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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s

Vol.29 인구구조와 경제기조로 본 골프산업의 미래

인구구조와 경제기조로 본 골프산업의 미래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야놀자리서치는 2023년 『코로나19, 골프산업의 부상, 그리고 엔데믹 이후의 전망』(Vol.5)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특수 속 급격히 성장한 골프 수요와 산업 확장의 양상을 진단한 바 있으며, 이어 2024년 『국내 골프산업의 현재와 향후 과제』(Vol.17) 보고서에서는 골프장 과잉 공급, 이용료 급등, 지역 간 수요 편차 등 구조적 문제 등을 분석하였다.

이번 인사이트 분석보고서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국내 골프산업이 마주한 보다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제 환경 변화’라는 두 축이 중장기적으로 골프 수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를 살펴보고, 이에 대응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국내 골프 수요 2년 연속 감소세…전환점에 접어드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골프산업은 외부 활동에 대한 제한과 거리두기 정책의 반사이익으로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이후에는 골프 수요 감소와 골프장 공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며, 골프산업은 새로운 구조적 전환점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약 4,741만 명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하며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같은 기간 골프장 수는 522개에서 524개로 증가해,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지역이 이용객수 기준 2023년 대비 2024년 7% 감소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수요 감소세를 보였다. 그 외 경남, 경기, 전남 지역에서 수요가 줄었으며, 특히 골프장수와 이용객수가 가장 많은 경기 지역은 전년 대비 36만명이 감소해 전국 수요 감소를 주도했다. 반면, 경북(3.2%), 충북(4.1%), 충남(1.5%), 전북(2.7%) 등 일부 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했지만, 이용객 규모가 크지 않아 우리나라 골프 수급상의 전체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지출 데이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소비추이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부터 시작된 국내 골프 소비지출액 감소가 2025년 5월까지 1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기간의 일시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수요 축소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단순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보다는, 수요 감소의 본질적 원인을 분석하고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골프 수요의 구조적 감소

국내 골프 수요가 일시적 감소가 아니라 구조적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의 핵심 배경은 바로 인구구조 변화다.

현재 골프 수요는 특정 연령대, 특히 40~50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고령층으로 넘어갈수록 이용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50대의 골프장 이용률은 19.8%로 가장 높고, 40대도 16.9%에 달하지만, 은퇴 시점에 접어드는 60대에는 12.1%로 급감하며, 70대(6.6%)와 80대 이상(3.2%)에서는 더욱 크게 하락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골프 참여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용률이 급감하는 현상은 현재 국내 골프산업의 핵심 고객층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향후 수요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약 705만 명)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약 954만 명)는 합계 인구비중이 30%를 넘는 거대 소비층으로 국내 골프장의 주요 고객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부터 이들 세대의 은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소득이 감소하고 지출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회원권을 소유하거나 자주 라운딩을 즐기던 베이비붐 세대도 은퇴 후에는 고정소득이 사라지고 연금이나 저축에 의존하게 되어,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와 같은 여가활동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앞서 본 연령대별 이용률 감소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한다. 즉, 50대까지 왕성하게 골프를 즐기던 세대도 60대 이후에는 경제적·신체적 이유 등으로 골프장 이용 빈도가 급감하는 것이다.

 

 

2025년, 구조적 골프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

향후 10년, 2차 베이비붐 세대까지 은퇴하게 되면 골프 수요의 중장기적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연령별 골프장 이용률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는 경우, 국내 골프인구의 숫자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감소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만으로 추정할 경우 국내 골프인구는 5년 후인 2030년에 2025년 대비 1.3% 감소하게 되고, 골프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40~50대 골프인구는 같은 기간 6.2%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 대비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방에서는 이러한 수요 하락이 훨씬 더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인구 기반의 수축이 골프장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감소 추세는 일시적 조정이 아닌 장기 하강 국면의 전조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연령대별 골프장 이용률이 유지된다면, 10년 후인 2035년에는 40~50대 골프 인구가 10% 이상 줄어드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 전망과 골프산업 영향

인구구조 못지않게 골프 수요 기반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거시경제의 변화다.

한국 경제는 단기적인 성장 둔화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성장 모멘텀 약화가 예견되고 있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잠재성장률을 1.8%로 추산하고 있으며, 2025~2030년에는 1.5%, 2031~2040년에는 0.7%, 2041~2050년에는 0.1%로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앞으로 20년 안에 한국의 경제 성장 엔진이 완전히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 성장률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1983년 13.5%에 달했던 실질 GDP 성장률은 점차 둔화되어 2024년에는 2.0%에 그쳤고, 2025년 1분기에는 –0.2%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 역시 –0.1%로 위축되며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장기 성장잠재력이 점차 축소되고, 실질 성장률마저 하락하는 흐름은 골프산업과 같은 고비용 레저 산업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어, 소비자들은 필수재보다는 소득에 더 탄력적인 소비 항목부터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 가운데 골프는 시간과 비용이 모두 많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고비용 여가활동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가장 먼저 소비를 축소하는 조정 대상이 된다. 더군다나 이러한 시기일수록 소비자는 같은 비용으로 더 높은 만족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찾게 되며, 그 결과 국내 골프장은 가성비가 높은 해외 골프장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컨슈머인사이트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국내 골프여행 비중은 2021년 20.7%에서 2023년 16.0%로 지속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취미-운동 활동을 위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 해외에서 골프를 친 비율은 34.9%에서 41.7%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많은 한국 골퍼들이 동남아 등 해외 골프장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의 ‘2024 골프 산업 기획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졌다는 응답이 82.7%에 달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골프장 이용요금 조사 결과 2024년도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코스 이용료는 주말 평균 29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캐디피, 카트피 등을 더하면 1인당 총비용은 더 올라간다. 

민간 골프 산업 리서치 기관인 AGL(Asia Golf Leaders Forum)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5개국의 골프 비용 평균 객단가는 12~18만원대로 국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항공권 구매를 감안해도 전체 비용이 국내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낀 골퍼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동시에 해외에서는 골프와 관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만족감도 작용하여, 중장년층 골퍼들의 소비가 국내에서 해외로 분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층 축소와 경제 저성장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라는 이중 압력은 국내 골프산업의 수요 기반을 점점 좁혀갈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비용 구조의 국내 골프 산업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가격 부담을 완화하고 가치 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일본 골프산업의 구조적 쇠퇴

한국보다 앞서 인구감소, 고령화, 그리고 경제 저성장 현상을 겪은 일본의 골프산업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1980년대 버블 경제 시기 골프장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일본골프장사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1992년 골프장 수가 2,000여 곳을 돌파했고, 2002년에는 2,460개로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2025년 4월 2,154개로 2002년 대비 306개가 감소했다.

 

 

골프장 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골프인구의 감소다. 골프인구의 주류였던 전후 세대의 은퇴와 버블 붕괴 및 장기 불황이 겹치며 골프 인구가 줄어들었는데,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골프 인구는 1995년 약 1,420만명에서 2009년 960만명, 2021년에는 560만명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최고점 대비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인구 구조 변화와 경제 성장률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골프 산업은 정점을 지나 지속적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

 

폭락한 일본의 골프장 매매 가격… 한국의 10%~20% 수준

이 같은 구조적 침체는 단순히 이용자 수 감소에 그치지 않고, 골프장을 둘러싼 자산 가격의 붕괴로도 이어졌다. 1990년대 초 버블기의 정점에서 일본 골프회원권은 투기적 자산으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일본 경제신문(Nikkei)이 발표한 골프회원권 지수를 보면 1982년 기준 100에서 1990년 948.17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버블 붕괴 이후 이 지수는 2002년 57.79까지 폭락하며, 최고점 대비 1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쿄 인근 명문인 고가네이(小金井) 컨트리클럽의 경우, 1990년대 초 4억 엔을 넘던 회원권이 2000년대에는 4천만엔 수준까지 하락했고, 2025년 현재도 AAA Golf Web 기준 6천만 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최고가 대비 15% 수준이다. 

골프장 자체의 매매 가격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버블기에는 18홀 골프장 건설비가 200억 엔을 넘기도 했지만, 이후 급락세를 보이며 2010년대에는 지방의 중소형 골프장들은 공매에 나와도 수억 엔 수준의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의 쿠시로 크레인 컨트리클럽은 3층 규모 클럽하우스를 포함한 18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경매 최저가가 약 3,128만 엔으로 책정되었고, 군마현 칸나 골프장은 2009년 약 3,855만 엔에 낙찰되는 등 토지·시설 투자비의 극히 일부만 회수하는 거래가 속출했다. 일기출판(一季出版)의 『골프장 기업 그룹 & 계열』에 따르면, 일본의 18홀 기준 골프장 평균 매매가는 2022년 기준 8.1억 엔으로, 홀당 0.5억 엔(원화 5억 원) 수준이다. 도쿄 근교 골프장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부동산 컨설팅 회사 Yamamoto Property Advisory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도쿄 인근 골프장의 홀당 가격을 약 1억 엔(한화 1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2023년 경기 포천 몽베르CC 홀당 가격 80억, 2024년 경기 여주 세라지오CC 홀당 가격 70억 등 국내 수도권 지역 CC 홀당 가격에 비해 20%가 안되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하락세가 경기 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조정만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을 전후해, 버블기에 골프에 입문한 일본의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75세 이상의 초고령층으로 진입함에 따라 수요 기반 자체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한국보다 20여 년 앞선 2006년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1]에 진입한 일본은, 경제 여건과 무관하게 인구구조의 변화만으로도 골프산업의 장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에 접어든 것이다.

 

구조적 침체 속 일본 골프산업의 대응

이러한 골프 산업의 구조적 침체 속에서, 일본은 산업 생존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해왔다. 

첫째, 사업 모델 전환이다. 버블 붕괴 이후 외국계 펀드 등으로 대거 인수된 골프장들은 회원제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대중화·저가 전략으로 선회했다. 현재 일본 골프장 상당수는 노캐디 운영과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 책정되는 동적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식사 포함 18홀 그린피가 1만 엔(약 10만 원) 수준인 저렴한 코스도 흔하다. 이는 인건비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춰 수요를 유인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둘째, 해외 수요 창출이다. 국내 수요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골프장 가격 인하와 함께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골프장이 손잡고 외국인 골퍼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이바라키현은 한국 청주공항과 이바라키공항 간 전세기를 주 3회 운항하며, 2024년 겨울에는 한국인 골퍼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만5천 엔의 숙박비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처럼 골프와 관광을 연계한 프로모션은 지방 골프장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홍보와 인센티브 지원에 나서고 있다.

셋째, 신규 수요 창출이다. 일본은 골프 인구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여성과 청년층 유입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주니어 골퍼 육성 프로그램, 초보자 대상 티업 행사, 패션·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골프 축제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30대의 골프 입문을 유도하고 장기적인 고객으로 전환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한국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골프장 시장 규모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230억 엔이었던 골프장 운영업시장 규모는 2024년 1,050억엔을 기록하여 20여년 전 대비 오히려 하락하였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인구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인한 산업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동시에 가격 혁신, 서비스 다변화, 해외시장 연계 등의 전략이 산업 위기 국면에서 일정 수준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도 한다.

우리도 더 이상 일본 사례를 ‘남의 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인구 구조와 경제 기조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한국 골프산업 역시 동일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수요 진작이 아니라, 인구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산업 체질의 재설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요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다. 체계적인 공급 조정, 수익 구조 다변화, 외부 수요 창출 등 일본보다 빠르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축소하는 한국골프의 수요 기반, 다시 조명되어야 할 골프산업 전망과 대응 
한국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와 경제 성장도 둔화되는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주요 수요층이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실질 GDP 성장률 둔화와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고비용 여가활동인 골프는 소비자의 소비 우선순위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팬데믹 특수는 끝났고, 엔데믹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용객 수와 소비지출의 감소는 단기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하락의 전조로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년 연속 감소했으며, 카드기반 골프 지출액 역시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그널은 골프산업 전략의 중심이 단순한 수요 유도에서 ‘수요 기반 자체의 축소’라는 현실을 얼마나 빠르게 인식하고, 구조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임을 시사한다. 구조적 대응의 방향은 다음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수요에 대한 탄력적 가격 대응을 담은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 시스템의 본격적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대다수 국내 골프장은 여전히 정가 중심의 요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티타임이라는 재고 소멸형 자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요예측 기반의 동적 가격 전략이 절실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랜초파크 골프장(Rancho Park Golf Course)은 평일과 주말, 시간대별로 요금을 세분화해 수요가 낮은 일몰 직전에는 Super Twilight 가격을 적용함으로써 남는 티타임까지 수익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캐디(셀프 라운딩)에 대한 수요는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 2023년 기준 성인 골퍼의 82.3%가 이용 의향을 보일 만큼 높아졌고, 일부 대중제 골프장은 무인 체크인 시스템과 셀프 카트 도입을 통해 운영비 절감과 고객 접근성 제고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효율화와 가격 세분화 전략은 단순히 요금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대·고객층·수요 수준에 따라 가격과 서비스를 정교하게 조정함으로써 같은 비용이라도 더 큰 만족을 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해외 수요 창출과 연계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내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수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 이바라키현은 한국 청주공항과의 정기 전세기 노선을 활용해 한국인 골퍼 대상 인센티브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동남아 주요국 골프 리조트들은 ‘숙박+골프+마사지+관광’ 패키지를 국내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한국 골퍼들에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대안으로 부상했다. 국내 골프장 역시 이러한 해외 시장과의 비교에서 가격·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상품 설계가 요구된다.

셋째, 공급과잉에 대한 구조적 조정과 골프장 유형자산의 용도 전환이 요구된다. 수요는 줄고 있지만 국내 골프장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골프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가격 붕괴, 과잉경쟁에 따른 운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요 기반이 약화된 골프장을 선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그 자산이나 시설을 지역 친화형 공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일본에서는 폐골프장을 활용한 다양한 리디벨롭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효고현의 한 폐골프장은 2017년, 연간 2만9천 가구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메가 솔라(태양광) 발전소로 전환되었으며, 이처럼 에너지·환경 목적의 전환은 부지 규모와 기반 시설을 적극 활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외에도 일본 각지에서는 폐골프장을 공원, 주택단지, 농촌 체험마을 등으로 리디자인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용도 전환은 단순한 철거나 매각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골프장 부지를 공원, 농촌 체험마을, 태양광 발전소, 주거단지 등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단기 수익 개선을 넘어 지역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중장기 생존 전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공급의 무분별한 확대보다는, 수요 기반에 맞춘 전략적 축소와 용도 전환이 한국 골프산업의 다음 단계에 요구되는 정책적 방향이 될 수 있다.

 

마치며

지금 골프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상의 침체가 아닐 수 있다. 인구구조와 경제기조라는 두 개의 거대한 중력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수요 기반의 축소를 구조적으로 야기하고 있다. 팬데믹의 일시적 특수를 유지하려는 수요 부양이 아니라, 변화된 수요 구조에 맞춘 골프산업 재구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최근의 수요 감소가 전적으로 구조적 변화 때문만은 아니며, 코로나 특수 효과의 소멸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해외로의 수요 이동, 법인 지출의 감소 등 단기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은 구조적 수요 하락의 전조이자 서막일 수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향후 10년을 기점으로 더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지금부터 정부 당국이든, 골프장 운영사, 그리고 골프 관련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중장기 대응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1] UN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사회

 

 

*본 내용 인용시 “이관영 (2025), 인구구조와 경제기조로 본 골프산업의 미래, Yanolja Research Insights, Vol. 29.”로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