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6 NOL 한국 축제 지수: 데이터로 측정하는 한국 축제의 매력
- 등록일
- 2026.08.27
NOL 한국 축제 지수:
데이터로 측정하는 한국 축제의 매력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관광시장의 경쟁 원리가 바뀌고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관광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가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되었다. 공항을 확장하고, 호텔 객실을 늘리고, 교통망과 관광시설을 확충하는 물리적 인프라 중심의 경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관광의 경쟁력은 단순한 수용 능력을 넘어, 관광객에게 얼마나 차별적이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오늘날의 관광객은 더 이상 유명 랜드마크를 둘러보고 사진을 남기는 수동적인 관찰자에 머물지 않는다. 목적지가 지닌 고유한 문화와 이야기에 몰입하고, 지역사회와 교감하며,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을 찾는다. 관광의 가치가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무엇을 느끼고 기억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산업의 경쟁 역시 시설과 규모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경쟁에서 감정, 기억, 참여, 공유를 중심으로 한 경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험경제의 중심에 축제(Festival)가 있다. 축제는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음식, 예술, 자연환경, 공동체의 정체성을 일정한 시간과 공간 안에 압축적으로 구현한다. 동시에 관광객이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참여하고, 느끼고, 소비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체험형 관광상품이다. 성공적인 축제는 하나의 이벤트를 넘어 도시와 지역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방문 동기를 창출하며, 숙박·음식·쇼핑·교통 등 연관 산업의 소비를 촉진하는 관광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세계적으로도 축제와 이벤트의 경제적 영향력은 이미 거대한 산업 규모로 성장했다. Events Industry Council(EIC)의 「2026 Global Economic Significance of Business Events」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축제·이벤트 관련 참여 인구는 약 16억 5천만 명에 이르며, 약 1조 3천억 달러의 직접 지출과 약 1조 8천억 달러의 GDP 기여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영국 에든버러의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 브라질 리우 카니발(Rio Carnival)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들은 지역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도시와 국가의 정체성을 대표하고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관광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결국 축제의 경쟁력은 오늘날 관광도시가 축적해야 할 중요한 경험자본(Experience Capital)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축제는 지역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정책수단으로 빠르게 확대되어 왔다. 전국 지역축제 수는 2019년 885개에서 2025년 1,214개로 6년 만에 37.2%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축제 관련 총예산도 3,448억 원에서 6,195억 원으로 약 1.8배 확대되었다. 특히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험에 직면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축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관광객 유치, 지역소비 확대, 지역브랜드 형성의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과 실제 성과 사이에는 중요한 간극이 존재한다. 축제의 수와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주민의 축제 참가율과 국민의 축제 참가 경험률은 이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았으며, 1인당 관광소비 역시 기대만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39.1%였던 국민 축제 참가 경험률은 2023년 27.5%까지 하락한 뒤 2024년에도 29.3%에 머물렀다 (나라살림브리핑, 2024). 또한 2024년 주요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상당수 축제가 투입예산에 상응하는 방문객 지출을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제는 더 많아지고 예산도 늘어나는데, 왜 관광객의 참여와 소비는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가? 이것이 바로 한국 축제 정책과 산업이 지금 답해야 할 핵심 질문이다. 문제의 한 원인은 그동안 우리가 축제의 성과를 측정해 온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축제 평가는 주로 방문객 수, 관광수입, 경제적 파급효과, 언론 노출량, 투입예산과 같은 공급자 중심의 양적 성과지표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지표는 축제의 규모와 운영 성과를 파악하는 데 필요하며, 정책적·행정적 성과를 평가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축제의 경쟁력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축제를 경험한 관광객이 무엇에 만족했는지, 무엇에 실망했는지, 무엇을 특별하게 기억하는지, 다시 방문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축제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문객 수가 많은 축제가 반드시 매력적인 축제인 것은 아니며, 많은 예산을 투입한 축제가 반드시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이를 식당에 비유하면 보다 분명하다. 좋은 식당을 평가하면서 좌석 수, 하루 방문객 수, 매출액, 주방시설의 규모만 조사하고 정작 음식의 맛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보지 않는 것과 같다. 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가와 함께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평가했는가를 측정해야 비로소 축제의 진정한 경쟁력을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디지털 환경의 확산은 이러한 수요자 평가를 과거보다 훨씬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관광객은 축제를 경험한 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X,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소셜 플랫폼에 자신의 경험을 자발적으로 기록한다.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에는 단순한 방문 여부를 넘어 즐거움과 감동, 혼잡과 불편, 음식과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가격에 대한 인식, 재방문과 추천 의향 등 기존의 행정통계나 방문객 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관광객 경험의 질적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야놀자리서치는 미국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경희대학교 H&T 애널리틱스센터와 공동으로 「NOL 한국 축제 지수」 (공식 명칭: 한국 축제 매력도 지수(Korea Festival Attractiveness Index, KFAI))를 개발하였다. KFAI는 전국 축제에 대해 생성된 방대한 소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제가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지도(Awareness)와, 축제 경험에 대한 관광객의 긍정적·부정적 평가를 나타내는 매력도(Attractiveness)를 함께 측정함으로써 한국 축제의 경쟁력을 수요자 관점에서 진단하고자 한다.
KFAI의 목적은 단순히 축제의 순위를 정하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목적은 “어떤 축제가 왜 경쟁력이 있는가”를 데이터로 설명하고, 각 축제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진단하여 더 나은 관광경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지도가 낮지만 경험 만족도가 높은 축제에는 보다 적극적인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수 있고, 인지도는 높지만 매력도가 낮은 축제에는 콘텐츠와 운영 품질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KFAI는 일률적인 서열화보다는 축제별로 서로 다른 문제를 발견하고 전략적 처방을 제시하는 ‘진단 도구’로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본 인사이트는 이러한 관점에서, 관광산업에서 축제가 왜 중요한 경험자본인지 이론적·산업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한국 축제산업의 양적 성장과 성과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간극을 진단하며, 소셜 빅데이터와 AI 기반 감성분석을 활용한 KFAI의 개발 논리와 측정체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어 2026년 전국 축제 평가와 경쟁력 지형을 통해 한국 축제의 인지도와 매력도가 어떠한 구조를 보이는지를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축제 주최기관 및 관광산업이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축제 개발, 타깃 설정, 브랜딩, 마케팅, 운영 및 성과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축제를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축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한국 축제정책이 이제 양적 확대에서 질적 경쟁력으로, 공급자 중심의 성과관리에서 관광객 경험 중심의 가치창출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론적 배경: 축제란 무엇이며, 왜 ‘매력’을 측정해야 하는가
축제는 무엇인가: 일상을 벗어나 함께 경험하는 특별한 시공간
축제의 경쟁력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먼저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무엇을 축제라고 할 것인가, 그리고 인간은 왜 일상을 떠나 축제에 참여하는가? '축제(祝祭)'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신에게 빌고 제사를 지내며 공동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와 연결되어 왔다. 영어의 Festival 역시 즐거움을 의미하는 라틴어 Festivus와 종교적 축일을 뜻하는 Festus에 뿌리를 둔다. 즉 동서양 모두 축제의 기원에는 신성한 의례와 세속적 즐거움, 공동체와 개인의 해방이 함께 존재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축제의 역할도 달라졌다. 고대에는 하늘과 신에게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Ritual) 의 성격이 강했고, 중세에는 엄격한 사회질서와 계급에서 잠시 벗어나는 해방(Liberation) 과 일탈의 공간이 되었다. 근대에는 국가와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정체성(Identity) 의 장으로 확대되었고, 현대에는 개인의 즐거움과 문화예술 향유,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결합한 복합적 유희·경제적 자산(Play & Business) 으로 진화했다. 그럼에도 시대를 관통해 유지되어 온 축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그것은 일상의 구조를 잠시 벗어나고, 다른 사람과 강렬한 공동체적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즐거움을 향유하는 경험이다.
이러한 본질은 세 가지 학문적 개념으로 명확히 설명된다.
- 비일상성(Liminality): 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 1969)는 축제를 일상적 사회구조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문턱의 시간'으로 보았다. 이 특별한 시공간에서는 직업·지위·계층의 경계가 약화되고 참가자들은 인간 대 인간의 강한 유대감인 코뮤니타스(Communitas) 를 형성한다. 보령머드축제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함께 뛰어노는 경험이 대표적이다.
- 공동체의 결속(Collective Effervescence):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 1912)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동일한 감정과 상징을 공유할 때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집합적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수만 명이 하나의 공연에 맞춰 동시에 환호할 때 나타나는 일체감은 축제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결속을 만들어내는 이유를 보여준다.
- 즐거움과 향유(Play & Enjoyment): 로제 카이유아(Roger Caillois, 1958)가 강조한 모방(Mimicry)과 현기증(Ilinx)은 축제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평소와 다른 복장을 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며 일상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경험 자체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따라서 좋은 축제란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아니다. 사람들이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즐거움과 감정적 에너지를 기억으로 남기는 축제다.
그림 1: 축제의 본질적 역할

동서양의 공통된 뿌리와 서로 다른 발전 경로
서양의 카니발과 한국의 전통 제천의식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발전했지만 흥미롭게도 농경사회의 생활질서라는 공통된 뿌리를 갖는다. 서양의 카니발은 로마의 농경신 사투르누스를 기리는 사투르날리아(Saturnalia)와 연결되며, 한국에서도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동예의 무천(舞天)과 같은 제천의식이 파종과 수확의 농경 주기에 맞추어 열렸다. 두 전통 모두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고 음주와 가무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발전 방향에는 차이가 있었다. 서양의 카니발이 금기와 기존 질서를 잠시 뒤집는 일탈·전복·카오스의 성격을 강화해 왔다면, 한국의 축제는 풍물과 음주가무 속에서 주민 모두가 어우러지는 대동(大同)·화합의 마당이라는 성격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차이는 오늘날 한국 축제 개발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축제를 반드시 해외 유명 축제와 같은 방식으로 설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함께 어울림, 대동성, 참여성, 공동체적 감정이라는 한국 축제의 문화적 DNA를 현대적 경험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축제의 다면적 역할 : 문화·사회·심리·경제·관광·브랜드
현대의 축제는 하나의 단일한 목적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면적 문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축제는 ① 전통·정체성을 계승하는 문화적 역할, ② 공동체의 화합·통합을 이끄는 사회적 역할, ③ 일상 탈출과 유희적 만족을 제공하는 심리적 역할, ④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경제적 역할, ⑤ 관광 매력과 유입 채널을 형성하는 관광적 역할, ⑥ 지역·국가를 브랜드화하는 브랜드적 역할을 함께 담당한다. 특히 한국은 인구감소·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축제가 지역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문화·관광 콘텐츠이자 지역 생존전략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축제는 왜 관광객을 움직이는가: Push–Pull 관광동기
축제의 사회학적·인류학적 본질이 ‘왜 사람들이 축제를 좋아하는가’를 설명한다면, 관광동기 이론은 왜 많은 축제 가운데 특정 축제를 선택하는가를 설명한다. Dann(1977)과 Crompton(1979)의 고전적 관광동기 연구에서 발전한 Push–Pull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관광행동은 개인 내부에서 발생하는 동기와 목적지가 제공하는 외부 유인의 결합으로 나타난다.
Push 요인은 ‘왜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에 관한 것이다. 지루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스트레스 해소,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 가족·친구와의 관계 강화, 사회적 교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Pull 요인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왜 바로 이곳인가’에 관한 것이다. 축제의 독특한 콘텐츠와 프로그램, 음식, 분위기, 문화적 상징성, 경관, 참여 활동 등이 특정 장소로 관광객을 끌어당긴다. 첨부 연구 역시 축제의 매력을 Push 욕구를 실제 방문 선택으로 연결시키는 Pull Factor의 기능으로 규정한다.
이 관점에서 본 연구는 축제 매력(Festival Attractiveness)을 ‘방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축제 고유의 Pull Factors에 대해 형성되는 관광객의 인지적·감성적 평가’로 본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구분이 생긴다. “사람들이 그 축제를 알고 있는가?”와 “알고 있거나 경험한 사람들이 그 축제를 좋아하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아무리 훌륭한 축제라도 사람들이 존재 자체를 모르면 잠재 관광객의 고려집합(Evoked Set)에 들어갈 수 없다. 반대로 높은 인지도와 많은 화제성을 가진 축제라도 실제 경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재방문과 추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축제 경쟁력은 하나의 숫자로 보기보다 인지적 평가와 감성적 평가라는 두 개의 축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연구모형에서는 전자를 소셜 버즈량을 통해 측정하는 인지도(Awareness), 후자를 감성분석을 통해 측정하는 매력도(Attractiveness)로 구분한다.
쉽게 말하면, 영화에서 인지도가 흥행·화제성이라면 매력도는 실제 관객의 평가와 만족도에 가깝다. 흥행작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며, 훌륭한 작품이 반드시 흥행하는 것도 아니다. 두 지표를 함께 보아야 시장에서 그 작품이 놓인 위치가 보이는 것처럼, 축제 역시 인지도와 매력을 동시에 보아야 정확한 경쟁력 진단이 가능하다.
한국 축제의 현주소: 양적 팽창에서 경쟁력의 문제로
지방자치 이후 급증한 지역축제
한국의 전통축제는 원래 주민들이 농경의 주기에 맞추어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는 생활문화에 가까웠다. 정월대보름, 단오, 백중, 추석 등 절기마다 마을 조직이 축제를 준비했고,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기보다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대동적 성격이 강했다.
현대적인 지역축제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결정적 전환점은 1995년 지방자치제의 본격 시행이었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관광과 문화정책을 설계하게 되면서 축제가 지역 특산물 홍보, 관광객 유치, 지역 이미지 개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 1996년 문화관광축제 제도의 도입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속했다. 첨부 연구자료에서도 1990년대 이후 신규 지역축제가 크게 증가하는 동시에 축제의 무게중심이 전통·역사 계승에서 농특산물과 자연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그 결과 국내 지역축제는 2014년 555개에서 2025년 1,214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수도권 축제는 230개에서 254개로 10.4%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654개에서 960개로 46.8% 증가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일수록 축제를 외부 수요를 끌어들이는 지역 생존전략으로 적극 활용해 왔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림 2] 전국 지역축제 계획 수 추이 (2014–2025)

자료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 개최계획
축제의 확대 자체는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제조업이나 대규모 시설투자가 어려운 지역에서도 지역의 음식, 역사, 자연, 사람, 문화와 이야기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관광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축제의 수가 증가하는 속도와 축제의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는 속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은 늘었지만 질은 따라왔는가
2019년에서 2025년 사이 전국 축제 예산은 크게 확대되었다. 첨부 자료 기준 총 축제 예산은 약 3,424억 원에서 6,195억 원으로 증가했고, 축제당 평균 예산 역시 약 4억 원에서 5.2억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동시에 2025년 전체 축제의 61%에 해당하는 741개가 3억 원 미만의 소규모 축제이며, 1억 원 미만이 381개, 5천만 원 미만의 초소형 축제도 182개에 이른다.
또한 운영주체 측면에서는 2025년 전체 축제의 약 70.7%가 정부·지자체·위원회·공공재단 등 공공 영역에 속한다. 특히 5년 미만 신생축제에서 정부·지자체 직접 주최 비중은 40.5%인 반면, 50년 이상 된 축제에서는 8.3%까지 낮아진다. 장기간 지속된 축제일수록 상대적으로 민간과 지역사회가 더 큰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 3] 총 축제 예산 및 축제당 평균 예산 추이

자료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 개최계획
콘텐츠의 중복도 눈에 띈다. 2025년 축제를 소재별로 살펴보면 특산물·로컬푸드 관련 축제가 210개, 꽃 관련 축제가 185개, 야간 관련 축제가 120개이며, ‘벚꽃’이라는 단일 키워드가 들어간 축제만 53개다.
물론 벚꽃이나 지역음식이 축제 소재라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관광객의 눈에 서로 대체 가능한 축제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이다. 같은 계절에 비슷한 꽃을 보고, 비슷한 천막에서 유사한 특산물을 사고, 비슷한 무대 프로그램을 보는 구조라면 관광객은 굳이 먼 지역까지 이동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한국 축제시장을 하나의 상권으로 생각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게가 늘어나는 것은 상권의 활력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손님보다 가게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대부분의 가게가 같은 메뉴를 판매하며, 실적이 좋지 않은 가게도 계속 영업한다면 가게의 수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과잉공급과 차별성 부족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한국 축제정책이 던져야 할 질문도 “축제를 몇 개까지 줄일 것인가”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질문은 “각 축제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고유한 가치를 제공하며,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축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참여와 소비가 말해주는 경고 신호
축제의 양적 확대가 반드시 관광객 참여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2019년 대비 2024년 지역주민의 지역축제 참여율이 전국적으로 낮아졌으며, 전국 평균 감소폭은 약 8.6%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특히 중요하다. 지역축제가 관광객만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지역주민이 축제를 자신의 문화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참여하는 것은 축제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축제의 기획과 참여에서 멀어지면서 외부 방문객을 위한 행사만 남게 된다면, 축제는 오히려 그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한국 축제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축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 아니다. 양적 성장에 비해 차별적 정체성, 소비자 경험, 지속적 성과평가와 학습의 체계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다.
문제의 근본 원인 : 공급자 논리가 지배하는 구조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 축제의 우연한 실패가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된다. 근본 원인은 공급자(지자체) 논리가 지배하는 구조이며, 이로 인해 네 가지 문제가 동시에 나타난다.
- 신설은 쉽고 점검은 어렵다. 3억 원 미만 축제는 사전 투자심사와 통합공시 대상에서 제외되어(「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제3조, 「지방재정법」 제60조) 외부 검증 없이 손쉽게 신설되며, 전국 단위 비교·검증이 어렵다. 신생축제 예산은 2019년 485억 원(14%)에서 2025년 1,135억 원(19%)으로 확대되어 전체 예산의 약 5분의 1이 최근 5년 내 시작된 축제에 배정되고 있다.
- 유사·중복이 심하다. 벚꽃 소재 53개, 꽃 소재 전체 185개(전체의 15%)로, 같은 소재의 축제가 같은 시기에 반복 개최되어 차별성이 사라진다.
- 치적사업화로 정체성이 부재하다. 축제 고유의 콘텐츠보다 단체장 임기 내 성과 과시가 앞서면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는다. 실제로 신규 단체장 취임 후 신규 축제가 급증하는 추세가 반복된다.
- 양극화와 초소형 난립이 고착된다. 소수 대형축제와 5천만 원 미만 초소형 축제(182개)가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성공한 축제의 공통점: 대체 불가능성
반대로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는 축제들은 공통적으로 "왜 반드시 그곳에 가야 하는가" 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체성이 예산을 이긴 사례가 있다. 강원 화천산천어축제는 대형 예산도 수도권 입지도 없이 2003년 22만 명으로 시작해 18년 연속 100만 명 이상을 유치했고, 2026년에는 23일간 168만 명이 방문했다. 1인당 평균 지출 8만 930원, 직접 경제효과 1,018억 원, 파급효과 포함 1,389.7억 원을 기록했으며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겨울 불가사의'에 오르며 별도 마케팅 없이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했다.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얼음낚시)'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가 예산 규모·입지의 열세를 극복한 것이다.
세계적 축제들도 규모나 예산이 아니라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 즉 확실한 정체성' 을 축으로 성장했다. 에든버러는 도시 전체를 축제 무대로 만들어 연중 축제 생태계를 구축했고, 리옹은 전통적인 빛 문화를 도시 전략 축제로 재해석했다.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의 맥주·향토문화라는 고유 자산을 산업 규모로 확장했으며, SXSW는 오스틴의 음악 씬에서 출발해 명확한 참여자 집단에게 반복 방문의 이유를 제공했다. 시에나의 팔리오는 지역 공동체가 1,000년 이상 직접 축제를 준비해 온 전통 자체가 경쟁력이다. 공통점은 규모나 예산이 아니라 명확한 타깃과 반복 방문해야 할 이유, 대체 불가능한 킬러 콘텐츠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그림4: 성공한 글로벌 축제가 주는 메시지

한국 축제를 위한 4대 패러다임 전환
한국 축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개별 프로그램의 개선을 넘어 축제를 기획·운영·평가하는 기본 원리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양적 확대에서 질적 심화로, 행정 논리에서 시장 논리로, 내수형에서 글로벌형으로의 전환이다. 이 네 가지는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축제를 ‘행정이 공급하는 행사’에서 ‘관광객이 선택하고 평가하는 경험상품’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① 공급자 중심 → 수요자 중심: 평가 기준을 바꾼다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은 축제의 성과를 주최자가 무엇을 제공했는가가 아니라 방문객이 무엇을 경험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방문객 수나 행사 규모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축제의 경쟁력을 설명할 수 없다. 앞으로는 축제에 대한 인지도와 실제 경험의 긍정·부정 평가, 재방문과 추천 가능성 등 관광객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다음 해의 기획과 예산에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핵심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지도는 높지만 매력도가 낮다면 홍보를 더 하기보다 콘텐츠와 운영을 개선해야 하고, 매력도는 높지만 인지도가 낮다면 상품 유통과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즉 모든 축제에 같은 처방을 적용하는 방식에서 축제별 문제에 따라 다른 처방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② 양적 확대 → 질적 심화: ‘하나 더’보다 ‘대체 불가능한 하나’를 만든다
질적 심화의 핵심은 축제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성(non-substitutability)을 높이는 데 있다. 관광객에게 “비슷한 축제가 다른 지역에도 있는데 왜 반드시 이 축제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신규 축제를 계속 만드는 것보다 기존 축제의 핵심 자산을 선명하게 정의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음식·자연·산업·생활문화 가운데 다른 지역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하나의 ‘킬러 경험’을 만들고, 프로그램·공간·음식·상품·야간 콘텐츠 등을 그 중심으로 일관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축제가 강한 이유도 프로그램이 많아서가 아니라 축제명을 들었을 때 즉시 떠오르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제 역시 ‘무엇이든 있는 축제’보다 ‘이것 때문에 가는 축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③ 행정 논리 → 시장 논리: 축제에도 성장·전환·일몰의 원칙을 적용한다
시장 논리의 도입은 축제를 단순히 수익성만으로 평가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핵심은 축제의 목적과 성과를 연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방식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축제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도 없다. 관광객 유치형 축제는 방문·소비·숙박·인지도·매력도를, 주민화합형 축제는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 효과를, 글로벌형 축제는 외국인 방문과 해외 인지도 등을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축제를 ① 집중 육성, ② 유지·개선, ③ 통합·재설계, ④ 일몰로 구분하는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요하다. 성과와 잠재력이 높은 축제에는 다년도 예산과 전문조직을 지원하고, 유사·중복되거나 장기간 성과가 낮은 축제는 통합하거나 목적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즉 ‘한번 만들면 계속되는 축제’에서 ‘성과에 따라 성장하거나 변화하는 축제’로 바꾸는 것이 시장 논리의 핵심이다.
④ 내수형 → 글로벌형: 해외에 가져가는 축제보다 세계인이 찾아오는 축제로
글로벌화는 단순히 외국인 방문객을 늘리거나 영어 안내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축제 자체를 국제 관광객이 여행의 주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목적지형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옥토버페스트, 에든버러 프린지, 코첼라의 공통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면서도 특정 지역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축제가 매년 같은 시기, 같은 장소(‘시공간 고정성’)에서 반복되면서 경험과 기억이 지역에 축적되고, 결국 축제명과 도시명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결합된다.
따라서 최근 정부에서 추진계획을 밝힌 ‘한국판 코첼라’ 계획도 축제의 기본 요건인 ‘시공간 고정성’이라는 조건을 바탕으로 그 장·단점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해외 순회형 행사는 K-콘텐츠의 확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인바운드 관광과 지역경제, 도시 브랜드 형성 측면에서는 그 효과가 국내 특정 지역에 축적되기 어렵다. 즉,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한 지역에 확실한 홈베이스(Home Base)를 두고, 해외에서는 콘텐츠와 브랜드를 홍보하되 본 경험은 한국에서만 완성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세계인이 축제를 보기 위해 항공권을 사고, 숙박하고, 지역을 여행할 때 비로소 축제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국 관광의 경쟁력으로 전환되고, 결과적으로 축제의 경제적 과실도 지속적으로 한국에 귀속된다.
표1 : 한국 축제를 위한 4대 패러다임 전환 방향
| 기존 | → | 전환 방향 | 핵심 내용 |
| 공급자 중심 | → | 수요자 중심 | 방문객 수에서 경험 품질 중심으로. 새로운 경험 품질 관리 시스템 필요 |
| 양적 확대 | → | 질적 심화 | 축제 수·예산 확대가 아니라 개별 축제의 완성도와 차별성 제고 |
| 행정 논리 | → | 시장 논리 | 단체장 임기·행정 편의가 아니라 수요와 성과에 따라 축제가 존속·조정 |
| 내수형 | → | 글로벌형 | 단기적으로 내국인 만족도 제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오디언스 겨냥 설계 |
선언을 실행으로 : 5대 혁신의 축
위의 4대 패러다임 전환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실제 정책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평가 → 구조조정 → 운영주체 → 제도 → 글로벌화의 다섯 개 축에서 동시에 혁신이 필요하다. 이 다섯 축은 앞의 4대 전환을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실행 과제로 구체화한 것이다.
표2: 한국 축제에 필요한 5대 혁신의 축
| 구분 | 혁신의 축 | 핵심 내용 |
| ① 평가 | 수요자 경험 중심 평가 정착 | NOL 한국 축제 지수처럼 방문객의 자발적 반응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 체계를 전국 공통 기준으로 도입 |
| ② 구조조정 | 축제 통폐합·조정 | 성과가 지속적으로 낮은 '좀비 축제'는 일몰(sunset)하고, 유사·중복 축제는 개별 지자체가 아니라 광역 단위에서 조정 |
| ③ 운영주체 | 민간 자율·상설 운영조직화 | 매년 재구성되는 임시 조직을 넘어 다년도 예산·전문인력을 갖춘 상설 조직으로 전환해 기획 역량을 조직에 축적 |
| ④ 제도 | 심사·공시 사각지대 해소 | 3억 원 미만 축제가 투자심사·통합공시에서 빠져 '축제 쪼개기'를 유발하는 구조를 개선해 전국 단위 비교·검증을 가능하게 함 |
| ⑤ 글로벌화 | 글로벌 브랜드화 추진 | 모든 축제에 예산을 균등 배분하기보다 소수 대표 축제를 선택·집중 지원하고, 다년도 예산으로 글로벌 브랜드화를 추진 |
이 다섯 축은 순차적 단계가 아니라 함께 작동하는 하나의 체계이며, 그 출발점은 첫 번째 축인 수요자 경험 중심 평가의 정착이다. 무엇을 통폐합하고(②), 어떤 조직에 운영을 맡기며(③), 어디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없애고(④), 어떤 축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지(⑤)를 판단하려면, 그 이전에 '어떤 축제가 왜 경쟁력이 있고 없는가'를 모든 축제에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측정이라는 공통 언어가 없으면 나머지 네 축의 의사결정은 다시 행정 편의와 정성적 판단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NOL 한국 축제 지수의 필요성이 출발한다. 관광객이 실제로 어떤 축제를 알고 있고, 어떤 축제를 좋아하며, 무엇 때문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가를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 — KFAI는 이 5대 혁신의 축 가운데 ① 수요자 경험 중심 평가의 정착을 위한 핵심 인프라이자, 나머지 네 혁신을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토대이다.
NOL 한국 축제 지수(KFAI): 무엇을, 어떻게 측정했는가
먼저 ‘무엇이 축제인가’를 정의하다
전국 축제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려면 가장 먼저 연구 대상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벤트라는 이름 아래 스포츠 경기, 공연, 박람회, 콘퍼런스, 지역축제 등을 모두 포함하면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방문동기와 경험구조를 가진 대상들을 같은 순위에 놓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Getz(2008)와 van Vliet(2019)의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축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세 가지로 조작적으로 정의했다.
표3: 축제의 3대 필요 요건
요건 | 의미 | 제외 대상 |
| 기획성 (Planning) | 의도적으로 기획·조직되며 운영·안전·동선·커뮤니케이션이 사전에 구조화됨 | 자연발생적 모임·자발적 집회, 일상적 상설 행사 |
| 시공간 고정성 (Spatiotemporal Fixity) | 특정 장소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개최되며 시작·종료 시점이 명확함 | 기간·장소가 매번 유동적인 이벤트, 비정기·수시 개최 |
| 목적성 (Purposefulness) | 문화향유·공동체 참여·관광경험 등 공동 목적을 함께 향유함 | 단순 판매촉진 행사, 결혼식·동창회·워크숍 등 사적 행사 |
첫째, 기획성이다. 축제는 의도적으로 기획·조직되어야 하며 운영, 안전, 동선, 커뮤니케이션 등 행사 구조가 사전에 설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발적으로 형성된 군중이나 자발적 집회, 일상적으로 지속되는 상설행사는 제외한다.
둘째, 시공간 고정성이다. 특정 장소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개최되고 시작과 종료 시점이 명확해야 한다. 일정과 장소가 계속 변하거나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와 구분하는 기준이다.
셋째, 목적성이다. 참가자가 문화향유, 공동체 참여, 관광경험 등 일정한 공동 목적을 함께 향유해야 한다. 단순 판매촉진 행사나 결혼식·동창회·워크숍 같은 사적 행사는 이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
세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참여동기와 경험구조가 축제와 본질적으로 다른 경우에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스포츠 경기는 경기 자체와 승패가 핵심이며, 특정 아티스트의 단독 콘서트는 한 사람의 공연 콘텐츠 소비가 방문동기의 중심이다. 컨퍼런스·박람회는 정보교류와 비즈니스 거래가 주목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코첼라나 글래스턴베리처럼 다수의 아티스트, 음식, 공간, 참여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경험이 결합된 음악축제는 하나의 복합적 축제경험으로 보아 포함했다. 이러한 조작적 정의는 단순한 학문적 구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교 가능한 대상끼리 비교해야 지수의 순위와 점수가 전략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방법론: 전국 1,452개 축제를 하나의 표본 프레임으로 구축하다
연구진은 전국 255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축제로 홍보·언급되는 행사를 대상으로 후보군을 구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및 2026년 지역축제 개최계획과 한국관광 관련 데이터베이스,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축제 정보를 통합해 1,452개 축제를 표본 프레임으로 설정했다.
표4: 조사 방법론 요약
조사는 크게 대상 선정 → 소셜데이터 수집 → 지표 산출의 3단계로 이루어졌다. 각 축제를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 축제명과 관련 키워드뿐 아니라 동음이의어나 관련성이 낮은 문서를 제거할 제외어와 실제 축제 경험을 포착하기 위한 포함어를 함께 설계했다. 자료 수집과정에서도 관광목적에 부합하는 문서만 남기도록 반복적인 정제 절차를 적용했다.
분석기간은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최근 1년이다. 데이터 채널은 YouTube, Instagram, 블로그, Facebook, X(구 Twitter), 온라인 커뮤니티·카페 등을 활용했다. 반면 뉴스는 지자체나 조직의 홍보성 보도와 특정 사건·이슈성 기사가 대량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관광객의 자발적인 경험을 측정하려는 연구목적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여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어 소셜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은 바이브컴퍼니(VAIV)와 협업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복·유사문서, 스팸 및 연구대상과 관계없는 텍스트를 제거함으로써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보다 실제 축제에 관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방식은 전통적 설문과 성격이 다르다. 현장 설문이 연구자가 미리 정한 질문에 대한 방문객의 응답이라면, 소셜데이터는 연구자가 질문하기 전에 소비자가 스스로 무엇을 중요하다고 말했는지를 관찰한다. 따라서 축제 운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와 관광객이 실제로 이야기하는 요소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특히 높은 진단적 가치를 갖는다.
AI는 관광객의 ‘날것의 목소리’를 어떻게 읽는가
수집된 비정형 텍스트는 Transformer 기반 AI 언어모델을 이용해 긍정(Positive), 중립(Neutral), 부정(Negative)으로 분류했다. 이 모델은 특정 긍정·부정 단어의 빈도만 세는 전통적 사전 방식과 달리 단어와 구문, 문장구조뿐 아니라 오타, 부정어, 구두점, 이모지, 이모티콘, 복합 해시태그 등 다양한 언어적 신호를 문맥 속에서 처리한다. 첨부 연구에서는 최종 매력도 산출에서 감정의 방향이 분명한 긍정·부정 반응을 활용하고 중립 반응은 제외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사람 미쳤다”라는 표현은 문맥에 따라 극단적인 혼잡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공연이 대단했다는 강한 긍정표현일 수도 있다. 단어 하나만으로 감성을 판단하기보다 앞뒤 문맥을 함께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AI 감성분석 결과를 모든 방문객의 절대적 만족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는 사람은 전체 방문객의 무작위 표본이 아니며 플랫폼마다 이용자 특성이 다르다. 따라서 KFAI가 포착하는 것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공개된 디지털 공간에서 형성되는 관광객의 집합적 시장 신호”이다. 이 특성을 분명히 이해할 때 소셜데이터는 설문을 대체하는 자료가 아니라 기존 조사로 얻기 어려운 폭넓고 연속적인 소비자 반응을 제공하는 강력한 보완자료가 된다.
두 개의 독립된 엔진: Awareness와 Attractiveness
NOL 한국 축제 지수 (KFAI)의 가장 중요한 설계 원리는 인지도와 매력을 분리하여 측정하는 것이다.
인지도(Awareness): “사람들이 이 축제를 알고 있는가?” 인지도는 소셜 공간에서 특정 축제가 얼마나 많이 언급되고 주목받는지를 나타낸다. 기본 데이터는 버즈량(Buzz Volume)이다. 축제 관련 문서가 얼마나 많이 생성됐는지를 측정함으로써 해당 축제가 관광객의 인식 속에서 얼마나 강하게 존재하는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서울세계불꽃축제처럼 언급량이 매우 큰 축제와 소규모 지역축제의 원자료를 그대로 비교할 경우 일부 극단값이 전체 분포를 왜곡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에서는 버즈량에 로그 변환(log transformation)을 적용한 뒤 정규화하여 대형 축제의 압도적인 규모효과를 완화한다. 최종적으로 인지도 지표는 비교가 쉽도록 1~10의 동일한 척도로 변환한다. 인지도는 단순한 유명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우수한 축제라도 잠재 관광객이 존재 자체를 모르면 구매 고려군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지도는 관광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일종의 진입조건이다.
매력도(Attractiveness): “사람들이 이 축제를 얼마나 좋게 평가하는가?” 매력도는 양이 아니라 평가의 방향을 본다. 축제와 관련된 e-WOM에서 긍정·부정 감정을 분류한 뒤 긍정반응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얼마나 말이 많은가”가 아니라 “그 말들이 얼마나 긍정적인가”를 측정한다.
다만 소수의 언급만으로 100% 긍정평가가 나온 작은 축제와 수만 건의 언급 속에서 높은 긍정비율을 기록한 축제를 완전히 같은 신뢰도로 다루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축제별 버즈량을 정규화하고 평균 대비 해당 축제의 버즈량 비중을 가중치로 반영한 뒤 매력도를 다시 정규화한다. 즉 평가의 긍정성뿐 아니라 그 평가가 어느 정도의 시장신호에 기반하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구조다. 이 과정을 거친 매력도 역시 최종적으로 1~10점 척도로 환산된다.
그림5: NOL 한국 축제 지수 산출 방식
NOL 한국 축제 지수 산출: ‘알려져 있는가’와 ‘좋아하는가’를 50:50으로 결합
최종적으로 NOL 한국 축제지수(KFAI)는 두 축을 동일한 비중으로 결합한다.
KFAI = 인지도(Awareness) x 50% + 매력도(Attractiveness) x 50%
즉, 최종 지수 역시 1~10 범위로 표현된다. 50:50 구조에는 명확한 전략적 의미가 있다. 축제의 장기적인 시장경쟁력은 ‘유명하기만 한 축제’도, ‘좋지만 아무도 모르는 축제’도 아닌, 인지도와 경험품질을 함께 갖춘 축제에서 만들어진다는 판단이다. 이를 2×2의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해석하면 더욱 유용하다.
- 고인지도·고매력 축제는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축제로, 브랜드 강화와 글로벌 확장을 고려할 수 있다.
- 고인지도·저매력 축제는 사람들이 많이 알고 찾아오지만 실제 경험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유형으로, 프로그램·혼잡·서비스·가격·동선 등 경험품질 개선이 우선이다.
- 저인지도·고매력 축제는 경험 만족도는 높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숨은 강자’로, 브랜딩·홍보·유통 확대가 효과적인 처방이다.
- 저인지도·저매력 축제는 단순한 마케팅 확대보다 콘텐츠의 정체성과 상품구조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림6: 인지도–매력도 2×2 전략 매트릭스와 유형별 처방
따라서 KFAI의 핵심 목적은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축제가 왜 경쟁력이 높고 낮은지를 파악해 서로 다른 처방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장 진단도구라는 데 더 큰 가치가 있다.
KFAI를 해석할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1~10점으로 변환된 값은 정규화된 비교지수이지 설문조사의 절대 만족률이 아니다. 따라서 매력도 8.0이라는 결과를 “관광객의 80%가 만족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같은 분석대상과 같은 산출기준 안에서 다른 축제에 비해 어느 정도의 상대적 경쟁력을 갖는지를 쉽게 표현하기 위한 척도다. 동시에 매년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할 경우 지수의 가치가 훨씬 커진다. 단순히 올해의 1위와 50위를 비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각 축제가 자신의 과거와 비교해 인지도와 매력도가 개선되고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부 모델에서도 매년 발표할 경우 순위뿐 아니라 차원별 전년 대비 증감을 추적하는 시계열 관리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위치’와 ‘방향’
연구에서는 종합순위에 따라 축제를 1티어(1~50위), 2티어(51~100위), 3티어(101~150위)로 구분하고, 발표하는 200개 축제중 151~200위의 축제는 후보군으로 관리하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종합순위뿐 아니라 인지도 순위, 매력도 순위, 지역별·계절별·유형별 순위를 함께 제시한다.
그림7: NOL 한국 축제 지수 순위 발표 기준
이러한 다층적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동일한 종합점수를 가진 축제라도 문제의 원인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은 축제와 매력도가 낮은 축제에 같은 정책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전자에는 마케팅과 유통이 필요하고 후자에는 경험상품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KFAI는 순위표라기보다 전략 지도(strategic map)에 가깝다.
2026 한국 축제 매력도 평가 결과
앞서 설명한 대로 ‘2026한국축제 매력도 지수’(NOL한국축제지수, KFAI)는 200개 축제를 종합순위에 따라 1st Tier(1~50위), 2nd Tier(51~100위), 3rd Tier(101~150위), Candidate Cities (151~200위)로 구분하였다. 각 Tier 그룹중 150위까지의 순위는 보고서 별표에 수록했으며, 전체 공개 결과는 다음의 야놀자리서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anolja-research.com/festival/korea/score?lang=kr
전체 평가대상 1452개 축제 중 종합 1위는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차지하였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서울에서 매년 9월이나 10월중 단 하루만 열리는 행사로, 민간기업 ㈜한화가 주최한다. 지역의 고유성에 기반하기보다는 민간의 막대한 자본에 힘입어 개최되는 행사로 국내 연출팀과 해외 초청팀의 불꽃쇼가 결합된 형태로 한강수변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 경관형 축제이다.
종합순위 Top 20 : 자연생태 축제의 강세와 서울 축제의 우위
한국 축제 매력도 Top 20 분석 결과, 국내 축제시장은 자연생태 축제가 주도하고 있으며, 최상위권에는 서울 축제가 가장 많이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경관과 계절성을 테마로 한 자연생태 축제는 관광객의 진입장벽이 낮고 가족 단위 방문객과 지역 관광수요를 비교적 쉽게 이끌어내는 대표 콘텐츠로 작용하고 있다.
표 5에서 보듯 Top 20 축제 중 12개(60%) 가 자연생태 축제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축제 유형의 다양성 측면에서 타 지역 대비 압도적 우위를 보였으며, Top 20 축제 중 8개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대표적으로 서울세계불꽃축제, 서울재즈페스티벌, 궁중문화축전 등이 인지도와 매력도 양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서울 축제들이 특정 유형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로 폭넓은 방문객 수요를 충족시키는, 축제 개최지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2위 진해군항제, 3위 춘향제, 5위 보령머드축제 등 역사성과 고유의 테마를 갖춘 지역축제들이 인지도·매력도 면에서 최상위권에 포진하였다. 이 세 축제의 공통점은 벚꽃(진해 군항), 춘향전 서사(남원 광한루), 머드 체험(보령)처럼 '그 지역이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점으로, 지역 고유성이 매력도를 끌어올린다는 이번 평가의 핵심 발견을 뒷받침한다.
표5: 한국 축제 매력도 종합순위 Top 20
Top 20 포지셔닝: 무엇이 인지도이고 무엇이 매력도인가
Top 20 축제를 인지도(가로축)와 매력도(세로축)로 포지셔닝해 보면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 인지도·매력도가 모두 높은 축제로는 서울세계불꽃축제, 진해군항제, 춘향제, 보령머드축제, 서울빛초롱축제, 백제문화제, 영등포여의도봄꽃축제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이 종합 상위권을 이루는 '대표 축제군'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앞서는 축제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서울재즈페스티벌, 부산불꽃축제 등이 있다. 화제성은 크지만 경험 만족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유형으로, 콘텐츠·운영 개선이 과제다. 셋째, 상대적으로 매력이 앞서는 축제로는 화천산천어축제가 대표적이다. 경험 품질은 이미 검증되었으나 아직 덜 알려진 '숨은 강자'로, 프로모션과 인지도 확산이 효과적인 처방이다. Top 20 안에서 인지도가 가장 낮은 축제는 평창송어축제(5.37), 매력도가 가장 낮은 축제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6.20) 로 조사되었다.
그림8: 한국 축제 매력도 종합순위 Top 20 Matrix
포지셔닝을 종합순위 100위군까지 확대하면 유형별 구조가 한층 뚜렷해진다. 음악 축제는 '고(高)인지·저(低)매력', 꽃·지역특산물 축제는 '저인지·고매력' 구조를 보였으며, 불꽃·등불 축제는 인지도·매력도 양면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이 '저인지·고매력' 구조를 나타냈는데, 이는 비수도권 축제의 경험 품질이 낮아서가 아니라 인지도 형성의 구조적 열위가 종합순위를 제약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축제 인지도/매력도 순위
이제 축제지수를 인지도와 매력도로 나누어 순위를 살펴본다. 두 지표를 분리하면 각 축제가 '알려짐(인지도)'과 '좋아함(매력도)' 중 어느 쪽에서 경쟁력을 갖는지, 즉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가 드러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지도 순위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1위, 진해군항제와 원더리벳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상위 50개 중 자연생태 유형이 18개(36%), 상위 25위 내에서는 12개(48%)에 달했고, 서울 소재 축제가 인지도 상위권에 11개 포진하였다. 이는 서울과 대도시가 상대적으로 인구 밀집도가 높아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인지도가 온라인 언급량(버즈량)에 기반하는 만큼, 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지역일수록 자연스럽게 화제가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표 6: 인지도 순위 Top 10 
한편 매력도 순위는 춘향제가 1위, 서울빛초롱축제와 보령머드축제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상위 50개 중 자연생태 유형이 22개(44%), 상위 25위 내에서는 14개(56%)에 달해, 인지도보다 매력도 차원에서 자연생태 유형의 강세가 한층 두드러졌다. 춘향제가 매력도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방 축제의 저력을 보여준다. 춘향제는 남원시 광한루원 일원에서 열리는 국내 최장수 지역축제의 하나로, '춘향전'의 서사와 인물을 축제 전체의 구성 축으로 삼는 문화유산형 축제이다. 제향과 공연, 민속놀이와 국악 경연, 춘향 선발대회, 퍼레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대표 축제이다. 지역 고유의 서사를 기반으로 하기에 다른 지역에서 재현 불가능한 차별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 축제들이 한국 축제시장에서 매력도가 높다는 것은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발견이다.
여기서 인지도와 매력도가 서로 별개로 작동한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인지도 3위였던 원더리벳은 매력도 순위가 크게 밀려 Top 10 밖으로 벗어난 반면, 매력도 8·9·10위인 얼음나라화천산천어축제·논산딸기축제·평창송어축제는 인지도 순위에는 들지 못했던 축제들이다. '많이 알려진 축제'와 '좋았던 축제'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며, 두 지표를 별개의 관리 대상으로 다루어야 함을 보여준다.
표7: 매력도 순위 Top 10
한국 축제 유형별 순위
본 평가에서 한국 축제는 제공하는 대표 콘텐츠에 따라 문화유산, 음악, 예술, 음식/특산물, 자연생태의 다섯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유형별로 평가하면 규모나 지역이 제각각인 축제를 한 줄로 세우는 대신 같은 성격의 축제끼리 비교할 수 있어, 각 축제가 동종 축제 사이에서 어느 위치에 있고 무엇을 벤치마킹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이는 한국 축제 발전에 중요한 과제이다. 참고로 Top 200 기준 유형별 평균 종합지수는 자연생태(64개·4.94)가 가장 높고, 음식·특산물(49개·4.55), 문화유산(44개·4.44), 음악(23개·4.40), 예술(20개·4.00) 순이다. 그림 9는 한국 축제유형별 순위를 나타낸다.
그림 9: 한국 축제 매력도 유형별 순위
문화유산축제는 전통·역사·의례·공동체 정체성을 경험하는 축제로, 1위 춘향제, 2위 백제문화제, 3위 이천도자기축제 순으로 종합점수가 높았다. 대부분 비수도권 지방 축제로, 해당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살린 축제들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문화유산 Top 20 가운데 13개가 도자기·탈춤·뱃놀이 같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축제였다. 문화유산축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축제는 역사성과 고유성을 모두 갖춘 축제로, 이는 축제가 단기간에 방문객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얼마나 고유의 서사성을 보여주면서, 지속적으로 잠재 방문객에게 알려지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 유형이 인지도 평균순위(110.7위)보다 매력도 평균순위(102.0위)가 앞선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널리 알려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경험한 방문객의 만족도는 높다는 뜻이다.
음악축제는 공연·아티스트·현장 분위기를 중심으로 하는 참여형 축제로, 1위 서울재즈페스티벌, 2위 그랜드민트페스티벌, 3위 원더리벳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음악축제 상위 15개 중 13개가 수도권 축제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중음악 주 소비층의 거주 밀집도와 우수한 교통 접근성이 수도권 음악축제의 경쟁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음악축제는 장르적 정체성, 대형 무대 연출, 관객 참여, 현장 에너지 등이 핵심 매력으로 작용하며, 방문객에게 집합적 몰입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다만 음악축제는 다섯 유형 중 가장 뚜렷한 불균형을 보인다. 인지도 평균순위는 81.6위로 전 유형 중 1위지만 매력도 평균순위는 153.0위로 최하위여서 그 격차가 −71.5위에 달한다. 라인업의 화제성이 유입은 강하게 끌어내지만, 현장 혼잡·가격 대비 만족·운영이 경험 평가를 깎는 구조로, '많이 알려지되 만족은 가장 낮은' 유형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술축제는 미술·공연예술·디자인 등 창작 콘텐츠 중심의 축제로, 1위 서울윈터페스타, 2위 수원화성미디어아트, 3위 부안마실축제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작품 감상, 예술적 표현, 무대·전시 연출과 더불어 창작자와 관객의 교류가 핵심 매력으로 작용한다. 예술축제는 다양한 지역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포함되어 있어, 지방 차원에서도 기획해볼 만한 축제로 평가된다. 다만 평균 종합지수(4.00)는 다섯 유형 중 가장 낮아, 상위권 축제처럼 지역색이나 미디어아트 같은 뚜렷한 차별 요소를 확보하지 못하면 성과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유형이기도 하다.
음식/특산물축제는 음식·음료·지역 상품을 테마로 한 축제로, 1위 논산딸기축제, 2위 평창송어축제, 3위 송도맥주축제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방문객이 지역의 맛과 생산물을 직접 소비하는 과정에서 매력이 형성되며, 미식 경험과 지역 특산물 브랜드의 고유성 확보가 성공 요인이다. 음식/특산물축제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지역이 강세를 보였다. Top 20 중 13개가 지역특산물을 소재로 한 축제였고,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에 고르게 분포한 점이 특징이다. 이 유형 역시 인지도(103.8위)보다 매력도(87.8위·전 유형 2위)가 앞서는데, 직접 먹고 사는 '소비 참여'가 곧바로 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자연생태축제는 자연환경·계절경관·동식물 등 시각적인 소재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축제로, 1위 서울세계불꽃축제, 2위 진해군항제, 3위 서울빛초롱축제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산·바다·꽃·동물·계절·도시경관 등 자연생태 자원을 소재로 하며, 불꽃·등불·열기구 같은 인공적 산물을 활용해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한다. 자연생태축제 Top 20 중 11개가 꽃을 소재로 한 축제인 점도 흥미로운 결과다. 이 유형은 평균 종합지수(4.94)가 다섯 유형 중 가장 높고 인지도(2위), 매력도(1위)가 나란히 상위권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과 지역관광 수요를 동시에 끌어내는 대표 콘텐츠임을 보여준다.
한국 축제 지역별 순위
분석 대상 Top 200 축제를 6개 권역으로 나누어 보면, 수도권(61개)과 경상권(53개)의 비중이 높았고, 전라권(34개), 충청권(30개), 강원권(19개), 제주(3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과 경상권이 강세를 보여, 접근성과 축제 성과 사이의 상관성이 높다는 점이 확인된다.
표8: 권역별 Top 200 축제 구성 및 특성
각 권역의 대표 축제는 수도권 서울세계불꽃축제, 강원권 얼음나라화천산천어축제, 충청권 보령머드축제, 전라권 춘향제, 경상권 진해군항제로 분석되었다. 권역별 색채도 뚜렷하다. 수도권은 자연생태, 음악, 문화유산이 고르게 분포해 유형 다양성이 가장 크고, 충청권은 음식, 특산물 유형이 절반(약 50%)에 달하는 '미식 권역', 전라권은 자연생태가 약 41%로 가장 높은 '자연 권역'의 성격을 보인다. 다만 제주는 표본이 3개에 불과해 순위보다는 후보 축제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림 10: 한국 축제 매력도 지역별 순위

한국 축제 계절별 순위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축제는 계절에 따라 성격과 지역 분포가 달라진다. Top 200 축제를 살펴보면 가을 축제가 90개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봄(60개), 여름(34개), 겨울(17개) 순이었다.
그러나 축제가 많은 계절이 곧 성과가 좋은 계절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계절별 평균 종합지수는 오히려 겨울(5.06) 〉 봄(4.88) 〉 가을(4.41) 〉 여름(4.26) 순으로, 축제가 가장 적게 열리는 겨울이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축제가 특정 시기(가을)에 몰릴수록 유사 축제끼리 방문객과 화제성을 나눠 갖는 상호 잠식이 발생하는 반면, 비수기 축제는 경쟁 부담이 낮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계절별로 강세 유형도 갈린다. 봄·겨울은 자연생태 축제(꽃·눈·빛)가, 여름은 음악 축제가, 가을은 음식·특산물 축제가 두드러진다. 각 계절의 대표 축제는 봄 진해군항제, 여름 보령머드축제, 가을 서울세계불꽃축제, 겨울 서울빛초롱축제로 나타났다.
그림11: 한국 TOP200의 계절별 축제 유형 구성
그림 12: 한국 축제 매력도 계절별 순위
평가 결과가 주는 시사점
평가가 드러낸 네 가지 구조적 특징
이번 한국 대표 축제 평가는 인지도와 매력도라는 두 축으로 한국 축제시장의 지형을 처음으로 데이터화했으며, 그 결과 네 가지 구조적 특징이 드러났다. 첫째, 콘텐츠 측면에서는 야간 경관을 앞세운 불꽃·등불 축제가 강세를 보였다. 둘째, 지역 측면에서는 대도시권과 충남·강원의 축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셋째, 개최 시기 측면에서는 가을에 축제가 가장 많이 몰렸지만 종합점수는 오히려 겨울·봄 축제가 상대적 우위를 나타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축제 평가의 두 축인 인지도와 매력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떨어진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한다. 즉 축제의 경쟁력은 규모나 개최 빈도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방문객이 직접 무엇을 경험하는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결과는 세 가지 실천 방향을 시사한다. ① 지역 고유성에 기반한 축제 개발 — 어디서든 재현 가능한 소재를 이식하는 대신 지역이 이미 보유한 자산에서 출발한다. ② 참여형·체험형 콘텐츠의 강화 — '보여주는 축제'에서 '방문객이 직접 하는 축제'로 전환한다. ③ 프로모션을 통한 인지도 확산 — 경험 품질은 이미 검증되었으나 덜 알려진 축제를 우선 대상으로 삼는다. 이 세 방향은 순차적 과제가 아니라, 좋은 경험을 설계하고(①·②) 그것을 널리 알리는(③) 하나의 선순환으로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축제의 주체를 위한 실행 도구
이러한 진단은 추상적 제언에 그치지 않고, 축제를 둘러싼 세 주체에게 구체적인 실행 근거를 제공한다.
축제 운영자에게는 예산 배분의 진단 도구가 된다. 인지도에 문제가 있다면 홍보와 브랜드가 우선이지만, 인지도가 높은데도 매력도가 낮다면 추가 광고보다 프로그램·현장운영·콘텐츠의 질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같은 '성과 부진'이라도 처방이 정반대이므로, 두 지표를 분리해 보는 것 자체가 예산 낭비를 막는 출발점이 된다.
정부와 지자체에는 성과관리의 새로운 데이터 축을 제공한다. 기존의 방문객 수·예산집행액·경제효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 관광객의 반응을 함께 볼 수 있으며, 매년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되므로 특정 정책이나 마케팅 투자 이후 소비자 인식이 실제로 개선되었는지를 연도별로 추적할 수 있다.
전국 단위 비교를 통해 벤치마킹과 포트폴리오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축제를 동일한 좌표 위에 놓으면, 규모는 작아도 매력도가 높은 축제를 발굴하거나 비슷한 유형 가운데 어느 축제가 차별적 경쟁력을 형성했는지를 찾아낼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예산을 모든 축제에 똑같이 나누기보다, 성장 가능성과 전략적 역할에 따라 선택적으로 투자하는 근거가 된다.
도구의 한계: '넓게 듣는 귀',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다만 이러한 가치가 크다고 해서 한국 대표 축제 지수가 모든 축제 평가를 대체한다고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소셜데이터는 넓은 범위에서 소비자의 자발적 반응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데 매우 강하다. 반면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를 깊이 파악하거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방문객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셜데이터는 넓게 듣고, 방문객 설문은 깊게 묻고, 카드·예약 데이터는 실제 소비 행동을 확인하며, 이동데이터는 공간적 파급효과를 측정하고, 주민조사는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검증한다. 그 가운데 한국 대표 축제 지수는 매년 전국 축제시장을 대상으로 '관광객과 잠재 관광객의 디지털 목소리를 넓고 지속적으로 듣는 귀'의 역할을 담당한다.
순위 너머의 질문: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바로 이 점이 한국 대표 축제 평가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축제의 규모가 아니라 경험을 보고, 예산이 아니라 관광객의 반응을 보며, 단순히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가 문제이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데이터로 짚어준다. 그래서 이 평가가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는 어디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왜 어떤 축제는 관광객에게 선택되고 사랑받는가, 그리고 다른 축제는 무엇을 바꾸어야 더 매력적인 축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순위 너머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매년 지속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 한국 축제 정책도 비로소 축제의 '수'를 관리하는 정책에서 축제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으로, 그리고 공급자가 평가하는 축제에서 관광객이 경험으로 증명하는 축제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 축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 축제 활성화 방안
한국대표축제평가 결과가 문화관광정책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순위 자체보다 축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축제는 해당 지역의 장소에 귀속되고, 지속성을 담보로 하므로 디테일한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 축제대행사의 기획에 놀아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스스로 자신의 지역이 가진 고유성에 기반하여 축제를 기획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자기 지역의 고유성이 부족하다면 음악,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과 관련된 다양한 유형의 축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지역축제 활성화의 방안으로 (1)축제개발 및 관리 (2)고객 타겟팅 (3) 프로모션과 브랜딩 (4) 민간 중심 운영과 KPI 구축과 관련된 전략방안을 제시한다.
그림 13: 지역 축제 활성화 방안
1. 축제 개발 및 관리 : 어떠한 축제를 보여줄 것인가?
축제의 경쟁력은 소재의 화제성이 아니라 해당 축제가 ‘그 지역이어야만 하는 이유(Only-ness)’에서 발생한다. 지역 정체성과 무관한 소재를 차용한 축제는 인지도를 확보하더라도 경험의 깊이와 재방문 유인을 형성하지 못하며, 방문객에게 고유성에 기반한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즉 축제 개발의 출발점은 ‘무엇이 유행하는가’가 아니라 ‘우리 지역만이 가진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종합순위 상위 50개 축제와 하위 50개 축제를 비교하여 보면 축제 소재가 어디서든 재현 가능한 소재를 다루는 축제일수록 매력도가 낮게 형성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축제는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고 방문객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체험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몰입을 유도하고 다양한 감각을 표출함과 동시에 기억 장치가 자발적 확산의 매개로 작용하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른 축제에는 재현할 수 없는 축제, 즉 고유성을 가진 축제를 킬러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프로그램의 수가 아니라 방문의 이유가 되는 단 하나의 경험이 존재하는지의 문제인 것이다. 좀 더 킬러콘텐츠로서의 축제는 유일성, 참여성, 시각성, 반복성 등이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것이다.
2. 고객 타겟팅: 진정 우리 축제에 와줄 고객은 누구인가?
대부분의 국내 축제는 ‘모두를 위한 축제’를 지향하면서 정작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방문객에 대한 정확한 Value Proposition부재와 고객에 대한 이해 없이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정체성과 고유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누가 우리 축제를 방문하고, 전략적으로 집중할 방문객이 누구이며, 우리는 목표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가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MZ세대의 접근성이 높아 해당 고객을 타겟으로 한다면 그에 맞는 축제 프로그램의 구성, 상품, SNS를 통한 프로모션 등이 실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3. 축제 브랜딩 및 프로모션 방안: 고유의 우리 축제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축제는 브랜드 상품이다.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과 핵심 브랜드 연상 그리고 차별적 브랜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축제가 명확하고 독특한 가치를 지니는가와 동시에 축제와 관련된 핵심 콘텐츠와 키워드가 무엇인가 등 브랜드 전략과 관련된 체계적인 마케팅접근법이 필요하다. 또한 광고/홍보와 판매촉진을 통한 축제프로모션을 효율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즉 광고/홍보를 통해 축제의 존재와 매력을 알려 관심을 유도하고, 이러한 관심을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통합적인 마케팅활동을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판매촉진의 경우 사전예약 및 예매 유도, 여행상품과의 번들링, 단체수요의 창출, 현장에서의 소비 증대 등 다양한 마케팅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인지도가 낮고 매력도가 높은 경우는 인지도를 높이는 프로모션을, 매력도가 낮고 인지도가 높은 경우는 매력도를 높이는 프로모션을 통해 마케팅 효율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4. 민간주도 중심의 축제운영과 KPI구축방안
국내축제 운영은 단년도 예산, 순환보직, 매년 재구성되는 조직위 구조로 인해 기획 역량과 콘텐츠가 조직에 축적되지 않음에 따라, 축제 성과가 미흡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한 축제는 민간 전문조직이 기획/운영의 연속성을 담보하고, 지자체는 정책/지원/조정에 집중하며, 지역사회가 실행에 참여하는 3층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년도 예산과 축제 기획 및 운영자의 참여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축제 성과평가와 관련하여서는 목표설정->수행->평가->보완 등의 환류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여러 각도에서의 KPI 구축을 통해 객관화된 성적표를 확인하여야 한다.
결언: 축제의 미래, 마음에 새겨지는 '경험 자본'의 시대로
본 「NOL 한국 축제 지수(KFAI)」가 관광 정책 입안자와 산업을 이끄는 기획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수치와 규모에만 집착하던 낡은 관광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선 지금, 더 이상 전국 단위의 전세버스를 동원하여 "올해 우리 축제에 수십만 명이 다녀갔다"고 인원수를 자랑하고 추정 경제효과만 앞세우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 브리핑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진정한 위대함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지닌 축제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쏟아부어 거대한 무대를 짓고 높은 개런티의 연예인을 불러 모아 일회성 인파를 동원하는 행사가 결코 아니다. 비록 먼 곳에서 찾아온 단 하루의 방문객이라도, 그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일상 탈출의 즐거움, 낯선 사람들과 함께 느낀 공동체의 유대감, 그리고 긍정적 에너지를 남기는 감동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번 평가에서 남원의 춘향제가 매력도 만점(10.00)을, 화천산천어축제가 인구 2만 남짓의 산골에서 전국 단위의 사랑을 얻은 것은, 결국 어떤 예산으로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참여의 경험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 자산임을 보여준다.
이번 분석이 드러낸 세 가지 구조적 사실은 한국 축제가 나아갈 길을 분명히 가리킨다. 첫째, 인지도와 매력도는 별개로 작동한다. '많이 알려진 축제'가 '좋았던 축제'는 아니며, 둘을 같은 처방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둘째, 지역 고유성과 참여성이 매력도를 좌우한다. 어디서든 재현 가능한 소재를 이식한 축제는 인지도만 선행할 뿐 경험의 깊이를 만들지 못한다. 셋째, 축제는 이제 데이터로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 KFAI는 각 축제가 관광객의 인식 속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략 지도로서, 육성·확산·재활성화·합리화라는 서로 다른 처방을 가능하게 한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축제 현장에서 방문객이 느낀 전율과 감동, 혹은 분노와 실망이 이제는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라는 글로벌 소셜 미디어의 디지털 망을 타고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확산되고, 전 세계 서버에 디지털 빅데이터, 즉 '경험 자본(Experience Capital)' 으로 차곡차곡 누적된다. 이렇게 쌓인 감정 데이터는 다음 기회에 지구 반대편의 새로운 여행객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도시와 축제를 향해 비행기 표를 끊게 만드는 지속 가능한 '끌림'으로 전환된다.
이번에 공개한 「NOL 한국 축제 지수」는 앞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되어, 각 지역과 도시의 축제 기획자들이 관광객이 체감하는 경험의 질을 시계열로 추적하고 개선해 나가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한국 축제정책이 축제의 수를 관리하는 정책에서 축제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으로, 그리고 공급자가 평가하는 축제에서 관광객이 경험으로 증명하는 축제로 전환될 때, K-컬처라는 강력한 문화 프리미엄은 비로소 세계인을 한국의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진정한 관광 경쟁력으로 완성될 것이다. 질문은 여전히 단순하다. "축제를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축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답을 데이터로 찾아가는 여정이 이제 시작되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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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Vliet, H. (2019). Events as interfaces: A framework for planned events.
[별첨] 한국 축제 매력도 종합 순위



본 내용 인용시 “장수청, 최규완(2026), NOL 한국 축제 지수: 데이터로 측정하는 한국 축제의 매력, Yanolja Research Insights, Vol.46.”로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