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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s

Vol.31 프로야구를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

프로야구를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

 

윤효원,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지역관광 활성화는 우리나라 관광정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현재 시행 중인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2023-2027)은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는 지역관광 시대’를 목표로 디지털 관광 주민증 발급, 워케이션 지원, 생활관광·야간관광 확산 등을 통해 지역 체류와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전통적인 문화·자연자원에 더해 일상과 밀접한 콘텐츠의 역할을 확장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스포츠, 특히 프로야구는 높은 접근성과 두터운 팬덤을 바탕으로 지역 내 체류 경험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2024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는 출범 43년 만에 처음으로 단일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이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연간 1,00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구 이동이 전국 각지의 연고 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강력한 사회경제적 변곡점이다. 이 거대한 흐름은 지역관광이 직면한 고질적인 문제, 즉 ‘수요 부족’과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결할 효과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림 1. KBO 연도별 관중 추이(만 명)

출처: KBO

 

실제로 한국 관광은 심각한 수도권 집중 문제를 겪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약 80%가 서울과 수도권에만 머물고 있어 나머지 지역과의 관광객 수 격차가 상당하다. 내국인 관광 역시 부산, 제주 등 일부 유명 관광지에 수요가 몰려 있으며, 다수 지역이 방문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인구 확대와 지역 특화 콘텐츠 발굴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로야구의 가치가 재조명된다. KBO는 서울·인천·수원 수도권뿐 아니라 대전·대구·부산·광주·창원 등 전국 주요 거점 도시에 연고를 두고 있어 그 존재 자체가 ‘분산형 관광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1,000만 관중이라는 입증된 동원력은, 이들을 단순 관람객에서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지역 경제에 막대한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있다.

본 인사이트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프로야구가 단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지역을 찾고, 머무르고, 소비하게 만드는 강력한 관광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한 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팬들의 실제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잠재력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고, 국내외 성공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스포츠관광 모델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도출할 것이다. 이를 통해 프로야구를 지역관광 활성화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한 구단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프로야구,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까?

스포츠관광(Sports tourism)은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숙박·소비·체험 등 지역 내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되는 복합적인 관광 행태를 의미한다. 실제로 스포츠관광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학계에서는 크게 참여형(Active sports tourism), 행사형(Event-based sports tourism), 그리고 노스텔지어형(nostalgia sports tourism) 등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프로야구는 행사형과 노스텔지어형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콘텐츠로 해석할 수 있는데, 프로야구 시즌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주요한 방문 동기를 형성하는 동시에 레전드 선수의 유니폼, 역사적 경기장, 구장 투어 등은 팬들에게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인지도가 높은 미국에서는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스타디움 투어, 구단 박물관 설립 등을 통해 관광을 활발히 유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NPB 투어 패키지를 통해 경기 티켓 외에도 숙소, 교통, 현지 체험 등을 포함한 관광 콘텐츠 개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표 1. 스포츠 관광(Sports Tourism)의 구분

출처: Gibson(1999)

 

정기적·고빈도의 스포츠 이벤트는 지역 방문의 기회를 만들어내며, 이러한 시간적 포트폴리오가 지역경제 파급을 높인다는 점은 이벤트관광 연구에서 거듭 강조된다. 즉, 경기 일정의 빈도가 수요전환(관람à체류·소비)을 촉진하는 매개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매커니즘을 국내에 대입할 경우 프로야구 역시 지역관광 활성화와 연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O는 각 구단이 전국적으로 연고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지역관광과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정 응원을 가는 팬들은 경기를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맛집이나 명소를 함께 즐기며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고,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관광 상품이나 축제와 연계할 경우 지역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으며, 야구 팬들에게는 단순한 스포츠 관람을 넘어 스포츠 관광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팬들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실제로 비수도권 지역을 많이 방문할까? 2024년 통계에 따르면,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등 비수도권 구장은 전년 대비 30~70%에 달하는 두드러진 관중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BC카드 분석 결과, 지방 구단의 홈 관람객은 18% 증가한 반면 원정 관람객은 43%나 늘어났으며, 이들의 1인당 소비 단가가 홈 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KBO 구장별 관중 수 및 전년 대비 증가율(만 명, %)

출처: KBO

 

국내 여타 프로스포츠 리그와 비교했을 때,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기준 경기 수(연간 720회), 경기당 평균 관중(15,122명), 시즌 내 평균 방문 빈도(15.1회), 1회 관람 지출(49,854원) 등 주요 지표에서 축구·농구·배구를 모두 상회한다. 이는 단순히 관람 기회가 많다는 사실을 넘어, 팬들의 반복적 이동과 높은 소비 여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관광과의 연계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정책적 차원에서 제시되는 체류형 관광 활성화 기조와도 높은 접점을 형성하며, 지역관광 전략의 실질적 파트너로서 기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표 2. 국내 프로스포츠 정규시즌 및 관객 행태 비교(2024년도 시즌 기준)

출처: KBO, K리그,  KBL, KOVO,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잠재력의 증명: 프로야구는 어떻게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가

기존 연구에서 KBO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1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이는 생산 유발, 부가가치 창출, 고용 효과 등을 모두 포함하는 규모다. 프로야구가 단순한 스포츠 리그를 넘어 지역 경제의 핵심 주체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러한 거시적 효과는 경기장 주변 상권에서 더욱 직접적이고 폭발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KB국민카드가 발표한 2025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 야구장 인근 상권의 매출은 경기가 없는 날에 비해 평균 90% 증가한다. 이는 3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해도 31%나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하이퍼로컬(Hyperlocal) 경제 효과’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는데, 2025년 시즌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주변 상권은 경기 후 매출이 3년 전 대비 46%나 증가하며 전국 야구장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구단의 성적 향상과 팬덤 확대가 곧바로 지역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프로야구는 지역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는 거시적 엔진인 동시에, 경기장 주변 골목상권에 직접적인 활력을 주입하는 미시적 촉매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모든 상인에게 고르게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구장 인근 상인들은 팬들의 동선이 경기장과 특정 편의시설에만 집중되어 있어, 기대만큼의 매출 증대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는 팬들의 소비를 경기장 주변 상권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연계 전략’이 부재할 경우, 경제적 혜택이 일부 업종에만 편중되는 ‘파급효과의 불균형(Spillover Inequity)’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야구 경기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유동인구를 어떻게 지역 상권 전체의 활력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프로야구 원정 관람객의 비수도권 구장 방문시 소비·체류·관광 행태

앞선 장에서는 프로야구가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구조적 조건을 살펴보았으나, 이것이 곧바로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비수도권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온 관람객, 특히 원정 팬들의 실제 체류 및 관광 여부이다.   

원정 팬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지역을 탐방하고 소비하는 ‘DIY 스포츠관광’을 실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행태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를 실증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은 이 잠재 시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본 인사이트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프로야구 팬들의 비수도권 야구장 방문 행태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였다.   


표 3. 설문조사 설계

 

분석 결과 1: 경기 전 활동 – 지역 내 소비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비수도권 야구장을 방문한 수도권 거주 야구 팬들의 경기 관람 전 활동을 분석한 결과, 원정 팬들의 소비와 지역 경험은 이미 지역 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전 활동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간식·식사 구매(76%)와 지역 맛집·카페 탐방(60%)으로, 팬들의 상당수가 구장 주변 외식업 소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인근 명소 방문(36%)이나 명물·특산품 구매(15.6%) 역시 단순 관람을 넘어 지역 관광과 연계되는 행태로 볼 수 있다. 유니폼·굿즈 구매(38.4%)와 같은 구단 관련 소비도 지역 경제에 포함되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음’ 응답이 1.6%에 불과하다는 점은 대부분의 팬들이 경기 전 지역 내 소비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3. 경기 전 관람객들의 활동(%)

 

분석 결과 2: 경기 후 활동 – 머무름이 만들어내는 확장

경기 후 활동에서도 팬들의 지역 소비와 탐방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역 맛집·카페 탐방은 46.2%로 상당수 팬들이 경기 이후에도 외식 소비를 이어가고 있으며, 주점 방문 또한 40.6%로 높게 나타나 야간 경제(Night-time Economy) 활동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부산(주점 52%, 맛집·카페 53%)과 창원(주점 47%, 명소 방문 28%)처럼 관광 및 야간문화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소비 활동 비율이 특히 높게 집계된다. 반면 숙소 복귀나 귀가 등 별도의 활동을 하지 않은 비율은 평균적으로 20% 내외로 낮아, 다수의 팬들이 경기 후에도 지역에 머무르며 소비 활동에 참여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프로야구 경기가 단순한 관람 경험을 넘어 지역 외식업과 야간 관광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수도권과 거리가 가까운 대전(34%)의 경우 체류하지 않는 경향성이 타 지역대비 강해 별도의 소비 또는 관광 활동을 하지 않고 복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그림 4. 경기 후 관람객들의 활동(%)

 

실제로 금·토요일 경기 후 지역에서 숙박한 이들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으로부터 연고지까지의 거리와 밀접한 상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170km 떨어진 대전은 숙박 비중이 50%에 그친 반면, 30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는 65% 이상으로 급등한다. 특히 부산(400km)은 86.8%로 가장 높은 숙박 전환율을 보였고, 광주(73.2%), 창원(75.3%) 역시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거리 임계점(distance threshold)’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수도권에서 200km 안팎에 위치한 도시는 당일 관람 후 귀가가 가능하지만, 300km 이상 떨어진 도시는 체류 전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다시 말해, 프로야구 원정 관람은 일정 거리 이상부터 체류형 관광과 결합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처럼 거리 임계점은 각 지역이 자신들의 지리적 위치와 교통 인프라(KTX 등)를 고려하여 맞춤형 관광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그림 5. 수도권(서울역 기준)부터 경기장까지의 거리(km)  VS. 금, 토요일 숙박 비중(%)

 

분석 결과 3: ‘관람객’에서 ‘관광객’으로의 전환

체류는 곧 관광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경기 관람과 함께 관광을 즐기는 전체 비율을 보면, ‘관광하지 않음’ 응답은 전체 평균 22.4%에 불과해 대다수 팬들이 최소 한 곳 이상의 관광지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부산(2곳 이상 67%, 4곳 이상 16%)과 창원(2곳 이상 52%, 4곳 이상 8%)은 다중 관광지 방문 비율이 높아 경기 관람이 지역 관광과 긴밀히 결합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대구 역시 2곳 방문 30%, 3곳 방문 10%, 4곳 이상 8%로 다중 방문 비중이 높게 나타나며, 대전과 광주는 1곳 방문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러한 결과는 프로야구 원정 관람이 당일 체류 활동에 그치지 않고, 지역 관광지 순회와 연계되며 지역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위 결과는 프로야구 원정 팬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야구 관람과 지역 탐방을 결합하는 ‘DIY 스포츠관광’을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체계적인 관광 상품이나 정보가 제공될 경우, 이러한 잠재 수요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실제 관광 소비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림 6. 방문한 관광지(%)

 

지역별 관람객 특성 분석

앞에서 분석한 대로, 수도권 거주 관람객의 지방 구장 방문은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지역 내 체류와 소비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양상은 도시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부산과 창원은 관광지 방문과 야간 활동이 활발해 가장 전형적인 체류형 관광 모델로 자리 잡았다. 두 지역 모두 관람 전후의 소비 활동이 고르게 나타났으며, 다중 관광지 방문 비율이 높아 야구 관람이 자연스럽게 지역 관광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되었다. 대구 역시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으며, 특히 야간 활동에 있어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원정 팬들은 구장 체험과 함께 주점·맛집 방문, 다중 관광을 결합하는 패턴을 보이며 체류형 관광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드러냈다.

반면 대전과 광주는 상대적으로 짧은 체류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대전은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까워 KTX를 이용한 당일 관람이 용이해, 경기 전후로 먹거리 소비를 즐기더라도 곧바로 귀가하는 비율이 높았다. 광주는 맛집과 주점 방문이 두드러졌으나 관광지 방문은 제한적이어서 소규모 관광을 곁들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지방 구장 방문은 전반적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었으나, 도시별 입지와 구장 특성에 따라 체류형 관광의 강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각 지역의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표 4. 연고지별 특성 요약

 

 

프로야구를 활용한 관광 활성화의 3대 전략: 글로벌 벤치마킹

앞선 설문조사 분석 결과는 비수도권 야구장을 방문하는 원정 팬이 단순히 경기를 보고 귀가하는 것이 아닌, 숙박을 하고 지역 상권을 이용하며 관광지까지 방문하는 체류형 관광객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확산하고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해외를 비롯한 선진 사례에서는 어떤 전략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례를 검토한 결과, 프로야구 기반 관광 활성화의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림 7. 해외 사례에 기반한 관광 활성화 유형

 

 

전략 1: 구장의 명소화

첫 번째 유형은 경기장 자체를 도시의 관광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는 경기장을 연간 약 72회의 경기가 열리는 ‘스포츠 시설’에서, 365일 방문객을 유치하는 ‘지역 랜드마크이자 복합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정체성을 바꾸는 전략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자신들의 유명세를 활용하여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왔다. 뉴욕 양키스는 경기 외 일정에도 방문이 가능한 스타디움 투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은 해당 상품을 통해 양키스 뮤지엄(Yankees Museum)과 모뉴먼트 파크(Monument Park)를 방문하며 구단의 전설적인 선수들의 유니폼, 기념비,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기본 투어 외에도 개인 맞춤형 상품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생일이나 베이비샤워, 졸업 등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할 수 있는 사진촬영 패키지부터 연인들을 위한 프로포즈 기획 상품, 기업이나 단체를 위한 프라이빗 투어 및 이벤트 공간 대관 등이 마련되어 있다. 스타디움 투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람객이 구단의 역사와 상징성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스포츠 경기장이 도시의 문화·관광 자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림 8.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 투어

좌측 상단: 양키스 뮤지엄, 우측 상단: 모뉴먼트 파크, 좌측 하단: 베이비샤워 기념 사진촬영 패키지, 우측 하단: 프로포즈 기획 상품
출처: 뉴욕 양키스 공식 홈페이지

 

일본의 경우 야구장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접목시켜 경기가 없는 날에도 구장 방문을 유도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야기현에 위치한 라쿠텐 모바일파크는 ‘볼파크(Ballpark)’ 개념을 내세워 구장을 가족 친화형 관광 명소로 발전시켰다. 경기장 일부를 테마파크처럼 꾸민 ‘스마일 글리코 파크’를 조성하여, 관람차와 회전목마 등을 설치해 비경기일에도 야구장을 방문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일반적인 간식거리 대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로컬 푸드 허브’를 운영해 현지의 맛을 제공함으로써, 구장을 찾는 경험이 단순 관람을 넘어 지역문화와 연계된 관광 체험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림 9. 라쿠텐 모바일파크 미야기

좌: 라쿠텐 모바일파크 미야기 전경, 우: 구장 내 위치한 스마일 글리코 파크 
출처: 라쿠텐 모바일파크 미야기 위키피디아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의 에스콘 필드는 호텔·리테일이 결합된 복합공간 ‘F VILLAGE’의 중심이다. 구장 내 타워 일레븐(TOWER 11) 호텔은 아시아 최초로 객실·루프톱에서 필드를 직접 내려다보는 설계로, 비경기일에도 조망이 가능하다. 투숙객은 3층 온천&사우나에서 필드를 보며 휴식할 수 있고, 반옥외 ‘토토노에 테라스 시트’에선 사우나 중에도 경기 관람이 가능해, 팬은 물론 일반 방문객에게도 체류형 엔터테인먼트 거점으로 기능한다.

 

그림 10. F VILLAGE에 위치한 타워 일레븐 호텔

좌: 필드를 조망하는 3층 온천, 우: 야구 배트가 걸려 있는 사우나
출처: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 공식 홈페이지

 

야구장을 다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2025년 개장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설계 단계부터 비시즌 기간에 2만 명 규모의 대형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포함했으며, 구장 인근에 공원과 생활체육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의 일상적 여가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부산시 역시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통해 단순 경기장을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재탄생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구장의 명소화 전략은 야구경기장을 경기 외적 공간으로 확장시켜 팬과 관광객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도시 전체의 관광 매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전략 2: 통합 관광 패키지 개발

두 번째 유형은 야구 관람과 교통, 숙박, 지역콘텐츠 등을 결합해 하나의 완결성 있는 여행으로 만드는 패키지 상품의 기획이다. 이는 앞선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팬들의 자발적인 ‘DIY 스포츠관광’ 수요를 공식적인 상품으로 체계화하여, 여행의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 내 소비를 더욱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전략이다.   

여러 MLB 구단들은 자체적으로 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례로 시애틀 매리너스는 구단 자체적으로 ‘Mariners Vacations’라는 프로그램을 런칭해 3박 4일 일정의 원정 도시 패키지를 운영 중인데, 해당 프로그램은 야구경기 관람부터 구단 관계자와의 브런치, 현지 액티비티, 호텔 숙박 등을 포함하여 참가자가 ‘관전+여행’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4박 5일 간 디트로이트를 방문하는 ‘Motor City Magic’ 패키지, 시카고로 향하는 ‘Visit The Windy City’ 패키지, 그리고 뉴욕과 필라델피아 지역을 순회하는 ‘East Coast Swing’ 패키지 등을 마련해 장거리 원정 경기 방문의 장벽을 낮추었다.

 

그림 11. 시애틀 매리너스 원정 경기 패키지

출처: 시애틀 매리너스

 

프로야구 구단과 숙박업계의 협업 또한 눈에 띈다. 보스턴에 위치한 호텔 커먼웰스는 지역 연고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 협력해 프리미엄 경기 티켓과 VIP 스타디움 투어, 사인볼 등을 포함한 ‘Red Sox Game Package’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옴니 샌디에이고 호텔은 파드리스 구단과 함께 ‘Baseball Experience Package’를 출시했으며, 해당 상품은 호텔에서부터 스타디움으로 곧장 연결되는 스카이브리지를 포함해 50달러 식음료 크레딧, 로컬 맥주와 간단한 안주 등의 웰컴 어메니티가 포함된 야구 연계 특전으로 안내되어 있다.

일본은 단순히 숙박과 경기 티켓을 묶는 것을 넘어, 머무는 공간 자체가 팬을 위한 콘텐츠가 되도록 설계한다. 도쿄돔 호텔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 경기장인 도쿄돔을 창밖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입지를 살려 구단과의 콜라보레이션 객실을 마련했다. 오랜 기간 자이언츠를 사랑해온 팬을 위한 ‘The Legends Room’, 그리고 경쾌한 느낌의 ‘Go Giants! Room’ 중에서 선택 가능하며, 투숙객에게는 기념으로 보관할 수 있는 오리지널 디자인의 룸 키와 스파 백을 제공한다. 홈 구장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날에는 경기 티켓을 포함한 숙박 플랜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그림 12. 도쿄돔 호텔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콘셉트룸

출처: 도쿄돔 호텔

 

요코하마 베이 쉐라톤 호텔 & 타워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를 모티브로 한 ‘베이스타즈 콘셉트룸’과 관전 연계 패키지를 운영한다. 객실에는 선수 사인 유니폼, 구단 로고가 들어간 베딩과 어메니티, 마스코트 인형 등 팀 아이템이 풍성하게 마련돼 있고, 선수 목소리 모닝콜과 호텔·구단 로고가 들어간 기념품 머그 보틀 같은 특전도 제공된다. 더불어 관람 티켓 포함 플랜을 선택하면 1루/3루 측 지정석 2매와 조식이 함께 구성된다. 이러한 구성은 원정이 쉽지 않은 원거리 팬조차도 여행 계획을 세우게 만드는 목적지형 상품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프로야구 연계 관광상품은 야구·교통·숙박을 하나로 묶어 편리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여행 준비의 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개선한다. 또한, 도시 입장에서는 체류형 관광을 유도해 지역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전략 3: 공생의 파트너십 구축

앞서 제시된 ‘구장의 명소화’와 ‘관광 패키지 개발’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바로 구단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안정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이다. 

미국의 사례는 도시·주 차원의 도시 브랜딩 캠페인에 가까운데, 대표적으로 뉴욕주 정부가 뉴욕 양키스·메츠와 함께 진행한 “I LOVE NY Baseball” 캠페인은 구단 브랜드를 뉴욕주 공식 관광 슬로건에 결합해 경기장을 뉴욕 여행의 거점으로 홍보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구장 관람 외에도 인근 레스토랑 및 문화 명소 등의 옵션을 연계해, 야구 관람을 곧바로 도시 체류 동선으로 전환시켰다. 또한 2024년 MLB 런던 시리즈에서는 필라델피아 관광청(PHLCVB)이 현지 행사에 참여해 필라델피아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고, 여행사와 연계한 맞춤형 패키지를 운영했다. 이는 리그 차원의 경기 또는 이벤트가 도시 관광청과의 시너지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지역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13. 뉴욕시의 “I LOVE NY” 홈페이지

출처: I LOVE NY

 

반면 일본은 정부 차원의 해외시장 개척과 구단 차원의 내수형 지역 홍보를 병행하는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2010년대 중반부터 NPB와 긴밀히 협력하며, 프로야구를 외국인 대상 관광 홍보의 도구로 활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 시장을 겨냥한 ‘Visit Japan Day’ 행사다. 현지 야구장에서 일본 구단의 시범 경기를 열고, 일본 문화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일본 관광 영상을 상영하는 한편, 야구와 연계된 관광상품을 판매했다. 이는 ‘야구를 통해 일본을 경험한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일본으로 이끄는 창구가 되었다.

일본의 내국인 대상 홍보는 보다 지역 밀착적 성격을 띤다. 일본 센트럴 리그 소속의 히로시마 도요 카프 구단은 팀과 히로시마현 DMO가 공동으로 ‘카프 성지순례(Carp Pilgrimage)’라는 관광 모델코스를 운영해 구단 박물관, 상점, 선수 기념비 등을 방문하도록 설계했다. ‘카프 레드’로 상징되는 구단 정체성이 도시 브랜드와 일체화되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카프 = 히로시마라는 등식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지바 롯데 마린즈는 2000년대 초반부터 ‘ALL FOR CHIBA’ 프로젝트를 통해 구단 경기를 지바현 전역의 관광·특산품 홍보 무대로 전환해왔다. 홈경기마다 지바현 내 각 시·정·촌을 테마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의 농산물·특산품을 관중에게 증정하거나 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구단 팬들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동시에 지바현의 다양한 지역 문화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구장이 로컬 브랜드 홍보의 상설 장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처럼 일본의 구단들은 지역 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야구를 도시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림 14. 히로시마 도요 카프 성지순례 루트

출처: 히로시마 공식 관광사이트 Dive!

 

한국의 경우에도 지자체와 구단의 협력이 다소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협업 모델을 살펴보면 일본·미국과는 다르게 내국인 관광객 위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IA 타이거즈의 연고지인 광주광역시는 ‘2025 광주 방문의 해’를 맞아 KIA챔피언스필드를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와 KTX·숙박 할인 혜택을 결합한 ‘야구광 트립’을 출시했으며, 창원시는 NC 다이노스와 함께 투어패스+경기 티켓 패키지를 도입해 팬의 이동 동선을 도시 관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세 유형의 사례는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의 목표를 공유한다. 구장의 명소화는 경기장을 하나의 관광지로, 관광상품 개발은 야구를 여행의 중심축으로, 지자체×구단 협력은 스포츠를 도시 홍보정책의 수단으로 확장한다. 결국 이 모든 시도가 지향하는 바는,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도시의 매력과 체류를 설계하는 관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평: K-응원 문화와 글로벌 팬덤의 기회

지금까지의 전략이 주로 내국인 원정 팬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KBO 리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응원 문화’를 통해 새로운 K-콘텐츠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MLB가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일본 NPB가 특정 서포터즈 중심으로 응원을 펼치는 것과 달리, KBO 리그는 구단이 주도하는 응원단과 팬 전체가 하나 되어 경기 내내 노래와 율동을 함께하는 ‘참여형 응원 문화’가 특징이다. 이러한 열정적이고 축제 같은 분위기는 SNS를 통해 해외로 퍼져나가며, 이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Klook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외국인 대상 '한국 스포츠 관람' 상품 이용자 수는 전년 4분기 대비 14배 이상(1,329%) 성장하며 폭발적인 수요를 증명했다.

 

그림 15.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프로야구 경기 후기 영상

출처: YouTube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한 한국관광공사(KTO)는 2025년, 서울을 연고지로 둔 키움 히어로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K-야구 응원문화 연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식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이 협약을 통해 KBO 경기 관람이 포함된 방한 여행상품이 최초로 기획되었으며, 실제로 대만 고등학생 단체 관광객 104명이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하여 K-응원 문화를 체험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는 KBO 리그가 더 이상 내수용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관광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음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수도권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는 접근성이 좋은 서울 구단을 중심으로 상품이 개발되고 있지만, K-야구 관광의 매력이 알려질수록 외국인 팬들은 각 구단이 가진 고유한 응원 문화와 스토리를 찾아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부산 사직구장의 상징적인 ‘부산 갈매기’ 떼창이나,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의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자체와 구단은 KTO 및 인바운드 여행사와의 협력을 통해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K-야구 지역관광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기획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방한 관광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수도권 너머 지역으로 이끄는 효과적인 전략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제언: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구단과 지자체·DMO의 역할

앞선 분석을 통해 프로야구가 지역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도시와 구단, 그리고 산업 파트너가 설계한 구조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 해외 사례는 경기장을 하나의 명소로 만들거나 교통·숙박을 결합한 패키지를 운영하거나 도시 차원에서 스포츠관광을 홍보함으로써 이 과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과제를 나누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프로야구 구단을 위한 제언

1.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의 진화

구단은 스스로를 단순한 ‘스포츠팀’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장을 경기일에만 운영되는 시설이 아닌 365일 팬과 시민이 찾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스타디움 투어, 구단 박물관, 비시즌 콘서트 및 이벤트 유치, F&B 시설 고급화 등을 통해 경기장 자체를 하나의 독립된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구단의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경기 없는 날에도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2. ‘하이퍼로컬 파트너십’ 강화

대기업 스폰서십을 넘어, 지역 소상공인과의 ‘하이퍼로컬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수원 KT 위즈의 ‘위즈패밀리’ 사례처럼, 구장 주변의 맛집, 카페, 숙박업소 등과 제휴하여 경기 티켓과 지역 자원을 결합한 패키지를 개발한다면, 팬들에게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경제에는 실질적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팬들의 자발적인 소비를 체계적으로 유도하고, ‘파급효과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방자치단체 및 DMO를 위한 제언

1. ‘공동 투자 파트너’로서의 역할 재정립

지자체는 구단을 ‘임차인’이 아닌 지역의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공동 투자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NC 다이노스와 창원시의 갈등 사례에서 보듯, 신뢰 없는 관계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단·지자체·DMO·지역 상인 대표 등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제도화하여,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공동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잠재적 갈등을 예방하고, 스포츠관광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다.   

 

2.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전략 설계

도시 특성을 고려한 관광 연계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인하였듯, 도시별 입지와 인프라 여건에 따라 팬들의 체류 패턴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일률적인 접근 대신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까워 당일 방문 비중이 높은 대전 같은 도시는 야간관광 콘텐츠나 특별 숙박 프로모션을 강화하여 체류를 유도해야 한다. 반면, 부산처럼 이미 체류형 관광 모델이 확립된 도시는 2박 3일 이상의 장기 체류를 유도하는 심화된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거리 임계점’을 기준으로 전략을 차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3. ‘K-응원 문화’의 상품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선제적 투자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바운드 스포츠관광’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지역 DMO가 주도적으로 구단 및 여행사와 협력해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응원 문화를 체험하는 외국인 전용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방한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발길을 서울 너머의 지역으로 이끌어 국가 관광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결언: 프로야구, 지역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본 인사이트를 통한 분석의 내용은 “프로야구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팬의 이동과 소비, 숙박과 관광, 그리고 도시의 기억을 동시에 촉발하는 복합 관광자원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프로야구는 분명히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키 플레이어가 될 잠재력이 있다. 1,000만 관중 시대의 개막은 이 잠재력이 이제 임계점을 넘어 폭발적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프로야구를 지역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기장을 독립적인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전략적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구장이 경기일뿐 아니라 일상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동시에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는 패키지 상품 개발과 이를 뒷받침할 교통·숙박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품은 원정 팬의 이동을 체계적으로 지역 체류로 연결하고, 도시경제로 확산되는 파급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구단과 지자체 간 파트너십을 제도화하고, 이를 관리할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구단은 팬 경험을 확장하는 주체로, 지자체는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역할 분담을 할 때, 비로소 프로야구는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활성화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본 내용 인용시 “윤효원(2025), 프로야구를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 Yanolja Research Insights, Vol.31.”로 표기