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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0 야놀자 매력도 지수: 지표의 개발과 활용, 그리고 의의

야놀자 매력도 지수 :

글로벌 관광도시의 매력을 측정하는 지표의 개발과 활용, 그리고 의의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윤효원,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 / hyowon.yoon@yanolja.com

 

포스트 팬데믹 시대, 글로벌 관광 시장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각국의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전 세계 도시들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의 관광 경쟁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도시의 경제적 번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도시와 국가가 의존하는 관광 경쟁력 평가는 커다란 맹점을 안고 있다. 그동안 도시의 관광 경쟁력은 방문객 수, 관광 수입, 호텔 객실 수, 공항 규모와 같은 양적 지표를 통해 측정되어 왔다. 글로벌하게 가장 자주 인용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관광 발전 지수(Travel & Tourism Development Index, TTDI)를 포함한 권위 있는 지표들 역시 교통 인프라, 정부 정책, 가용 자원 등 공급자 관점의 평가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마치 레스토랑의 가치를 의자 개수나 주방 설비만으로 평가하려는 시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급 측면의 지표들은 도시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Capacity)’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여행객들이 왜 특정 도시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며,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즉 도시의 진정한 ‘매력(Attractiveness)’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소셜 미디어와 개인화된 경험이 여행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오늘날, 도시의 ‘역량’과 ‘매력’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여행객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관람객이 아니라, 도시가 제공하는 고유한 스토리에 몰입하고 감성적 교감을 나누는 능동적인 경험의 주체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공급자 중심의 ‘구형 잣대’로는 더 이상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수십억을 투자해 인프라를 확충하고도(높은 경쟁력) 여행객의 마음을 얻지 못해 외면받는(낮은 매력도) 도시가 될 수 있는 전략적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이는 관광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의 관광이 사람과 물자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키고 수용하는 ‘물류(logistics)’의 문제에 가까웠다면, 현대의 관광은 과거의 관점을 뛰어넘어 긍정적인 감정과 잊지 못할 기억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큐레이션된 감성적 여정(curated emotional journey)’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항의 크기나 호텔 객실의 수는 이 여정의 전제 조건일 뿐, 여정 자체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도시와 관광 산업의 전략적 목표는 인프라 구축에서 경험의 설계 및 관리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야놀자 리서치는 미국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및 경희대학교 H&T 애널리틱스 센터와의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Global Tourism City Attractiveness Index; 약칭, ‘야놀자 매력도 지수’)’를 개발하게 되었다. 이 지수는 단순히 순위를 매기는 것을 넘어, 관광 경쟁력에 대한 이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공급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철저히 수요자, 즉 여행객의 관점에서 도시의 진정한 ‘끌림’, 즉 ‘매력’을 측정하는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보고서는 이 지수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도시의 매력’을 학술적으로 정의하고 과학적으로 측정·분석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방문객의 머릿수가 아닌, 그들의 마음속에 남는 ‘애정’의 깊이로 측정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이 될 것이다.

 

이론적 배경과 프레임워크: 관광도시의 매력을 해부하다

관광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며, 수많은 목적지 중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관광학의 고전 이론인 ‘Push-Pull 프레임워크’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 Dann(1977)과 Crompton(1979)가 제시한 고전적 관광 동기 이론(Tourism Motivation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나는가”는 내적 욕구에 의한 Push 요인으로 설명되고, “어디로 여행을 가는가”는 목적지의 매력적 특성에 의한 Pull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Push 요인은 일상 탈출, 자기 성취, 새로운 경험, 배움, 스트레스 해소 등 내재적·심리적 필요를 의미하며, 개인이 여행을 결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Pull 요인은 자연 경관, 문화유산, 쇼핑, 접근성 등 외부 환경적 속성을 가리키며, 어떤 특정 목적지를 선택할 것인지 ‘끌림’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광 매력도는 관광자의 내적 욕구(Push)와 외적 매력(Pull)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즉, 매력도는 여행을 떠나도록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특정 목적지를 선택하도록 이끄는 근본적 요소로 역할을 한다.

 

‘매력’이라는 개념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목적지 이미지 이론(Destination Image Theory)에 따르면, 우리는 특정 도시에 대해 사실에 기반한 ‘인지적 이미지’(예: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다)와 그 도시가 자아내는 분위기에 대한 ‘감성적 이미지’(예: 파리는 낭만적이다)를 동시에 형성한다. Gartner(1994)에 따르면 이러한 인지적·감성적 이미지는 궁극적으로 관광객의 방문 의사 결정(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 도시의 매력은 단순한 관광 자원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관광객이 지각하고 경험하는 인지적·감성적 속성이 결합된 결과로 정의될 수 있다. 여기에는 도시가 보유한 유형적 관광 자원뿐 아니라 관광객이 그 도시를 인지하고 느끼는 이미지, 즉 심상과 감성적 반응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본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는 도시의 매력을 ‘인기/명성(Reputation)’과 ‘매력도(Attractiveness)’라는 두 개의 핵심 엔진으로 구분하는 독창적인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이 두 요소는 각각 여행객의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반응에 작용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도시의 종합적인 호감도를 결정한다.

 

  • 인기/명성(Reputation): 인지적 엔진 – ‘인기/명성’은 도시의 양적(Quantitative) 측면으로, 여행객의 ‘머리’가 내리는 평가에 해당한다. 이는 특정 도시가 글로벌 관광 담론에서 얼마나 널리 알려져 있고,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버즈량(Buzz Volume), 검색량, 뉴스 언급량 등이 이를 구성한다. 높은 인기/명성은 해당 도시가 잠재 여행객의 고려 대상군(evoked set)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로 작용하여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곳이니 가볼 만할 것이다”라는 신뢰를 형성하고, 선택에 따르는 심리적 위험 부담을 줄여준다. 즉, 인기/명성은 도시가 여행객의 레이더에 포착되기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이다.
  • 매력도(Attractiveness): 감성적 엔진 – ‘매력도’는 도시의 질적(Qualitative) 측면으로, 여행객의 ‘가슴’이 내리는 평가다. 이는 여행객들이 특정 도시와 관련하여 얼마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지를 측정한다. “음식이 환상적이다”, “사람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친절하다”와 같은 생생한 경험과 감정을 측정한 것이다. 높은 매력도는 여행객에게 쾌감, 흥미, 선호와 같은 긍정적 감정을 유발하여 도시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고, 이는 재방문 의도나 강력한 추천(구전 효과)으로 이어진다. 즉, 매력도는 도시가 여행객의 기억 속에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그림 1> 관광도시 매력도의 개념적 정의

 

 

이 두 엔진의 상호 작용은 관광도시의 현재 시장 위치를 명확하게 진단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인기/명성과 매력도가 모두 높은 도시는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거머쥔 ‘블록버스터 명작’과 같다. 반면, 매력도는 높지만 인기/명성이 낮다면 소수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숨겨진 독립 영화 수작’에 비유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인기/명성은 높지만 매력도가 낮은 도시로, 이는 요란한 마케팅에 비해 실망스러운 경험을 안겨주는 ‘과대 포장된 영화’와 같다.

 

이 프레임워크의 진정한 힘은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도시 관점에서 전략적 불균형을 확인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많은 도시가 마케팅 예산을 투입하여 인기/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지만, 정작 여행객들이 현장에서 겪는 경험의 질, 즉 매력을 개선하는 데는 소홀할 수 있다. 본 관광도시 매력도는 이 두 축의 점수를 비교함으로써 마케팅 메시지와 실제 관광 상품의 질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명확히 보여준다. 인기/명성은 여행객을 도시로 불러들이는 전제 조건이지만, 지속 가능한 성공과 충성도 높은 팬을 만드는 것은 결국 긍정적인 경험에 기반한 매력도이다. 즉, 인기/명성은 당신의 도시를 ‘알게’ 하지만, 매력도는 당신의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다.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의 개념적 프레임워크: 메커니즘의 이해

앞서 설명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의 작동 메커니즘을 하나의 이론적 프레임워크로 종합해 보고자 한다. 우선, 개인의 Push 요인(내적 동기)은 여행에 대한 초기 욕구를 불러일으켜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행동 의지를 형성한다. 이어서 구체적인 목적지를 선택하는 단계에서는 목적지의 Pull 요인(외적 매력 요소)이 작용하여, 어떤 도시가 그 욕구를 충족시킬 곳인지 판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은 각 도시의 잠재적 매력도를 인지하게 되는데, 이는 인지적 평가(그 도시가 얼마나 유명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즉 ‘인기/명성’)와 감성적 평가(그 도시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끼는지, 즉 ‘매력’)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Push 요인은 관광객의 내적 욕구와 선호에 따라 감성적 매력 평가(예: "내가 추구하는 휴양을 이 도시에서 얻을 수 있겠어")에 영향을 주고, Pull 요인은 해당 도시의 객관적 정보와 특성이 주는 인상으로서 인지적 평가(예: "이 도시에는 유명한 해변과 안전한 환경이 있어")에 영향을 준다. 이때 도시의 전체적인 매력도는 이러한 인지적 명성과 감성적 호감이 결합된 형태로 형성되며, 종합적으로 관광객의 방문 의사 결정을 좌우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관광객이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Push 동기를 느끼고(내적 요인), 휴양지를 찾던 중 "풍광이 아름답고 조용하기로 유명한 섬"이라는 Pull 정보를 접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관광객은 그 섬이 유명한지,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는지(인지적 요인)를 파악하는 동시에 자신이 기대하는 휴식을 줄 것 같은 매력이 있는지(감성적 요인) 상상하게 된다. 만약 둘 다 긍정적이라면 해당 섬의 매력도를 높게 평가하여 방문을 결정할 것이다. 반대로 경관은 좋아 보여도 치안이 불안하다거나(인지적 평판이 나쁜 경우), 혹은 유명하긴 한데 너무 상업화되어 진정한 휴양을 얻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낀다면(감성적 매력이 낮은 경우) 방문 의사는 꺾일 수 있다.

 

이 통합적 관광 매력도 메커니즘은 관광객 행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어, 관광 정책 입안자나 목적지 마케터들은 한 도시의 내적 매력(콘텐츠의 질, 서비스 수준 등)만 개선할 것이 아니라, 외적 명성(인지도 제고, 브랜드 관리)도 함께 신경 써야 함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매력도 지수와 기존의 경쟁력 지수를 통합하여 활용하면, 공급 측면 개선(예: 인프라 확충)이 실제로 수요 측면 인식(매력도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는 전략 수립 및 성과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Push-Pull 요인과 관광지 매력(인지/감성)을 아우르는 이러한 수요자 중심의 관점은, 관광도시 기획자 측면에서 관광객 유치 → 경험 → 평가 → 재방문/추천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새로운 측정 렌즈의 차별점: 매력도와 경쟁력 및 브랜드 이미지의 비교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는 기존의 '관광 경쟁력'이나 '브랜드 이미지' 개념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개념들이 포괄하지 못하는 또 다른 핵심 구성 요소인 관광도시의 ‘매력’이라는 관점을 구체화하고 보강해 주는 역할을 한다. 도시는 훌륭한 인프라를 갖춰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인 광고 캠페인으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여행객의 경험이 그 약속에 미치지 못한다면, '매력도' 테스트에서 실패하게 된다. 즉, 이 지수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나 예산 투입이 수요자인 여행객의 마음속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도시의 경쟁력 순위와 매력도 점수 사이에 격차가 발생한다면, 이는 도시의 자산이 매력적인 경험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거나, 브랜딩이 실제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심각한 전략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격차'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매력도 지수가 기존 지수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중요한 추가 정보이다.

 

관광 목적지 브랜드 이미지(Tourism Destination Brand Image)는 특정 관광지에 대해 관광객이 마음속에 형성한 연상과 감성적 인상을 뜻한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 상징적 연상, 감성적 평가로 구성되며, 주로 마케팅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된다. 예를 들어, 파리를 떠올릴 때 에펠탑, 예술, 낭만 등의 연상과 세련된 감성이 함께 결합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관광 매력도는 브랜드 이미지와 유사하게 인지적·감성적 평가를 다루지만, 공급자의 기획보다는 관광객의 실제 경험과 반응에 초점을 둔다. 즉, 브랜드 이미지는 당국이나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가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구축하는 이미지인 반면, 매력도는 관광객이 실제로 지각하거나 추정하는 매력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공식 브랜드 메시지와 관광객의 실제 평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확인하는 것이 매력도 평가를 통해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관광 목적지 브랜드 이미지와 매력도 평가를 함께 활용한다면 한 도시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표 1> 관광 매력도, 경쟁력, 이미지의 차이점

 

 

연구 방법론: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도시의 ‘인기/명성’과 ‘매력’이라는 복합적인 개념을 어떻게 객관적인 지수로 측정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여행객이 자발적으로 남기는 방대한 디지털 발자국, 즉 빅데이터에 있다. 본 ‘글로벌 관광 도시 매력도 지수’는 최신 데이터 과학 기술을 활용하여 ‘글로벌 규모의 디지털 민족지학(Digital Ethnography)’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공식적인 홍보 메시지나 통제된 설문 조사를 넘어, 여행객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꾸밈없고 진솔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과 같다.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 전 세계 191개의 관광 목적 도시를 선정하였다. 선정 기준은 글로벌 관광도시 랭킹 리스트 중 2개 이상의 리스트에서 순위에 올랐거나, 국가 인구가 3천만 명 이상이면서 도시 인구가 3백만 명 이상인 경우, 또는 앞선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한 정성적 판단을 통해 포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세계적 유명 관광도시였다. 이에 따라 최종 선정된 도시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 분포한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유럽이 63개 도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관광 목적 도시가 대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한 동유럽에서도 8개 도시가 선정되어 유럽 전역의 다양한 관광도시가 포함되었다. 아시아 대륙에서도 많은 도시가 선정되었는데, 세부적으로는 동남아시아 27개, 동북아시아 24개, 중동 아시아 15개, 중앙아시아 1개 도시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남아메리카 9개 도시와 북아메리카 25개 도시가 선정되었고, 아프리카 대륙 13개 도시, 오세아니아 대륙 6개 도시를 포함하여 지역적 다양성을 반영하였다.

 

<표 2> 선정된 191개 도시 요약

*글로벌 인덱스 : [Resonance] World's Best Cities, [모리기념재단]Global Power City Index(GPCI), [Euromonitor] International reveals world’s Top 100 City Destinations, [Tripadvisor] Best of the best destinations 등

 

분석 대상 언어는 사용자 수가 많고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 수준이 높아 소셜 데이터 분석에 적합한 언어인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 등 총 14개 언어를 선정했다. 중국어의 경우,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중국 내 소셜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제한되어 수집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수집 채널은 대중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뉴스 보도와 방송을 제외하고, 소셜 데이터 소스를 대상으로 했으며, 주요 SNS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의 블로그, 포럼, 그리고 리뷰를 포함시켰다. 또한 최근 2년간(2023년 6월 ~ 2025년 5월)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여 최신 관광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2025년(2024년 6월 ~ 2025년 5월)과 2024년(2023년 6월 ~ 2024년 5월)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키워드 선정에 있어서는 전문가 조사를 바탕으로 1차 키워드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이후 5개 도시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이를 보완하여 최종 키워드 셋을 완성했다. 이렇게 선정된 키워드 셋을 도시별로 조합하여 소셜 데이터를 수집하고, 세계적인 소셜 데이터 업체인 브랜드워치(Brandwatch)가 보유한 트랜스포머 기반 AI 모델을 활용해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을 수행했다. 그 결과로 도출된 도시별, 키워드별 긍정 및 부정 반응 버즈량(buzz)을 연구에 활용했다.

 

<표 3>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 조사 설계 요약

 

앞에서 설명한 대로, 관광도시 매력도는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그 두 요소를 측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는 ‘관광도시 매력(Attractiveness)’으로, 이는 도시와 관련된 키워드별 긍정 감성 비율을 통해 측정되며 해당 도시가 관광객에게 얼마나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둘째는 ‘관광도시 인기/명성(Reputation)’으로, 이는 특정 키워드에 대한 언급량(Buzz Volume)을 기준으로 해당 도시가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를 반영한다.

더욱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관광 경험을 구성하는 4개 차원(Dimension)과 17개 세부 차원(Sub-Dimension)을 설정하고, 각 세부 차원별로 키워드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뒤, 이에 기반하여 소셜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

 

  • 도시의 미와 자연경관 (가중치 30%): 도시 자체의 미적 요소와 주변의 자연환경을 포괄한다. 하위에는 ‘자연경관 및 자연현상’, ‘동식물’이 포함된다.
  • 도시의 문화와 역사 (가중치 30%): 도시의 고유한 문화유산과 역사성을 평가한다. ‘역사적 장소’, ‘교육적 장소’, ‘전통문화’, ‘종교적 명소’, ‘건축적/미학적 명소’로 구성된다.
  • 도시의 체험 콘텐츠 (가중치 30%): 현대 관광객이 중시하는 즐거움과 경험적 자극을 반영한다. ‘음식’, ‘숙박시설’, ‘쇼핑’, ‘테마파크’, ‘밤문화’, ‘스포츠’, ‘액티비티’, ‘축제/이벤트’ 등 가장 많은 세부 차원을 포함한다.
  • 도시의 환대성 (가중치 10%): 목적지에서 느끼는 환대의 정도로, ‘관광객에 대한 지역 주민의 친절함’과 ‘서비스 제공자의 친절함’으로 나뉜다.

 

<그림 2> 관광도시 매력도 측정 Framework

 

4대 핵심 차원(Dimensions)은 실제 관광 의사 결정 및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전문가 자문을 통해 가중치가 부여되었다. '환대성'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다른 차원에 비해 여행자가 특정 도시를 관광지로 선택하는 의사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서의 영향이 제한적이고, 온라인상의 언급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이다. 각각의 차원은 17개의 하위 차원(Sub-Dimension)으로 구성된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표4>와 같으며, 각각의 하위 차원을 구성하는 491개의 키워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관광 도시의 매력도를 측정하였다.

 

<표 4> 야놀자 매력도 지수의 4개 Dimension과 17개 Sub-Dimension

 

Dimension/Sub-Dimension별 매력도 측정 및 인덱스 도출

Sub-Dimension별 매력도 측정은 해당 키워드군에 대한 긍정 감성 비율과 언급량 비율을 곱하여 계산된다. 즉, 관광객이 해당 요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얼마나 많이 남겼는지와 그 요소가 전체 관광 담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3> Sub-Dimension별 매력도 측정

 

Dimension별 매력도 측정은 각 하위 차원(Sub-Dimension)의 영향력이 균등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더 많이 언급된 하위 차원일수록 관광지 매력 형성에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고, 해당 연도의 버즈량(buzz)을 기준으로 실질적인 가중치를 적용했다. 즉, 각 Dimension에 포함된 하위 차원별 매력도 점수에, 해당 연도 기준 언급량에 따라 산출된 가중치를 적용하여, 도시별 Dimension 수준의 매력도 점수를 도출했다.

 

<그림 4> Dimension별 매력도 측정

 

종합적인 매력도 측정은 도시별 관광 매력도의 최종 지수를 4개 차원(Dimension)별 점수에 사전 정의된 가중치를 곱하여 산출했다. 각 차원은 앞서 설명한 대로 관광객이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핵심 요소로서, '도시의 미와 자연경관'(30%), '도시의 문화와 역사'(30%), '도시의 체험 콘텐츠'(30%), '도시의 환대성'(10%)으로 구성되었다.

 

<그림 5> 종합 매력도 측정

 

마지막으로, 도출된 결과는 글로벌 평균값을 기준으로 2024년을 표준 연도(Index=100)로 삼아 지수(Index)를 산출했으며, 이를 토대로 2025년 각 도시의 매력도 증감 추이를 계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 종합 지수(Overall Index): 조사 대상 도시들의 "도시별 관광 매력도(종합)" 점수 평균으로 측정된다. 이는 전체 도시의 관광 매력도를 상위 수준에서 집약한 지표로서, 글로벌 관광 매력도의 전반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 차원별 지수(Dimension Index): "도시별 관광 매력도(차원별)" 점수의 평균으로 산출되며, 특정 속성(자연경관, 문화와 역사, 체험 콘텐츠, 환대성)의 평균적인 매력도 수준을 보여준다.
  • 하위 차원별 지수(Sub-Dimension Index): "도시별 관광 매력도(하위 차원별)" 점수의 평균으로 산출되며, 관광 매력도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들의 평균적인 수준을 나타내어 기초적이고 세분화된 매력 요인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이러한 모델링 방식은 기존 관광지 평가 연구가 수치적 통계나 주관적 평가에 치우쳐 있던 한계를 극복하고, 실시간 소셜 데이터에 기반한 동태적 분석을 통해 도시별 관광 인식의 실제 흐름을 반영하는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도시간 비교 가능성과 연도별 추세 분석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향후 정책 수립 및 도시 브랜드 전략 수립에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림 6>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Index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평가 결과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평가 결과에 따라 전체 191개 도시를 티어(Tier)별로 그룹화하였다. 1위부터 50위까지는 1st 티어, 51위부터 100위까지는 2nd 티어, 101위부터 150위까지는 3rd 티어로 분류하였다. 151위 이후의 도시들은 후보 도시(Candidate Cities) 그룹으로, 이들 간의 순위는 공개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변화를 살펴볼 예정이다. Top 티어(50개 도시)의 상세 순위는 보고서 별표에 첨부되었으며, 전체 순위 결과는 야놀자리서치 웹사이트(https://www.yanolja-research.com/brand/result?lang=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력도'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본 글로벌 도시 경쟁의 풍경은 기존의 방문객 수 순위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여행객들의 정서적 호감과 입소문 지표로 평가한 결과, 새로운 강자가 부상하고 전통적인 강호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TOP 티어 주요 도시 성과 및 트렌드 분석

2025년 글로벌 관광도시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권 경쟁은 체험, 문화, 자연, 환대성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얼마나 균형적으로 결합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요소에만 의존한 도시는 순위를 유지하는 데 한계를 보였으며, 다차원적 매력을 고르게 확보한 도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도시별로 살펴보면, 오사카는 2024년 3위에서 2025년 1위로 오르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오사카는 체험 콘텐츠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문화·역사, 환대성, 자연경관 부문에서도 고른 성과를 내며 '전방위 매력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파리는 문화·역사 부문에서 여전히 1위를 유지하며 종합 2위에 올랐으나, 환대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토는 전통문화와 자연경관에서는 강세를 이어갔지만, 체험 콘텐츠 부문에서 약세를 보이며 1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이는 전통적 매력의 단일 요소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콕은 16위에서 7위로 급상승하며 '가성비 도시'에서 '균형 잡힌 체험 도시'로 변모했으며, 치앙마이, 나트랑 등 동남아 신흥 도시들도 빠르게 부상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모든 차원에서 순위가 하락해 8위에서 15위로 내려갔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도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오사카가 종합 1위, 교토가 3위 등 일본 도시들이 강세를 보였다. 상하이와 홍콩 등 중국 주요 도시들도 반등세를 보이며 아시아 전반의 관광 매력도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유럽의 전통 관광도시들은 관광 포화와 경쟁력 약화로 인해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였다. 니스, 마르세유, 에든버러, 맨체스터 등이 순위 하락을 기록했으며, 파리만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북미의 경우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들이 안정적인 순위를 이어갔고, 캐나다와 남미 일부 도시들도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도시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서울은 6위에서 5위로 상승하며 글로벌 Top 5에 안착했다. 음식과 쇼핑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고, 자연경관과 환대성에서도 개선을 보이며 다층적 매력을 입증했다. 제주는 23위에서 16위로 급등했으며, 한라산, 해안 등 독창적인 자연경관에 해양 액티비티와 문화유산이 결합되며 매력 확장을 보여주었다. 부산은 28위에서 23위로 상승했으며, 해안 경관, 식도락, 축제 등 복합 콘텐츠 강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의 네 기둥: 차원별 심층 분석

도시의 미와 자연경관

2025년 도시의 미와 자연경관 부문에서는 일본 도시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오사카, 교토, 오키나와, 후쿠오카, 삿포로, 도쿄 등이 상위 15위권에 포함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오사카는 2위에서 1위로 올라서며 자연과 도시 자산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교토는 1위에서 2위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통적 자연미의 대표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파리는 4위에서 3위로 상승하며 역사적인 도시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요소가 재조명되었다. 아시아 신흥 도시들도 약진했다. 방콕은 도심 속 생태 체험 공간과 수변 야경이 부각되며 23위에서 12위로 급등했고, 홍콩과 상하이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인공적으로 설계된 자연 중심의 한계가 드러나며 6위에서 15위로 하락했다. 한국 도시들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은 도심 속 자연 친화적 체험 공간이 주목받으며 9위에서 6위로 올랐고, 제주는 오름·해안 절벽 등 동적인 경관 체험을 기반으로 12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부산도 해안 절경을 중심으로 36위에서 31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도시의 문화와 역사

도시의 문화와 역사 부문에서는 파리와 교토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파리는 에펠탑, 루브르, 오스만 양식 건축물 등 독보적인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반면, 교토는 전통문화와 종교 명소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확장성의 한계로 인해 1위에서 2위로 하락했다. 로마는 압도적인 역사적 유산을 기반으로 5위에서 3위로 상승하며 상위권을 공고히 했다. 아시아 신흥 도시들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방콕은 불교 사원과 왕궁을 중심으로 32위에서 14위로 급등했으며, 델리와 치앙마이도 주목받았다. 미국 도시들은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보스턴 등이 상승하며 문화·역사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국의 경우, 서울은 7위를 유지하며 전통 문화 체험의 경쟁력을 보였고, 부산은 근현대 역사 자원의 재조명으로 60위에서 56위로 개선되었다. 제주는 4·3 유적지와 해녀 문화가 주목받으며 84위에서 80위로 소폭 상승했다.

 

도시의 체험 콘텐츠

도시의 체험 콘텐츠 부문에서 오사카는 2년 연속 1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허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테마파크, 쇼핑, 밤문화 등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였다. 서울은 음식과 쇼핑 경쟁력으로 3위에서 2위로 상승했고, 파리는 스포츠와 테마파크 경쟁력을 유지했으나 2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아시아 신흥 도시들의 성장세도 뚜렷했다. 방콕, 치앙마이, 나트랑이 빠르게 부상하며 체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했다. 미국 도시들은 뉴욕이 4위를 유지하고,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이 소폭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반면, 유럽 도시들은 로마, 바르셀로나, 브뤼셀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부산이 음식·축제·숙박 경쟁력 강화로 17위에서 13위로 상승했고, 제주는 액티비티와 스포츠 체험 확대 덕분에 18위에서 16위로 올라섰다.

 

도시의 환대성

도시의 환대성 부문에서 오사카가 교토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생활 속 친절 문화와 일관된 서비스 응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교토는 관광객 밀집에 따른 피로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서울은 3위를 지키며 아시아 내 안정적인 환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방콕은 글로벌 서비스 강화와 지역 친절 문화의 부각으로 20위에서 7위로 급상승했다. 미국 도시들은 뉴욕, 워싱턴, 보스턴, 라스베이거스 등이 중상위권을 고르게 차지하며 안정세를 보였고, 유럽 도시는 대체로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 도시들의 경우, 부산은 서비스 제공자의 친절성 개선으로 29위에서 26위로 올랐고, 제주는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은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 변화와 의미

도시별 순위 분석을 넘어,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를 종합하면 개별 도시의 특성을 초월한 전 세계 관광 시장의 거시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024년을 기준값(100)으로 설정한 지수 분석은 여행자들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 관광 산업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로드맵이다.

 

회복과 재편

2025년 종합 지수(Index)는 114.01로, 2024년 대비 14.01%p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관광시장이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 견고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매력도 증가가 모든 4대 차원과 17개 세부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 국한된 회복이 아닌, 전 세계적인 관광 활동의 전반적인 활성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여행 우선순위의 근본적인 재편을 동반하고 있다. 4대 차원별 지수를 살펴보면, 네 차원 모두 10%p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으나, 특히 ‘도시의 문화와 역사’ 차원이 116.78로 가장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여행객들이 단순한 휴양과 유흥을 넘어, 역사적 장소나 전통문화를 통해 의미 있고 교육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7> Dimension별 Index

 

세부차원 지수 변화 분석: 여행자의 소비 트렌드 지도

가장 중요한 통찰은 17개 세부 차원(Sub-Dimension)별 지수 변화에 담겨 있다. 이는 여행객들이 실제로 무엇에 열광하고, 어디에 시간과 돈을 쓰며, 어떤 경험을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공유하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다. 매력도 인덱스의 변화가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흐름은 '숙박의 상품화(Commodification of the Stay)'와 '경험의 프리미엄화(Premiumization of the Experience)' 현상이다.

 

데이터를 보면, ‘숙박시설’에 대한 긍정적 관심도 증가율은 5.35%로 17개 항목 중 가장 낮다. 이는 여행객들에게 깨끗하고 편안한 숙소가 더 이상 특별한 감동이나 공유할 만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본적 요인(hygiene factor)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좋은 숙소는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시의 매력을 견인하거나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반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항목들은 모두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경험과 관련이 있다. '교육적 장소'(박물관, 미술관 등)가 26.51%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여행이 단순한 구경을 넘어 학습과 자아 성장을 위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식물'(19.39%)의 높은 성장은 도시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의 교감을 갈망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트렌드를 반영하며, '액티비티'(17.69%)와 '쇼핑'(17.63%)의 강세는 소비와 체험을 통해 일상 탈출의 자극을 얻으려는 욕구가 여전히 강력함을 증명한다.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은 관광 산업의 가치가 '잠자는 곳'에서 '무엇을 하는가'로 결정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특히 호텔 산업에 중대한 전략적 전환을 요구한다. 미래의 호텔은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지역의 독특한 경험과 여행객을 연결하는 '경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호텔의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은 이제 그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숙객을 '교육적 장소', '액티비티', '쇼핑'과 같은 고성장 경험 카테고리로 안내하고 연계시키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5년 글로벌 관광 트렌드는 학습·체험의 심화, 자연 친화적 경험의 부상, 참여형·야간형 소비의 확장, 그리고 전문화된 서비스 품질 고도화로 요약된다. 이러한 방향성을 전제로 각국과 도시의 정책 및 상품 개발을 설계하는 것이 지수 활용의 핵심이다.

 

<표 5> Sub-Dimension별 Index 증가율과 순위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의 활용: 관광산업을 위한 전략적 제언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실행 계획서이다. 데이터가 제시하는 진단을 행동으로 전환하기 위한 플레이북은 도시 정부, 관광 목적지 관리 기구(DMO), 그리고 민간 산업계에 각기 다르면서도 상호 연결된 과제를 제시한다.

 

DMO 및 정책 입안자를 위한 정책 나침반

  • 정밀 타격 전략: 과거의 전방위적인 마케팅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개입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5년 교토의 순위 하락이 '전통 문화'의 약화가 아닌 '체험 콘텐츠'의 상대적 부진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면, 교토 시 정부는 사찰 홍보 예산을 늘릴 것이 아니라 전통적 강점을 보완할 현대적 엔터테인먼트, 액티비티, 야간 경제 활성화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처럼 지수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려주는 '자원 배분 지도' 역할을 한다.

 

  • 증거 기반 정책 평가: 연간 발표되는 지수를 통해 관광 정책의 투자 수익률(ROI)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도시가 '도시 서비스 개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고 가정하자. 다음 해 발표되는 지수에서 '환대성' 차원, 특히 '서비스 제공자의 친절함' 세부 차원의 점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 이는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투명하게 평가하고, 차기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 경쟁 우위 벤치마킹: 글로벌 순위뿐만 아니라, 특정 속성에서 직접적인 경쟁 도시 대비 자국의 위치를 파악하여 보다 집중적인 경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가령, '미식'을 도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도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쟁 도시가 아니라, '음식' 세부 차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는 서울이나 오사카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들의 성공 요인을 심층 분석하고, 자국의 음식 문화에 맞게 재해석하여 적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민간 산업계를 위한 혁신과 성장의 로드맵

  • 시장 수요 기반 상품 개발: 여행객이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것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2025년 글로벌 지수 분석 결과, '교육적 장소'(+26.51%), '쇼핑'(+17.63%), '액티비티'(+17.69%)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행사, 호텔, 항공사가 박물관 심층 투어, 쇼핑 특화 패키지, 어드벤처 스포츠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명확한 시장 신호이다. 반면, '숙박시설'(+5.35%)의 성장세가 가장 낮다는 것은 단순히 객실 품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숙박 업계는 지역의 고성장 경험 콘텐츠와 연계한 패키지를 개발하여 숙박을 단순한 체류가 아닌 경험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 데이터 기반 서비스 혁신: '환대성' 차원은 관광 업계에 보내는 직접적인 피드백이다. 특정 도시의 '서비스 제공자의 친절함' 점수가 낮다면, 이는 해당 지역의 호텔 및 레스토랑 협회가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할 명백한 근거가 된다. 이 점수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평판을 넘어 도시 전체의 매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서비스 품질 개선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관광 산업 생존을 위한 필수 투자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 진정성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력도-명성 매트릭스에 따른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숨은 보석'으로 평가된 도시(높은 매력, 낮은 명성)는 높은 매력도 점수를 활용하여, 실제 방문객들의 긍정적인 후기와 평가를 마케팅 캠페인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보다는 실제 여행객의 진솔한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반면, '과대 포장' 진단을 받은 도시(낮은 매력, 높은 명성)는 광범위한 인지도 제고 캠페인 대신, 진정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특정 경험(예: 특정 미식 거리, 숨겨진 명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우리 도시는 훌륭하다"는 일방적 메시지에서 "우리 도시의 이 경험은 방문객들에게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 기반 메시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결언: 관광의 미래는 도시의 매력도에 달려있다.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 및 순위 평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각 도시의 경쟁 우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을 위한 전략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본 보고서는 관광 성공의 패러다임이 '양'에서 '질'로, '방문객 수'에서 '경험의 가치'로 전환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는 이러한 시대적 전환을 측정하고 이끌기 위해 탄생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최초의 도구이다. 이 지수는 단순히 도시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넘어, 도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여행객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이자 전략적 관리 도구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학문적 측면에서 여행객의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경험을 대규모 소셜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지표로 전환하는 방법론적 혁신을 이루었다. 이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 연구가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고, 수요자의 심리적 인식을 관광 정책의 중심에 놓는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었다.

 

궁극적으로 이 지수는 도시들 간의 '선한 경쟁'을 촉진할 것이다. 한 도시가 낮은 환대성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다른 도시가 체험 콘텐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축제를 기획한다면, 그 혜택은 미래의 모든 방문객에게 돌아간다. 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 관광 생태계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다.

 

여행의 새로운 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도시는 단순히 더 많은 방문객을 자랑하는 도시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더 깊이 사로잡는 도시가 될 것이다. 과거의 도시들이 더 높은 빌딩과 더 넓은 공항을 짓는 '시설물 경쟁'에 몰두했다면, 미래의 도시들은 여행객의 마음에 더 깊은 감동과 더 오래 지속되는 매력을 심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는 그 마음의 점수를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나침반이 생겼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References

Crompton, J. L. (1979). Motivations for pleasure vacation. Annals of Tourism Research, 6(4), 408–424.

Dann, G. M. S. (1977). Anomie, ego-enhancement and tourism. Annals of Tourism Research, 4(4), 184–194.

Gartner, W. C. (1994). Tourism and travel in the new Europe. CAB International.

 

* 본 내용 인용 시 “장수청, 최규완, 윤효원. (2025), 야놀자 매력도 지수: 글로벌 관광도시의 매력을 측정하는 지표의 개발과 활용, 그리고 의의, Yanolja Research Insights, Vol. 30.”로 표기.

 

붙임: 2025년 글로벌 Top 50 도시의 관광 매력도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