳에서 어긋난다. 이 어긋남은 행정상의 불편을 넘어, 같은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이 스스로 안고 뛰는 핸디캡이 된다.
지금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제도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6년 들어 외국인환자 비대면 진료의 근거 마련, 치유관광산업법 시행, 비자 개선 방침, 유치 주체와 환급 특례에 관한 개정안 발의가 잇따랐다. 다만 이 변화들은 부처별로 따로 진행되고 있고, 인지 단계의 기준은 여기서 비켜나 있다. 개별 개선이 흩어진 채 끝날지, 하나의 여정으로 맞물려 경쟁력이 될지는 지금의 설계에 달려 있다.
이번 인사이트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의료·웰니스 관광이 왜 인바운드 고부가가치화의 전략적 축인지를 지출 구조와 수요 기반으로 확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연결·저변 확대의 세 지점에서 현행 제도가 어디서, 왜 시장을 가로막는지를 경쟁국과 비교해 진단하고 실행 가능한 제도 정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규제의 일괄 완화가 아니다. 의료 안전과 소비자 보호처럼 지킬 것은 지키되, 사업자와 이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부처마다 따로 놓인 제도를 관광객의 여정에 맞춰 다시 잇는 일이다.
인바운드의 다음 과제: 관광의 고부가가치화
성장의 상방은 열려 있다
한국 인바운드 관광의 회복세는 예상을 넘어섰다. 방한객은 2023년 1,103만 명, 2024년 1,637만 명에 이어 2025년 1,894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최고치(2019년 1,750만 명)를 넘어섰다. 2026년 1~7월 누적 방한객도 1,28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고, 7월(209만 3천 명)은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이 추세라면 올해 2,300만 명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2028년 3,000만 명 목표도 사정권에 들어온다.

증가세의 바탕에는 K-콘텐츠의 확산, 핵심 시장의 회복과 국적 다변화에 더해 원화 약세가 있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0년째 하락해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데이터상 2026년 6월 기준 64개국 중 63위다. 이러한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월별 관광수지는 2026년 3월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11년 4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된 뒤 6월까지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으며, 해외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7월에는 소폭 적자로 돌아섰으나 1~7월 누적 적자는 13억 1,220만 달러로 전년 동기(60억 8,240만 달러) 대비 78.4% 축소됐다.

문제는 방문객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2019년 1,185달러에서 2025년 1,156달러로 하락했고, 같은 해 일본(1,501달러)의 77% 수준이다. 원화 약세는 방한 결정의 문턱을 낮추어 관광객 수를 늘리지만, 같은 원화 소비의 달러 환산액은 줄이는 양날의 검이다. 가격 경쟁력에 기댄 유입 확대만으로는 관광수입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부가가치화의 지향점과 의료관광
고부가가치 관광업종으로는 의료관광과 MICE관광을 들 수 있다. 정부 역시 이들 관광분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국제회의 유치나 전시와 같은 MICE관광은 국가의 위상과 리더십을 높이는 앵커 역할을 하지만, 그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의료관광은 최근의 성장세에서 보듯이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고부가가치화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고부가가치화의 방향은 체류를 늘리고, 관람 중심의 일정을 경험 소비로 채우며, 그 소비를 감당할 수요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상품을 키우는 것이다. 의료관광은 이 지향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영역이다. 진료 목적의 방문은 일정한 체류를 전제하고, 시술과 회복 과정에서 숙박과 식음, 쇼핑 소비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2024년 기준 외국인환자의 1인당 소비액은 399만 원으로 일반 외국인 관광객(160만 원)의 2.5배다. 1인당 지출이 정체된 시장에서 평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세그먼트다.
본 보고서에서 의료관광의 ’고부가가치’는 두 차원에서 파악한다. 한 번의 방문에서 발생하는 의료비와 체류·숙박·식음·쇼핑·교통·동반자 소비를 포함한 총여정가치(total journey value), 그리고 반복 방문을 통해 누적되는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이다. 단가가 낮은 미용·피부 시술이라도 총여정가치가 높고 재방문 잠재력이 크다면 고부가가치 세그먼트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자료는 재방문 성향을 보여줄 뿐, 동일 이용자의 누적 지출을 추적한 엄밀한 고객생애가치 추정치는 아니다.
의료는 앵커다: 한국 의료관광의 구조
규모의 도약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환자는 201만 명이다. 2023년 61만 명, 2024년 117만 명에 이어 3년 연속 배에 가까운 증가세이며,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49만 7천 명의 네 배를 넘는다. 2009년 제도화 이후 연평균 성장률 24.5%는 같은 기간 인바운드 관광 전체 성장률 5.7%를 크게 앞선다.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도 2025년 2,783억 달러에서 2036년 9,969억 달러로 연평균 12.3% 성장할 전망이지만, 한국의 성장 속도는 이를 상회한다. 그 배경에는 다른 유치국과 구별되는 시장 구조가 있다.

지출의 61.7%는 병원 밖에서 발생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외국인환자와 동반자의 국내 총지출은 7조 5,000억 원, 생산유발효과는 13조 8,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조 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것은 지출의 구성이다. 같은 기관의 신용카드 데이터 분석에서 외국인환자 1인당 카드 사용액 399만 원 가운데 의료업종 지출은 153만 원(38.3%)이고, 나머지 61.7%는 숙박과 쇼핑, 식음료, 교통 등 병원 밖에서 발생했다.
이 대목이 의료관광을 관광산업의 의제로 만든다. 가치가 진료비 수입에만 있다면 보건 부문의 성과에 그치지만, 지출의 약 62%가 의료 외 영역에서 발생한다면 이 시장의 확대는 곧 인바운드 관광 전반의 부가가치 확대를 의미한다. 의료가 앵커(anchor)로 기능하며 숙박, 쇼핑, 식음료, 교통, 웰니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medical-tourism value chain)을 형성하는 것이다.
왜 한국에서는 의료가 앵커가 되는가
모든 의료관광이 이러한 구조를 갖는 것은 아니다. 중증 수술처럼 회복이 길고 이동이 제한되는 치료가 중심인 시장에서는 지출이 진료비에 집중된다. 그러나 한국 시장의 구성은 이와 다르다. 2024년 기준 피부과가 56.6%, 성형외과가 11.4%로 두 과목이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2019년에는 내과통합 19.2%, 성형외과 15.3%, 피부과 14.4%로 분산되어 있었으나, 피부과 환자 수가 8만 5천 명에서 70만 5천 명으로 8.3배 늘면서 구성이 크게 이동했다.
피부·성형 영역에는 입원을 수반하지 않는 외래 시술의 비중이 높아, 시술 종류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회복 이후 관광 일정을 이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 밖 지출이 의료비를 앞서는 구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가격 조건도 맞물려 있다.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의 국내 공급사가 있어 재료 원가 부담이 낮고, 분업화된 운영 체계 덕분에 미국 등 주요 시장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대로 제공된다. 낮은 단가는 1회 방문의 의료 매출을 제한하지만, 동시에 신규 수요와 재방문의 문턱을 낮춘다.
[그림4] 한국 의료관광 과목별 비중
출처: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통계분석 보고서, 야놀자리서치 분석
앵커를 지탱하는 수요 기반: 신규 유입과 재방문 잠재력
이 구조는 신규 유입과 재방문이라는 두 흐름에 의해 지탱된다. 유입 단계에서는 K-컬처가 중요한 수요 기반이다. 「2024 외래관광객조사」 원자료 분석 결과, 의료 목적 방한 응답자가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과거 방문 경험(17.7%)에 이어 한류 콘텐츠(16.5%)가 2위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3년 외국인환자 한국의료 이용경험 및 만족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1.3%가 한국 문화를 접한 경험이 한국 의료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답했고, 정경화·최용재(2025)는 한류지수가 0.1포인트 상승할 때 방한 의료관광 총수요가 5.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K-컬처가 의료관광의 초기 인지도 형성 비용을 일정 부분 낮춰 주는 자산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재방문 성향도 높게 나타난다. 같은 원자료에서 의료관광객 가운데 4회 이상 한국을 방문한 비중은 38.6%에 이른다. 미용 시술이 지속 관리형 소비의 성격을 갖는 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부담이 다음 방문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일본은 1인당 총 소비액(202만 원)이 주요 국적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지만, 환자 수(44만 1천 명)는 가장 많아 고빈도 방문 구조를 보인다. 이 시장을 1회 방문에 따른 의료지출이 아니라, 재방문 가능성을 포함한 장기 고객가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이유다.
정리하면 한국 의료관광은 의료 자체보다 의료가 열어주는 체류와 소비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장이다. 진료과목 편중은 흔히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중장기적으로 다변화도 필요하지만, 관광산업의 관점에서 현재의 구조는 의료와 관광이 결합할 여지가 큰 형태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서론에서 짚은 세 길목이 열려 있을 때에만 기능한다.
앵커가 작동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과 제도 현황
그 세 길목, 곧 의료가 체류와 소비를 여는 앵커로 기능하기 위한 조건을 차례로 살펴본다.
첫째는 인지다. 한국에서 어떤 의료를 어떤 수준으로 받을 수 있는지가 잠재 수요자에게 알려져야 한다. 방한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인 시술과 의료기관에 대한 선택과 판단으로 옮겨가려면 그 사이를 메우는 정보가 필요하다.
둘째는 연결이다. 형성된 관심이 예약과 방문으로 이어지고, 의료를 축으로 숙박과 이동, 관광이 하나의 일정으로 묶일 수 있어야 한다. 지출의 대부분이 병원 밖에서 발생하는 시장에서는 이 결합을 담당할 주체의 유무가 부가가치의 크기를 좌우한다.
셋째는 저변의 확대다. 새로운 이용자가 계속 유입되고, 한 번 방문한 이용자가 다시 찾아야 한다. 신규 유입이 줄면 재방문이 기댈 모집단이 얇아지고, 재방문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용자 확보 비용을 한 번의 방문에서 모두 회수해야 한다.
다만 이 세 조건은 신뢰와 안전(Trust & Safety)이라는 공통의 기반 위에서만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의료기관의 정확한 정보, 의료진 정보의 검증,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 통역의 품질, 합병증 관리와 응급상황 대응, 취소·환불 기준,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의 구분, 귀국 이후의 사후관리, 그리고 개인정보 및 의료정보의 관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기반이 취약하면 인지와 연결, 방문 저변의 확대는 오래가지 못한다. 온라인 광고와 유치 주체의 범위를 넓히자는 논의일수록 신뢰와 안전을 전면에 세워야 정책적 반론에 견딜 수 있다.
세 조건에는 각각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제도가 놓여 있다. 인지에는 「의료법」 제56조와 의료해외진출법 제15조가 정하는 의료광고의 기준이, 연결에는 유치 주체를 열거한 「의료법」 제27조제4항이, 방문 저변에는 2025년 말 일몰된 미용 의료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가 각각 놓여 있다. 도입 시기와 목적, 소관 부처는 모두 다르지만, 경쟁국이 이미 답을 마련해 둔 지점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문제로 묶인다.
1. 인지: 외국인 대상 온라인 의료광고의 기준이 필요하다
방한 외국인환자의 상당수가 입국 수개월 전 온라인 탐색을 통해 의료기관과 시술을 결정한다는 점은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관심이 특정 시술과 기관에 대한 결정으로 옮겨가는 단계가 대체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 대상 온라인 광고에 특화된 별도의 판단 기준이 국내 제도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광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의료법」 제56조제2항제12호는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내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2009년 유치 행위를 허용하면서 함께 도입된 조항으로, 국내 의료시장의 과열과 내국인에 대한 영향을 우려한 보완 조치의 성격을 갖는다.
이 원칙에 대한 예외가 의료해외진출법 제15조의 특례다.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은 외국어로 표기된 의료광고를 할 수 있으나, 그 허용 범위가 장소로 한정되어 있다. 시행령이 열거한 장소는 외국인전용판매장, 보세판매장, 제주특별법에 따른 지정면세점, 국제항공노선이 개설된 공항, 무역항, 그리고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 시·도지사가 정하는 관광특구 지역이다. 이 장소에서도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공항과 무역항에서는 특정 진료과목에 편중된 광고가 금지되고, 모든 장소에서는 시술 전후 비교 사진·영상이 허용되지 않는다. 요컨대 예외는 열거된 물리적 장소에 한정되며, 이는 2016년 제도 설계 당시의 유통 경로를 전제로 한 접근이다.
온라인 의료광고는 허용 범위가 불명확하고 핵심 콘텐츠 활용이 크게 제약된다
시행령이 열거한 여섯 개 항목은 모두 물리적 공간이며, 온라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외국어로 운영되는 의료기관 홈페이지나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SNS 계정에는 제15조의 특례가 아니라 「의료법」 제56조의 일반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두 겹의 제약을 의미한다. 우선 외국인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광고라는 점 자체가 제56조제2항제12호의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내광고' 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모든 의료광고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 기준, 즉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치료경험담(제2호), 객관적 사실의 과장(제8호),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방식의 비급여 진료비 할인·면제(제13호)에 관한 규정이 외국인 대상 광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계된 내용 기준이 이용 후기와 전후 사례 제시가 일반화된 해외 플랫폼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온라인 광고는 도달 범위를 사업자가 통제하기 어렵다. 공항 면세구역의 광고판과 달리 외국어로 작성된 웹페이지는 국내 이용자도 열람할 수 있다. 그런데 제56조는 광고의 대상이 아니라 광고 행위 자체를 규율한다. 외국인만을 겨냥해 제작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이상 국내 의료광고로 평가될 소지가 있고, 그렇게 평가될 경우 치료경험담과 전후 사진, 할인 표시는 금지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의료기관은 외국인 대상 온라인 채널에서도 후기나 시술 전후 사진 같은 핵심 콘텐츠를 활용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상황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인 전용 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하거나 국내 접속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경우 적용 규범이 달라지는지, 외국어 페이지가 내국인에게 노출되는 경우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 기준을 현행 조문에서 찾기 어렵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따르는 영역에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면 사업자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현재의 소극적 운영도 그 결과로 볼 수 있다.
의료관광 경쟁국들은 이 문제에 답을 두고 있다
흔히 경쟁국은 의료광고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으리라고 여기지만 사정은 다르다. 싱가포르는 시술 전후 사진을 전면 금지하고 할인과 패키지 가격 비교 같은 유인 표시도 허용하지 않으며, 태국은 상호와 주소만을 담은 광고를 제외한 모든 의료광고에 사전승인을 요구한다. 규제의 강도는 결코 느슨하지 않다.
차이는 앞서 확인한 두 가지 질문, 즉 무엇이 허용되는가, 그리고 국내 노출을 어떻게 취급하는가에 대한 답이 문서로 존재하는가에 있다. 네 국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 답을 마련해 두었다.
싱가포르: 「Healthcare Services (Advertisement) Regulations 2021」 제14조는 후기와 경험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허용한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본인의 경험을 반영하여 무상으로 제공했을 것, 내용이 수정되지 않았을 것, 의료기관이 이를 재생산하지 않을 것, 환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제공한 것일 것이다. 요건을 충족하면 원내와 웹사이트, SNS 계정에 게시할 수 있다.
국내 노출 문제에 대해서도 답이 있다. 보건부는 의료기관 웹사이트의 광고가 싱가포르 밖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싱가포르에 소재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이상 규정의 적용을 받으며, VPN 등으로 우회해야만 접근 가능한 사이트는 적용 범위 밖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경계가 행정지침으로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튀르키예: 2025년 11월 시행된 「보건서비스 분야 홍보 및 정보제공 활동에 관한 규정」은 국내 광고에 대해서는 환자의 만족 표현을 통한 광고성 게시와 요금·할인·캠페인 정보의 게재를 금지하면서, 제8조에서 보건부 인허가를 보유한 의료기관과 중개기관에 대해 별도의 국제 의료관광 트랙을 적용한다. 조건은 해외 대상 별도 SNS 계정이나 웹사이트를 운영할 것, 튀르키예어를 제외한 언어를 사용할 것, 튀르키예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SNS의 국내 타겟팅과 자동 타겟팅을 꺼 둘 것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면 환자의 명시적 동의를 문서로 입증하는 조건에서 치료 경험담을 게재할 수 있고, 할인과 경쟁적 가격 공지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금지되는 사항이 해외 채널에서는 허용되는 이중 트랙이 조문으로 보장된 것이다. 다만 제8조는 모든 매체에 HealthTürkiye 로고를 사용하고 의료관광 인허가서를 해당 사이트에 게시할 것을 함께 의무화해, 허용된 광고 자체가 국가 인증을 받은 기관임을 나타내는 신호로 기능하게 했다.
태국: 의료시설법 제38조가 상호와 주소만을 담은 광고를 제외한 모든 광고에 사전승인을 요구하고, 세부 절차는 고시로 규율된다. 외국인 대상 여부는 허용을 좌우하지 않으며, 관건은 승인 취득 여부다. 승인 범주별 처리 기간과 수수료가 고시에 명시되어 있고 「의료기관 광고 매뉴얼」이 가능한 표현과 불가능한 표현을 구분해 공개하고 있어 사업자는 신청 전에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의약품광고위원회 지침은 환자 후기를 내용 기준으로 나눈다. 청결도, 직원의 응대 등 시설에 관한 후기는 허용되고, 치료 기술·서비스나 의료인의 역량에 관한 후기는 금지된다. 할인과 프로모션은 지침 7.1.1이 구체적 예시와 함께 명시적으로 허용한다. 국내 노출 문제는 지침 9.1이 다룬다. 말레이시아 밖에서 광고하는 시설은 해당국 요건을 준수하되, 그 광고가 인터넷 등을 통해 말레이시아 내 일반 대중에게도 이용 가능한 경우에는 이 지침에도 부합해야 한다. 채널을 분리하더라도 규범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조문에 나와 있다.

기준의 존재는 실제 운영에서도 확인된다. 싱가포르의 Mount Elizabeth는 로그인 없이 접근 가능한 환자 후기 페이지에 신장 이식 환자의 사례를 실명과 함께 게재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Acıbadem병원은 제8조의 요구대로 국내용과 국제 의료관광용 도메인을 분리하고, 국제 사이트에서 환자 후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한다. 태국의 Bumrungrad International Hospital은 증상, 치료 과정, 결과를 담은 상세한 환자 후기를 공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Sunway Medical Centre는 지침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환자들이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남긴 감사 후기를 공개한다.

한국에서 외국인 대상 온라인 광고의 별도 기준 부재가 남기는 것
그 사이 소비자 대상 시장에서는 미용의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후기 기능이 사실상 형성되어 있다. 같은 후기라도 게시 주체에 따라 규율이 갈리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56조제2항의 수범자는 의료인 등이므로, 의료기관이 자체 채널에 후기를 게시하면 의료광고로서 금지 대상이 되지만,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작성해 플랫폼이나 지도 서비스에 올린 동일한 내용은 이 조항의 직접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의뢰와 대가에 따른 콘텐츠는 의료광고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용자 게시물과의 경계는 실무상 분명하지 않다.
이 구조가 남기는 제약은 정보의 질에만 있지 않다. 후기와 시술 전후 사진이 자기 채널에서 막히면, 의료기관이 진료 역량을 알릴 수단은 인증, 의료진의 학력·경력, 보유 장비 같은 사실 정보로 좁혀진다. 국내 의료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이용자에게는 그 차이를 해석할 기준도 없다. 특히 전후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 진료과에서는 환자의 경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신뢰 형성 수단인데, 그 수단을 자기 채널에서 쓰기 어렵다.
그 결과 의료기관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제3자의 채널에 의존해 유통시키게 되고, 표현의 내용과 맥락을 스스로 통제하기도 어려워진다. 국내 미용의료 플랫폼의 수익원이 병원 광고료라는 점은 이 의존의 한 단면이다. 인지도가 이미 형성된 기관은 축적된 노출을 활용할 수 있으나, 새로 진입하는 기관일수록 자기 채널로 신뢰를 쌓을 경로가 좁아 가격 외의 차별화 수단을 찾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의료기관은 치료와 관련된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치료 효과와 관련한 양질의 자체 정보를 제공하고자 해도 광고 규제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 그 결과 비용이 큰 외부 프로모션 채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보 유통의 경로가 검색에서 생성형 검색으로 옮겨가면 이 제약의 함의는 더 커진다. 검색 결과에 제시되려면 기관 자신이 관리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온라인에 축적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 축적의 주체가 될 당사자가 자기 채널에서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용 범위를 넓히는 데 신중할 이유
물론 온라인 광고의 허용 범위를 넓히는 데는 신중할 이유가 있다. 치료 효과에 대한 오인 가능성, 미용 의료 수요의 과도한 자극, 국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모두 실질적인 우려이며, 2009년 국내 광고 금지 조항이 도입된 취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 보고서가 검토한 비교 대상국 가운데 이러한 우려를 이유로 판단 기준 자체를 공백으로 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오인 우려가 큰 항목일수록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온라인 노출의 취급을 함께 정했다. 검토되어야 할 것은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채널에 적용될 기준을 어떤 형태로 마련할 것인가다.
2. 연결: 외국인환자 유치 주체를 정한 조항
비의료 소비 구간을 통합할 주체가 불명확하다
병원 밖 소비가 실제 부가가치로 이어지려면 의료와 관광을 하나의 일정으로 묶는 주체가 필요하다. 환자의 여정을 탐색·예약, 입국·이동, 진료, 체류·숙박, 쇼핑·식음, 회복·웰니스로 나누어 보면 담당 주체의 분포가 고르지 않다. 탐색과 예약 단계에는 유치사업자와 의료 중개 플랫폼이 있고 진료 단계는 의료기관이 담당하지만, 지출의 상당 부분이 발생하는 진료 전후의 체류·숙박·쇼핑·식음 등 비의료 구간에는 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사업자가 사실상 없다. 이용자가 직접 숙소를 찾고 동선을 짜야 하는 구조다.
세 주체가 각각 다른 이유로 채우지 못했다
이 공백이 채워지지 않은 데에는 주체별로 서로 다른 사정이 있다. 의료기관은 본업 외의 서비스를 관리할 유인이 낮다. 수익 구조가 진료비 중심이어서 숙박이나 웰니스를 연계해도 돌아오는 수익은 제한적이고 관리 부담만 뒤따른다.
유치사업자는 역량의 문제에 부딪힌다. 등록 유치사업자는 2026년 7월 기준 2,713곳에 이르지만 대부분 영세하며, 통역과 픽업, 예약 대행 중심의 구조에서 항공과 숙박, 관광을 아우르는 상품을 기획할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기 어렵다.
여행 인프라를 보유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 사업자는 제도적 제약에 걸린다. 숙박과 이동의 인벤토리, 다국어 상담과 해외 결제, 예약 관리 시스템은 이미 갖추고 있으나, 여행자보험 판매를 위해 보유한 보험대리점 자격이 「의료법」 제27조제4항과 충돌하면서 진입에 법적 리스크가 따른다. 앞의 두 가지가 사업 구조와 역량의 문제라면, 세 번째는 제도의 문제다.
서로 무관한 제도 변화가 겹친 결과
「의료법」 제27조제4항은 「보험업법」 제2조에 따른 보험회사, 상호회사,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가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2009년 1월 이 조항이 신설될 당시의 입법 자료에 비추어 보면, 주로 염두에 둔 대상은 민간보험회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개정에서 외국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제27조제3항제2호가 함께 신설되었고, 제4항은 그 예외에 다시 단서를 붙이는 형태로 도입되었다. 억제하고자 한 것은 유치 행위 자체라기보다 새로 열린 통로를 경유해 보험업이 의료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이해되며, 의료 영리화와 민간보험의 의료기관 지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그 배경이었다. 이 우려 자체는 지금도 유효하다.
문제는 조문이 규율 대상의 성격을 따로 정의하지 않고 「보험업법」 제2조에 열거된 주체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데 있다. 이후 서로 다른 목적의 제도 변화가 이어졌다. 2015년 금융당국은 재화나 용역을 판매하는 사업자가 본업과 관련된 손해보험을 취급할 수 있도록 단종손해보험대리점 제도를 신설했고, 여행사업자를 포함한 21개 업종이 등록 대상이 되었다. 다만 재화나 용역을 직접 판매·제공하는 사업자를 전제로 했고 전자금융업자도 제외되어 있어, 상품을 중개하고 결제를 대행하는 온라인 사업자는 대상 밖에 놓여 있었다.
전환점은 2018년이다. 그해 6월 5일 시행된 개정 시행령은 사이버몰을 통해 재화·용역을 중개하는 사업자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를 등록 대상에 포함했고, 제도의 명칭도 간단손해보험대리점으로 변경되었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 실질적인 등록 경로를 갖게 된 것이 이 시점이다. 2019년 하나투어를 시작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된 2022년에는 노랑풍선과 마이리얼트립, 인터파크 등이 잇따라 등록했다.
[그림5] 외국인환자 유치 관련 제도의 연혁

여행자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대리점 제도에 등록한 사업자가 「보험업법」상 보험대리점에 해당하게 되면서, 「의료법」상 외국인환자 유치 금지 조항의 적용 대상에 자동으로 편입된 것이다. 본 보고서가 확인한 입법 자료에서는 여행 플랫폼을 직접 규율하려는 취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로 무관한 정책 결정이 겹치면서 의도하지 않은 규제 효과가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석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
해석을 통해 정리할 수 있다면 입법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그러기 어렵다.
하나는 조문이 적용 대상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7조제4항은 「보험업법」 제2조에 따른 보험대리점을 열거하고 있고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은 그 정의에 포함되므로, 해석을 통해 특정 유형의 대리점만 제외하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벗어날 소지가 크다. 다른 하나는 이 조항이 형사처벌 규정이라는 점이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주무부처의 유권해석은 수사기관과 법원을 구속하지 못하므로, 부처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형사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업자는 적법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단 없이 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참여를 유보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다.
정비되지 않은 사이 나타난 결과
규제의 결과는 원래 목적과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본 보고서가 확인한 범위에서 2009년 이후 이 조항의 적용을 이유로 보험회사의 유치 시도가 문제된 사례는 찾기 어려운 반면, 실제로 적용 범위에 포섭된 것은 여행자보험을 부수 업무로 취급하는 사업자였다. 규제의 실질적 효과가 미치는 대상이 입법 당시 겨냥한 대상과 달라진 것이다.

그 영향은 개별 사업자의 참여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첫째는 공적 지원 체계에서의 배제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관련 지원사업([표 3])은 대부분 유치의료기관 또는 유치사업자 등록을 참가 자격 요건으로 한다. 그런데 제27조제4항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는 유치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이 자격요건을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배제의 기준이 사업 역량이 아니라 여행자보험 취급 여부라는 점이 문제의 성격을 보여준다.
둘째는 국내외 사업자 간 적용 조건의 차이다. 제27조제4항은 「보험업법」에 따라 국내에서 등록·허가를 받은 주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국내 보험업 등록이 없는 해외 플랫폼은 이 조항의 직접적 적용 대상이 아니다. 물론 의료해외진출법 제6조는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려는 자에게 등록 의무를 부과하며, 2026년 5월부터는 무등록 유치에 대한 제재가 기존의 징역·벌금에 더해 명단 공표와 범죄수익 몰수·추징까지 포함하도록 강화되었다. 다만 등록 요건은 국내 사무소 설치와 자본금 보유, 보증보험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국내에 거점을 두지 않은 사업자를 충분히 상정하고 있지 않으며, 모객과 중개가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집행의 실효성 역시 떨어진다.

이 구조는 공적 사업의 참가자 명단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코리아뷰티페스티벌 특별 판촉에는 Klook, KKday, Trip.com, Traveloka 등 글로벌 여행 플랫폼이 참여했고, 2025년 일본에서 열린 코리아 뷰티&메디컬 페어에는 라쿠텐트래블, JTB 등이 이름을 올렸다. 참가 명단의 다수는 동일한 방한 수요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외 플랫폼이다. 국내에서 여행자보험을 취급하는 대형 플랫폼이 이 명단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앞서 확인한 제약의 실질적 효과를 보여준다.
비교 대상국에서는 사업자의 판단에 맡겨진 영역
여행자보험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특정 사업자를 외국인환자 유치에서 배제하는 입법례는, 본 보고서가 검토한 주요 의료관광국의 법령 범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튀르키예는 2025년 개정한 「국제보건관광 및 관광객보건 규정」에서 인가받은 중개기관이 환자를 위한 합병증보험과 여행자보험을 주선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보전하며, 숙박·교통·이동 서비스는 인가받은 여행사를 통해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보험 취급과 여행업 기능을 이용자 보호의 수단으로 볼 것인가, 시장 진입을 막을 사유로 볼 것인가가 갈리는 지점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여행 플랫폼이 의료를 활발히 취급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는 제도적 금지보다 시장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의료가 방문의 유일한 목적인 시장에서는 관광과 결합할 여지가 크지 않으며, 한국 시장의 구성은 이와 구별된다.
다만 진입 허용이 그 자체로 시장의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노출 순서와 수수료 구조를 둘러싼 문제는 플랫폼 산업 전반에서 제기되어 왔고, 의료 영역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진입 허용과 함께 마련되어야 할 운영 기준은 뒤의 제언에서 다룬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는 2025년 10월 국정감사를 계기로 입법 논의로 이어졌고, 2026년 6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3. 저변 확대: 미용 의료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
다회 방한 비중이 높은 이 시장에서는 1인당 지출을 높이는 것과 방문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 병원 밖 소비는 방문 1회마다 발생하므로, 같은 지출 수준이라도 방문 저변이 넓어질수록 관광 부문으로의 파급은 커진다. 1인당 지출의 상승분이 곱해질 모수를 함께 키우는 일이 시장 전체의 성과를 결정한다. 신규 유입과 재방문을 뒷받침하는 유인이 중요한 이유다.
환급 특례의 도입과 일몰
2016년 도입된 외국인관광객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는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라 등록한 유치의료기관에서 시술을 받은 경우에 한해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주는 제도였다. 환자로서는 등록 기관을 이용할 경제적 유인이 있었고, 사업자로서는 등록을 유지할 이유가 생겼다. 이 특례는 여섯 차례 연장을 거쳐 2025년 12월 31일 일몰되었다.
제도가 종료된 배경에는 재정당국의 판단이 있다. 산업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폐지한다는 일몰 조건이 빠른 성장에 따라 충족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에게만 감면을 제공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형평성 문제, 환급 규모의 증가, 필수·지역의료 인력 부족 상황에서 미용 분야에 대한 지원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어 왔다. 이 논거들은 모두 실질적인 무게를 갖는다.
일몰 이후 함께 관측된 변화
일몰 이후 첫 반년에 관측된 지표는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보여준다. 다만 아래 수치는 일몰과 같은 시기에 관측된 것일 뿐, 일몰의 효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하나카드의 해외 발급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6년 상반기 국내 의료업종 이용이 확인된 외국인의 전체 카드 이용액은 3조 9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의료업종 이용액은 1조 4,203억 원으로 38.6% 늘어 전체 증가분의 62.7%를 견인했고, 의료 외 업종 이용액도 1조 6,770억 원으로 16.3% 증가했다. 상위 14개국을 보면 카드당 평균 의료업종 이용액이 133만 8천 원에서 174만 1천 원으로 30.1% 증가했다. 카드당 의료지출만 보면 고부가가치화와 부합하는 움직임이다.
같은 분석에서 다른 흐름도 확인된다. 상위 14개국의 의료업종 이용 카드 수는 58만 1,670장에서 58만 7,612장으로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용 카드 수를 이용자 규모의 대리지표로 본다면, 지출 증가에는 이용자 확대보다 카드당 지출액 증가가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합은 그간의 추이와 어긋난다. 외국인환자 수가 3년 연속 두 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이어온 시장에서 1.0%는 정체에 가까운 흐름이다. 같은 기간 면세점(-1.4%)과 항공사(-7.5%) 이용액이 감소한 것도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의 상당 부분이 이용 카드 수의 확대보다 카드당 지출 증가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결과가 아니다. 다만 관광 부문으로의 파급이 방문 횟수에 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 카드 수의 정체는 인과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검토해야 할 신호다.
진입 관문의 관점에서 가격이 갖는 의미
일몰과 저변의 움직임을 곧바로 인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원화 약세로 인한 상대가격 변화, 항공료 수준, 전년도의 높은 기저효과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며, 상반기 유치실적 통계가 공표되면 교차 확인이 필요하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이나 단절적 시계열 분석(interrupted time-series), 국적·시술별 가격탄력성 분석을 통해 이 인과관계를 엄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인과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환급 혜택이 작동하던 수요층의 성격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급 대상이었던 미용 시술은 이 시장의 진입 관문에 해당한다. 2026년 상반기 피부과 카드 이용액은 7,685억 원으로 49.5% 증가해 전체 의료업종 이용액의 54.1%를 차지했고, 진흥원은 피부과 시술을 외국인환자가 한국 의료를 처음 경험하기 좋은 징검다리로 보고 치과, 안과, 건강검진 등과의 연계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층은 고단가는 아니지만 신규 유입의 통로이자 소비 확장의 출발점이다.

세 의료 세그먼트가 반드시 선형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용·피부과가 한국 의료에 대한 최초 경험을 형성한 뒤 건강검진·치과·안과 등 인접 서비스로 소비 범위가 확대될 수 있으며, 웰니스·회복 서비스는 각 의료 세그먼트에 결합되어 전체 여정의 가치를 높이는 보완적 층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확장은 ‘의료관광 소비 확장 포트폴리오(Medical-Tourism Value Expansion)’로 볼 수 있다. 미용 고객이 중증 치료 고객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단선적 전환이 아니라, 한 이용자가 여러 진료·웰니스 영역으로 소비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핵심은 저단가 미용 이용자를 많이 유치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들의 소비 범위를 인접한 진료와 웰니스 영역으로 넓혀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단가가 낮은 층일수록 같은 비율의 가격 변동이 방문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수백만 원대의 시술에서 10%가 갖는 의미와, 백만 원 안팎의 시술을 고려하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수요층에서 10%가 갖는 의미는 다르다. 환급이 작동하던 지점이 후자였다는 점은 인과의 증거가 아니라, 후속 검증에서 확인해야 할 가설로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한편 미용 의료 부가세 환급 특례 제도는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의료 거래를 양성화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부가세 환급을 받기 위해 신고하는 순간 병원 매출이 공식적으로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일몰됨에 따라 일부 의료 거래가 다시 음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선 병원과 유치업자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용 의료 부가세 환급 특례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의료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요 유치국은 방문 유인에 재정을 투입한다
주요 유치국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방문 유인을 제도화하고 있다. 태국은 의료비 환급과 이민 절차 완화를 병행했고, 튀르키예는 의료관광 합병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보험료의 최대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해외 대상 SNS 광고비의 최대 70%를 환급하며 국영 항공사와 연계한 항공권 할인도 제공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방문의 문턱을 낮추는 데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은 같다.
앞서 확인한 반대 논거들은 여전히 유효하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채 동일한 제도를 되살리자는 주장은 같은 반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검토가 진전되려면 이 제도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논의의 틀이 달라져야 한다.
이렇게 세 제도는 각각 다른 배경에서 형성되었으나, 앵커가 작동하는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계열에 놓인다. 인지 단계에서는 외국인 대상 온라인 광고에 특화된 판단 기준이, 연결 단계에서는 의료와 관광을 묶을 주체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으며, 방문 저변에서는 일몰된 유인의 효과와 대안이 검증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경쟁국이 같은 지점에 이미 답을 마련해 둔 만큼, 이 공백은 곧 경쟁 조건의 차이가 된다. 다만 이러한 상태가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026년 들어 관련 제도는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2026년 제도의 변화
서론에서 ‘지금’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6년 들어 관련 제도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잇달아 움직였고, 시행에 이른 것과 방침·발의 단계에 머무는 것이 함께 존재한다.
4월 15일, 법무부의 비자 제도 개선 착수: 법무부는 간담회에서 두 방향의 비자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하나는 우수 유치기관 지정 기준의 완화로, 지역 가점 신설과 함께 행정제재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반복적 진료가 필요하거나 웰니스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환자에게 단기(C-3) 복수사증 또는 장기체류(G-1) 사증이 보다 쉽게 발급되도록 심사 요건과 절차를 정비하는 것이다.
반복적 진료와 웰니스 관광을 명시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비자 제도가 일회성 치료 방문이 아니라 반복 방문과 체류형 소비를 전제로 재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월 21일, 치유관광산업법 시행: 치유관광에 대한 법적·정책적 개념이 정립되고 치유관광사업자 등록과 우수시설 인증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뷰티와 스파, 휴식, 치유, 음식, 명상 등이 법제화된 산업 범주로 편입되었다. 시술 이후의 체류와 회복 구간을 제도적으로 정의한 첫 입법이다.
5월 26일, 의료해외진출법 개정: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외국인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의원급뿐 아니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초진 환자를 포함해 지속적 관찰과 상담, 진단 및 처방이 가능해졌다. 방한 이전의 상담과 귀국 이후의 관리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인 변화다.
6월 5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제27조제4항의 금지 규정은 유지하되, 여행자보험 계약을 대리하기 위해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한 자에 한하여 예외를 인정하는 단서를 신설하는 내용이다([표5]). 예외는 「관광진흥법」에 따른 여행업자 등록과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른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 등록을 모두 마친 경우에 한하며, 유치 행위의 구체적 방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보험을 본업으로 하는 주체는 그대로 제한하고, 부수 업무로 보험을 취급하는 사업자만 예외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8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의: 2025년 말 종료된 외국인관광객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의 적용기한을 ‘2029년 12월 31일’로 연장해 재도입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발의 취지에서는 의료관광이 진료 수익에 그치지 않고 숙박·관광·유통으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이 제시되었다.
두 건의 개정안 진행 현황
발의 단계에 있는 두 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의료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는 구조여서 통과 시점에 따라 실제 시행 시기가 정해진다. 기존 금지 규정을 유지한 채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형태여서 쟁점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성격이 다르다. 적용기한만 변경하는 단순한 형식이지만, 세제 감면의 연장은 재정당국의 판단이 관건이며 앞 절에서 확인한 반대 논거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번 발의에서는 환급 실적의 구성 변화가 논거로 제시되었다. 환급 건수와 금액은 2016년 3만 3,659건·79억 원에서 2025년 172만 1,095건·1,964억 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건당 평균 환급액은 2016년 23만 원, 2021년 27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9만 원까지 낮아졌고 2025년에도 11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고가 성형수술 중심이던 이용이 접근성 높은 피부·미용 시술 중심으로 옮겨갔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특례 적용 의료기관도 538개소에서 1,665개소로 약 3배 늘었다.
건당 환급액이 줄어드는 동안 건수가 50배 이상 늘었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소수의 고액 시술보다 다수의 소액 시술 이용자에게 더 폭넓게 작동해 왔음을 보여준다. 방문 저변이라는 관점에서 이 제도를 평가할 근거가 여기에 있다.
하나의 여정 위 흩어져 있는 제도들
이상의 변화는 서로 다른 부처에서 각각의 필요에 따라 진행되었다. 비자는 법무부, 치유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 비대면 진료와 유치 주체는 보건복지부, 조세 특례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그런데 이를 외국인환자의 여정 위에 배열하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방한 이전의 상담은 비대면 진료 근거로, 유입과 예약은 유치 주체 규정의 정비로, 방문 결정과 반복 방문은 환급 특례와 복수사증 개선으로, 입국은 비자 절차 간소화로, 시술 이후의 체류와 회복은 치유관광산업법으로, 그리고 귀국 이후의 관리는 다시 비대면 진료로 이어진다. 탐색에서 사후관리까지 여정 전체를 하나로 묶을 법적 기반이 순차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세 조건 가운데 연결과 방문 저변에 관해서는 제도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것과 이어져야 할 것
다만 인지에 관한 제도는 이번 변화의 대상이 아니었다. 의료해외진출법 제15조의 광고 특례는 그대로다. 비대면 진료를 통한 방한 이전 상담은 가능해졌으나, 그 상담에 이르기까지 잠재 수요가 한국 의료기관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정보 제공 기준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상담의 문은 열렸으나 그 문을 찾아오게 하는 단계의 기준은 남아 있는 셈이다.
두 개정안이 국회 심의 단계에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시행이 늦어질수록 조건의 비대칭은 그만큼 유지되며, 그 사이에도 시장은 계속 움직인다.
정리하면 2026년의 제도 변화는 세 조건을 여러 방향에서 개선하고 있으나, 각각 독립적으로 설계되었다. 개별 정비가 흩어진 채 끝나지 않고 여정 단위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남아 있는 조건이 함께 정리되고 흩어진 자격과 기준이 서로 맞물리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제언: 여정을 기준으로 제도를 정렬하자
앞선 논의는 하나의 지점으로 모인다. 한국 의료관광은 의료가 체류와 소비를 여는 앵커로 작동하는 구조를 갖추었고, 남은 과제는 이 구조가 더 넓은 저변 위에서 작동하도록 제도를 정렬하는 일이다.
이하의 제언은 규제를 완화하자는 요구가 아니다. 세 조건 모두에서 문제는 규율의 강도가 아니라 기준의 부재이거나,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제도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필요한 것은 사업자와 이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흩어진 제도와 자격이 하나의 여정 위에서 작동하도록 맞추는 작업이며, 그 전제는 신뢰와 안전이다.

제언1: [인지] 외국인 대상 온라인 의료광고의 판단 기준을 성문화하자
인지의 영역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온라인이라는 채널에 적용될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의료해외진출법 제15조의 특례는 물리적 장소를 열거하는 방식이어서 온라인에 미치지 않고, 외국인 대상 온라인 광고에 특화된 별도의 판단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래 네 가지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검토 항목이다.
첫째, 국내 노출에 관한 취급 기준을 정한다. 도달 범위를 통제하기 어려운 온라인의 특성상 가장 먼저 답이 필요한 항목이다. 싱가포르는 국내 소재자의 접근 가능성을, 말레이시아는 국내 일반 대중의 이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았고, 튀르키예는 별도 채널 운영과 국내 타겟팅 차단을 요건으로 제시했다. 어느 방향을 택하든, 채널을 분리할 경우 규범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사업자가 그에 맞춰 판단하고 투자할 수 있다.
둘째, 허용 요건을 조문 또는 지침에 명시한다. 치료경험담과 시술 전후 사진, 가격 표시 각각에 대해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가능한지를 규정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의 후기 네 가지 요건, 말레이시아의 내용 기준 구분이 참고가 된다. 목적은 금지 범위의 확대나 축소가 아니라 판단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셋째, 게시 전에 확인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둔다. 기준이 있어도 개별 표현이 이를 충족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남는다. 태국은 사전승인 절차의 승인 범주별 처리 기간과 수수료를 고시에 명시해, 사업자가 소요 시간을 예측한 채 광고를 준비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는 의료광고 사전심의 제도가 이미 있으므로 새로운 기구는 필요하지 않다. 외국인 대상 온라인 광고를 심의 대상에 포함하고 처리 기간을 정해 두며, 심의 사례를 유형별로 공개하면 기준도 함께 구체화된다.
넷째, 허용 요건을 국가 인증과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튀르키예는 해외 대상 광고를 허용하면서 HealthTürkiye 로고 사용과 인허가서 게시를 함께 의무화해, 허용된 광고 자체가 검증된 기관임을 나타내는 신호가 되도록 했다. 국내에도 우수 유치의료기관 지정 제도가 있어 이를 연계할 기반은 있다. 광고 기준의 정비가 곧 국가 브랜드 인프라의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행정지침을 통해 국내 노출 여부, 해외 전용 채널의 판단 기준, 심의 절차 등 현행법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현행 법령상 금지되는 표현의 허용 범위 자체를 확대하려는 경우에는 「의료법」 또는 의료해외진출법과 그 하위법령의 개정 필요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제언 2: [연결] 유치 주체 규정을 정비하고 운영 기준을 함께 설계하자
A. 국회가 해야 할 것: 「의료법」 제27조제4항 개정
「의료법」 제27조제4항의 정비는 규제를 푸는 문제가 아니라 규율 대상을 입법 취지에 맞게 되돌리는 문제다. 2009년 이 조항이 겨냥한 것은 보험업의 의료시장 진입이었고, 그 우려는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여행자보험을 부수 업무로 취급하는 사업자까지 문언상 동일하게 포섭되는 것은 입법이 예정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 발의된 개정안은 보험을 본업으로 하는 주체에 대한 제한을 그대로 두고, 부수 업무로 여행자보험을 취급하는 사업자만 분리하므로 2009년 입법이 지키고자 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

B. 정부가 해야 할 것: 진입 이후의 운영 기준을 설계한다
다만 정비의 실효성은 진입 이후의 운영 기준에 달려 있다. 세 가지가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첫째, 노출 기준과 수수료 구조의 투명성이다. 광고비 지출이 노출 순서를 좌우하면 이용자의 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 유치 수수료 상한 고시와 사업실적 보고 의무가 이미 있으므로, 이 틀 안에서 노출 기준의 공개와 수수료 구조의 표시 요건을 함께 마련할 수 있다. 개정안이 유치 행위의 구체적 방법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한 점도 이러한 설계의 여지를 남긴다.
둘째, 적용 범위의 단계적 설정이다. 한국 시장의 다수를 이루는 피부·성형 영역은 입원을 수반하지 않는 시술이 중심이므로, 우선 이 외래 영역부터 적용하고 이용자 보호 실태를 확인한 뒤 범위를 조정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셋째, 국경을 넘는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이다. 등록 요건이 국내 사무소 설치와 자본금 보유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제도가 정비되더라도 국내에 거점을 두지 않은 사업자에 대한 집행 문제는 남는다. 국적을 불문한 유치 규율의 실효성 확보는 별도의 과제다.
제언 3: [방문 저변]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를 방문 유인의 관점에서 재검토하자
환급 특례 재도입 논의의 관건은 이 제도를 미용 의료에 대한 세제 감면으로 볼 것인가, 방한 소비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비용으로 볼 것인가에 있다. 그에 따라 계산의 범위가 달라진다.
첫째, 평가의 범위를 지출 전체로 넓힌다. 외국인환자 지출의 61.7%는 병원 밖에서 발생한다. 환급으로 유발되는 방문이 있다면, 그 방문이 만들어내는 숙박과 쇼핑, 식음 소비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세수를 함께 계산하지 않으면 이 제도의 경제적 효과 가운데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된다. 앞 장에서 확인한 환급 실적의 구성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다만 이는 주장이 아니라 데이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환급액 대비 유발 소비와 세수의 정량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재정당국을 설득하려면 국익 논리가 아니라 화폐 단위의 계산이 필요하다. 이 데이터의 확보가 선행 과제다.

둘째, 이 특례가 조세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을 설계에 반영한다. 종전 특례는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라 등록한 유치의료기관에서 받은 시술에만 적용되었으므로, 환급을 받으려면 의료기관이 먼저 등록 절차를 밟아야 했다. 특례 적용 의료기관이 약 3배 증가했다는 사실은 세제 혜택이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는 기능을 일부 수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재도입 시 이 조건은 유지되어야 하며, 등록이 형식적 절차에 머물지 않도록 등록 요건과 사후 관리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 확산의 관점을 결합한다. 2026년 8월 기준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은 서울에 2,655개소, 유치사업자는 1,682곳이 소재해 전체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적용기한의 단순 연장을 넘어, 지역 소재 기관에 대한 차등 적용이나 지역 웰니스 자원과 연계된 상품에 대한 우대를 검토할 수 있다. 법무부가 우수 유치기관 기준에 지역 가점 신설을 검토하는 방향과도 맞물린다.
제언 4: [통합] 여정 단위의 자격 체계를 검토하자
앞의 세 제언이 각 조건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이 제언은 세 조건을 잇는 문제를 다룬다.
2026년의 제도 변화를 여정 위에 배열하면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지지만, 이는 설계된 결과가 아니다. 현재 한 사업자가 방한 상담부터 예약과 입국, 시술과 체류, 회복과 사후관리까지를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하려면 여행업 등록과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 등록이라는 두 개의 자격 체계를 각각 통과해야 하고, 비대면 진료는 의료기관과의 별도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의료관광 사증은 등록된 유치기관의 초청을 전제로 발급되고, 법무부가 지정한 우수 유치기관의 초청 건에 한해 전자사증으로 신속하게 처리된다. 사증의 소관은 법무부이지만 그 전제가 되는 자격은 보건복지부 소관의 등록에서 나온다. 회복기 프로그램을 결합하려면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치유관광사업자 등록이 더해진다. 등록 창구도 여행업과 치유관광사업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는 시·도로 나뉘며, 소관 부처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법무부로 갈라져 있다.
첫째, 자격 간 연계 경로를 정리한다. 중복되는 등록 요건을 상호 인정하거나, 복수 자격 보유 사업자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새로운 자격을 신설하기보다 기존 자격 사이의 연결을 정리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둘째, 여정 단위의 상품 구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한다. 의료와 숙박, 이동, 웰니스가 결합된 상품에서 각 주체의 책임 범위와 사고 발생 시의 처리 경로를 정하는 문제다. 한국은 이미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유치사업자 보증보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과 배상금 대불에 이르는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결합 상품에 이 체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하면 사업자에게는 예측 가능성이, 이용자에게는 신뢰가 확보된다.
셋째, 부처 간 협의 구조를 상설화한다. 개별 제도의 정비가 여정 단위의 실효성으로 이어지려면 소관 부처가 서로의 변화를 알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구를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범부처 협의체가 의료관광을 여정 단위로 다루는 안건을 정례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제언 5: [기반] 성과지표를 여정 단위로 확장하자
마지막으로 측정의 문제가 남는다. 현재 의료관광의 성과는 주로 외국인환자 수와 진료비를 중심으로 관리된다. 그러나 이 시장의 지출은 상당 부분이 병원 밖에서 발생하며, 인바운드 고부가가치화의 성과도 그 영역에서 나타난다. 진료 중심의 지표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체류일수, 1인당 총지출, 재방문율, 지역 분산도가 함께 관리되어야 한다. 특히 방문 저변에 관한 지표는 현재 대리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 이용카드 수는 진흥원 스스로 밝히듯 실제 환자 수와 일치하지 않는다. 유치실적 통계와 카드소비 데이터, 출입국 통계를 연계해 실제 환자 기준의 방문 빈도와 재방문 주기를 파악하면, 앞의 세 제언에 대한 판단 근거도 함께 마련된다.
특히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처럼 재정 투입이 수반되는 제도는 효과의 정량 입증 없이는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 지표 체계의 정비는 다른 제언들이 검토될 수 있는 토대에 해당한다.

다섯 가지 제언은 병렬적이지 않다. 알릴 수단이 제한된 상태에서 연결 주체만 확보되면 상품을 구성하더라도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연결이 가능해지더라도 방문 저변이 넓어지지 않으면 부가가치의 총량은 늘지 않고, 저변이 넓어져도 체류 구간을 담당할 주체가 없으면 지출은 병원 안에 머무른다. 이 모든 효과는 측정되지 않으면 다음 정책 판단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리고 [표 9] 하단의 공통 안전장치는 다섯 제언 모두의 전제다. 온라인 광고와 유치 주체의 범위를 넓히는 정비일수록 인증·정보 검증, 동의, 통역, 사고 대응, 책임, 사후관리, 개인정보 보호가 요건으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심의 단계에 있는 두 개정안의 처리가 가장 앞선 과제이고, 광고 기준의 정비는 별도의 검토 기간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어느 것을 먼저 다루든, 나머지가 함께 정리되지 않으면 개별 정비의 실효는 그만큼 제한된다.
결언: 규제 완화를 넘어, 제도의 정렬이 경쟁력이다
한국 인바운드 관광은 방문객 수에서는 팬데믹 이전의 고점을 넘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1인당 지출은 오히려 낮아졌고 일본의 7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 과제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 번의 방문이 더 큰 소비와 부가가치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웰니스 관광은 이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 영역이다. 외국인환자 지출의 61.7%가 병원 밖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의료가 진료 자체를 넘어 숙박, 쇼핑, 식음, 이동으로 소비를 확장하는 인바운드의 ‘앵커’임을 보여준다. 한국은 의료·미용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 K-콘텐츠가 만들어낸 인지도를 함께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해외에서 알려지고, 방문과 소비로 연결되며, 시장의 저변이 지속적으로 넓어져야 한다.
본 보고서가 주목한 문제는 이 세 과정에 과거 서로 다른 목적에서 만들어진 제도가 각각 놓여 있고, 시장의 변화에 맞춰 충분히 정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의료광고, 외국인환자 유치 주체, 세제 특례는 각각 타당한 정책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시장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과 여행·웰니스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과거의 제도가 오늘의 관광객 여정을 불필요하게 끊는다면, 그것은 규제의 문제를 넘어 경쟁력의 문제가 된다.
2026년 들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기반, 치유관광산업법, 비자 개선 논의와 함께 유치 주체와 세제 관련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개별 제도의 개선에 그치게 하지 않고, 탐색·예약·방문·진료·회복·재방문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관광객 여정 위에서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법은 규제를 일률적으로 푸는 데 있지 않다. 의료 안전과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제한되는지를 명확히 하고, 서로 충돌하거나 관광객의 여정을 불필요하게 단절시키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핵심은 ‘완화’가 아니라 ‘기준의 명확화와 제도의 정렬’이다.
의료·웰니스 관광은 한국 관광이 방문객 수의 성장을 소비와 부가가치의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시장이 만들어낸 경쟁우위를 제도가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연결해 줄 때, 의료라는 앵커는 병원을 넘어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전반의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
Acknowledgements
본 인사이트는 야놀자리서치 ‘YARI 의료·웰니스 관광 포럼’ 제1차 포럼(2026년 6월 10일)과 제2차 포럼(2026년 8월 13일)에서 이루어진 논의와 제언을 참고하여 작성되었다. 포럼에 참석하여 다양한 의견과 전문적 제언을 나누어 주신 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다만, 본 인사이트의 내용과 견해는 저자들의 분석과 판단에 따른 것이며, 포럼 위원 개인 또는 포럼 전체의 공식적인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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